술을 나라님이 어떻게 말려

조회 수 1736 추천 수 31 2008.12.12 19:25:49
[한겨레21] [김학민의 주류인생]

조선은 금주령 내리고도 음주 묵인, 미국은 헌법으로 엄격히 금했으나 밀주만 성행한 결과 낳아

개인이 자신의 뜻으로 술 마시기를 금하고자 결심하면 금주맹세요 금주선언이고, 한 집단이나 사회가 자율적으로 술 마시기를 줄이거나 금하고자 하는 의지와 풍조를 퍼뜨리면 금주운동이다. 또한 봉건사회에서 백성들에게 군주의 판단과 명령으로 술 마시기를 금하게 하는 것은 금주령이요, 근대 입헌국가에서 법률로써 술의 생산과 판매, 소비 전반을 통제하거나 금하고자 하면 금주법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보이는 금주맹세, 금주선언, 금주운동 등이 공동체에 끼치는 파장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나라님의 이름으로 내려지고 나라님의 힘으로 닦달을 하는 금주령과 금주법은 역사적으로 한 국가, 한 사회에 숱한 이야기를 남겼으며, 그것이 야기한 사회적 파장과 유산 또한 작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여러 번의 금주령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금주령은 일단은 인본적이었다. 큰 가뭄이나 기근, 흉작이 들면 금주령을 내렸고, 처음에는 왕이나 고관들이 금주의 수범을 보였다. 지도 그룹이 솔선해 근신·절제함으로써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로하며, 국가적으로 식량과 비용을 절약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제향, 사신 접대, 상왕에 대한 공상, 백성들의 혼인·제사, 노병자의 약용으로는 술이 허용되었다. 또 술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빈민의 소규모 양조 행위도 묵인되었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빠져나갈 구멍을 여럿 만들다 보니, 지방과 힘없는 백성들에게서는 금주령이 비교적 엄격히 준행됐으나, 중앙의 사대부 관료사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 단속도 사실상 어려웠다. ‘유권유주 무권무주’라고나 할까.

1920년 초 미국에서 시행되었던 금주법은 술의 역사에서 나라님이 대대적으로 개입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술의 생산과 판매, 소비를 전면 금지하는 미국의 금주법은 일개 법률이 아니라, 헌법 안에 술 금지 조항을 넣는 헌법의 수정이었다. 이 수정헌법은 19세기 초부터 대대적으로 금주운동을 벌여온 미국민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통과됐으나 1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시행되다가 곧 역사의 장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초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 수정헌법이 당시 미국의 총 48개 주 중 46개 주에서 비준되어 발효되자 즉각 236개의 위스키 공장과 1090개의 맥주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전국 17만790개의 술집들이 폐쇄되었다. 각종 범죄 발생률도 현저히 낮아졌다. 너무나 확신에 찬 나머지 어떤 지역에서는 교도소를 없애기까지 했다. 하지만 금주법 초기 재소자 4천 명이었던 연방교도소는 13년 뒤 금주법이 폐지될 때는 2만6천 명이 바글거렸다.

금주법으로 미국에서 술의 생산, 판매, 소비가 줄어들었을까? 우선 수많은 밀주업자들이 등장했다. 금주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경찰이 10만여 곳을 적발할 정도로, 깊은 숲 속이나 한적한 곳에는 밀주공장이 널려 있었다. 농부, 은행가, 독신여성, 대학생 등도 저마다 목욕탕이나 지하실에 소규모 밀주시설을 차렸다. 디트로이트의 한 밀주업자는 1년 만에 2억달러 이상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인접 국가들로부터의 밀수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위스키는 캐나다로부터 오대호를 통해 쾌속정으로 실려왔고, 테킬라는 멕시코에서 남부 국경을 넘어 흘러넘쳤다. 미국 해안 3해리 밖 공해에 정박한 유럽 선박에서는 밤을 틈타 숱한 화물들이 작은 배로 옮겨졌으며, 럼주통들도 보잘것없는 동력을 가진 통통배에 실려 카리브해를 건너왔다. 수륙 양면 공격에 나라님이 허둥지둥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18만여 개였던 미국의 합법적인 술집은 이 법이 수명을 다할 즈음에는 50만여 개의 불법 밀주집으로 변해 있었고, 1년에 1인당 1.46갤런이었던 미국인의 술 소비량은 1.63갤런으로 오히려 늘어버렸다. 그리고 밀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을 재빨리 알아챈 알 카포네 등 미국의 전설적 총잡이 갱단들은 술의 생산·판매·소비를 그들의 총구 아래 통제하는 ‘유총유주 무총무주’의 시대를 구가했으니, 금주법 때문에 미국이란 나라님만 이래저래 스타일을 구긴 셈이다.

