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4>민속주 안동소주 조옥화 씨

조회 수 1716 추천 수 10 2010.02.11 15:03:51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126/24380053/2“1200년 비법, 며느리에 전수”

《‘이 풍진 세상을,
아모리 아모리,
저 세상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해도,
때없이 맞닥치는,
겨울비 같은 좌절과 낭패를,
들켜지고 마는 굴욕과 수모를,
불싸질러 흔적없이 사루어주는,
45도 화주(火酒) 안동소주,
사나이 눈물같은,
피붙이의 통증같은,
첫사랑의 격정같은,
내 고향의 약술 그 얼로 취하여,
이 풍진 시대도,
저 시대의 너털웃음 웃어가며,
성큼 성큼 건너뛰며 나 살으리.’
경북 안동 출신의 한 여성 시인은
‘민속주 안동소주’의 멋과 맛을
이렇게 예찬했다.
어떤 깊이 때문일까?》


기자가 최근 경북 안동시 수상동 ‘민속주 안동소주’ 공장을 찾았을 때 기능보유자(한국전통식품명인 20호, 경북 무형문화재 12호) 조옥화 씨(87·여)는 마침 제조방법을 견학하러 온 안동대 식품영양학과 학생 20여 명 앞에서 아들, 며느리와 함께 쌀과 누룩으로 안동소주를 빚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은 “평생을 안동소주와 함께 사셨는데 어떤 마음인가요?”, “왜 45도 술이죠?” 같은 질문을 했다. 조 씨는 “술도 음식인데, 음식은 정성이고…. 제일 담백하고 개운한 느낌을 주는 상태가 45도여서 그렇지요”라고 답했다.

‘술도 음식이고 음식은 정성’이라는 조 씨 말은 제대로 음미할 필요가 있다. 그저 좋은 술 한 가지를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삶이 녹아있다. 할머니를 보면 여러 가지 음식이 잘 차려진 상 위에 안동소주 한 병이 놓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동소주를 판매하기 시작한 1990년부터 ‘민속주 안동소주’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우리음식연구회장’을 비롯해 ‘궁중음식연구원 이사’, ‘성균관 여성유림회 예학연구원’ 같은 일을 지금도 한결같이 하고 있는 모습이 그 징표이다. 1999년 4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했을 때 생일상을 차린 주인공도 바로 조 씨였다. 대한주부클럽이 2001년 그를 ‘33회 신사임당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할머니는 말이 별로 없다. “안동소주가 왜 좋은 술이냐. 좀 과음해도 뒤끝이 없느냐” 같은 질문은 어색하다. 누룩과 지에밥을 어떻게 만들어 어떤 비율로 섞으며, 불의 세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를 할머니에게서 직접 듣기는 어렵다. 그의 삶을 몇 마디 파편 같은 물음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기껏 쌀 80kg 한 가마니로 70병가량을 만들 수 있고, 연간 20만 병가량을 생산한다는 정도이다. 민속주 안동소주는 공장의 지하공간 발효실에서 만드는데, 이곳은 오직 할머니와 며느리만 들어갈 수 있다. 조 씨는 “안동소주는 이제 우리 며느리한테 물어보면 되는데…”라고 한다.

며느리 배경화 씨(57)는 시어머니의 소주 만드는 기술 뿐 아니라 그의 삶도 닮으려고 한다. 서울에 살던 배 씨는 1997년 안동으로 내려와 민속주 안동소주를 계승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안동대에서 안동소주를 주제로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지난해 받은 박사학위 논문은 ‘민속주 안동소주 발효의 양조학적 특성 규명 및 자가 누룩 제조의 최적화’였다. 이후 안동소주 누룩의 발효 특성에 관한 논문을 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한 배 씨는 “시어머니의 평생 정성을 보면서 단순히 기술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문헌적인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동소주의 전래 과정을 연구한 석사논문에서 그는 안동소주의 유래를 기존의 고려시대에서 9세기 신라시대까지 더 올라가 1200년 역사로 재정립했다. 전통궁중음식을 연구하는 것도 시어머니를 닮았다.

배 씨는 1999년 민속주 안동소주의 기능후보자로 지정됐다. 남편 김연박 씨(63)는 기술적인 소프트웨어는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하드웨어 부분에서 안동소주의 발전을 고민하고 있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아건설 이사를 마지막으로 고향에 내려온 김 씨는 2000년 ‘안동소주박물관’을 개관했다. 공장과 나란히 있는 박물관은 안동소주와 안동의 전통음식 체험장과 시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종 음식과 자료 등 66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김 씨 역시 안동대에서 올해 2월 ‘향토산업으로서 민속주 안동소주 육성 방안’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할머니는 “아들보다 며느리가 든든하다”고 했다. 사진을 좀 찍자는 기자의 부탁에 할머니는 며느리의 