김학민 음식 칼럼니스트 blog.naver.com/hakmin8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230 2018-12-17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8>명인주 안동소주 박재서 씨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100107/25248448/1《“18년 전에 빚은 겁니다. 한 모금 해보세요.” 기자는 물로 입을 헹군 뒤 ‘명인주 안동소주’를 반 잔 정도 입에 넣었다. 목을 타고 넘어간 술은 3초 정도 뜸을 들인 ...

  • 조회 수 1468
  • 2010-02-11

[주세법 개정안]전통주 원료 '과채류' 사용 허용

[주세법 개정안]전통주 원료 '과채류' 사용 허용 [2010년 세제개편안 입법예고] 내년부터는 탁·약주 등의 원료로 과실 및 과채류를 사용할 수 있으며, 약주에 주정 및 증류식소주를 첨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

  • 조회 수 1457
  • 2010-09-03

'우리술 막걸리', 일본 약국에서 판매

'우리술 막걸리', 일본 약국에서 판매 ㈜우리술이 국내 막걸리 업계 처음으로 일본 약국 체인 유통망에 진출했다. ㈜우리술은 24일 우리 막걸리가 일본 최대 규모의 약국 유통망 중 하나인 마츠모토 키요시(Matsumoto Kiyoshi)에 쌀 막걸리(360ml), 배 막걸리...

  • 조회 수 1448
  • 2010-06-25

경기도 전통주, 전국 품평회에서 2년 연속 1위 달성

경기도 전통주, 전국 품평회에서 2년 연속 1위 달성 [아시아투데이=김주홍 기자] 경기도는 5일 2010 대한민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9월 30일~10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0 ...

  • 조회 수 1442
  • 2010-10-15

"'신의 물방울' 따로 없네" 전통주 품평회

"'신의 물방울' 따로 없네" 전통주 품평회 강원도는 18일 춘천시 우두동 농업인 단체회관에서 도내 제조 전통주에 대한 '우리 술 품평회'가 개최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품평회는 전국 단위로 열리는 '2010 우리 술 품평회'에 참가할 도내 제조주를 가리고 ...

  • 조회 수 1441
  • 2010-08-21

대전시, 내년 한국 소믈리에 경기대회 유치

대전시, 내년 한국 소믈리에 경기대회 유치 대전시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2011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를 유치했다고 5일 밝혔다.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2005년부터 지난달까지 매년 서울에서 개최돼 왔으며 내년 처음...

  • 조회 수 1424
  • 2010-10-15

전통주(酒) 육성방안 마련된다

전통주(酒)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고급화하는 전통주 육성방안이 마련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세청, 농림수산식품부는 전통주를 산업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전통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전통주 산업 경쟁력 ...

  • 조회 수 1424
  • 2009-08-07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말을 맞아 한국의 전통주 체험에 나선 외국인들이 한국 술맛에 푹 빠졌다. 지난 29일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기업 임직원 및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이 참가한 가운데 경기도 포천에서 ‘전통 가양...

  • 조회 수 1418
  • 2010-06-24

전북 쌀 재고 부쩍…‘쌀 팔아주기 운동’ 적극적

전북지역 쌀이 남아 돌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자 전북도와 농협 등이 쌀 팔아주기 운동에 적극 나섰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도내 재고 쌀은 15만9000t. 월 판매 물량이 3만여t임을 감안하면 추석 이전까지 2만∼3만t의 쌀이 남을 것으로 추...

  • 조회 수 1404
  • 2009-07-27

전통주산업 육성에 791억원 투입 [2]

정부는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모두 791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또 전통주 주세를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6일 일반주류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주를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발굴해 육성하...

  • 조회 수 1395
  • 2009-07-27

밀양시, 잡곡이용 전통주 개발 본격 추진

잡곡을 이용한 전통주인 가양주(약주)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연다. 밀양 농진청 기능성 잡곡과는 한국가양주협회(회장 류인수)와 공동으로 ´잡곡소비촉진과 잡곡산업 활성화를 위한 잡곡 가양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13일 서울 사당동 한국가양주협회 교...

  • 조회 수 1393
  • 2009-11-19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드라마 '신데델라 언니'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막걸리 '참살이탁주'의 생산업체 참살이L&F를 인수한 미디어플렉스가 막걸리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경기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

  • 조회 수 1385
  • 2010-06-28

[ECONOMY Chosun]<박순욱의 술기행> [Interview]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막걸리에 열대과일 향 나는 비결은 직접 만든 누룩” file

388호 2021년 03월 22일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경기대 외식경영학 박사, 현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가 대표 제품인 막걸리 ‘서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한국가양주연구...

  • 조회 수 1381
  • 2021-04-20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3> “막걸리도 우리처럼 ‘차세대 대표 술’로 ”

->28일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전통주 문화체험공간 ‘산사원’에서 해외 교포들이 고두밥, 누룩 등으로 전통 막걸리를 빚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배상면주가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3> “막걸리도 우리처럼 ‘차세대 ...

  • 조회 수 1374
  • 2010-08-05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뉴시스】조병수 기자 = 강원 삼척시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전통주를 개발해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30일 시에 따르면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

  • 조회 수 1360
  • 2010-07-01

"잡곡 가양주(家釀酒) 맛볼까"&lt;농진청&gt;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조와 수수, 기장 등 잡곡으로 빚은 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농촌진흥청은 한국가양주협회와 공동으로 13일 서울 사당동 한국가양주협회 교육센터에서 잡곡 가양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개최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술이 아닌 ...

  • 조회 수 1360
  • 2009-11-19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lt;3&gt;소곡주 우희열 씨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120/24215100/2혀끝에 와 닿는 첫맛은 술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달다. 곡주(穀酒) 맛이 늘 그렇지만 소곡주는 더더욱 부드럽다. 끈적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몇 순배 돌다 보면 ...

  • 조회 수 1357
  • 2010-02-11

청원군 ‘민들레 막걸리’ 개발 착수 [1]

청원군 ‘민들레 막걸리’ 개발 착수 충북 청원군이 간·위염 개선에 효과가 있어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민들레'를 이용한 막걸리를 개발한다. 민들레로 빚은 동동주가 맛이 탁월하다는 시골 한 농가의 제안으로 개발에 들어간 '청원 민들레 막걸리(가...

  • 조회 수 1350
  • 2010-09-03

[박영순 기자의 막걸리이야기] 쌀막걸리에서 은은한 과실향이?

세계적 日소믈리에 다사키 신야 우리술‘본생막걸리’맛보고 호평 일본의 세계적인 소믈리에 다사키 신야가 한국산 막걸리 12종을 시음하고, (주)우리술의 ‘본생막걸리’를 최고로 꼽았다는 소식이 얼마 전 전해졌다. 다사키 신야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

  • 조회 수 1341
  • 2010-08-05

금 함유 ‘금쌀’ 나왔다

순금 성분이 들어 있는 ‘금(金)쌀’이 등장했다. 벤처기업 에스엠나노텍은 경기도 여주군 이영환씨의 논 1만2000㎡에서 ‘금 유기화 재배기술’을 이용한 기능성 쌀 1000㎏을 수확했다고 18일 밝혔다. ‘금 유기화 재배기술’은 99.99%의 순금을 전기분해 등의 방법...

  • 조회 수 1339
  • 2009-11-1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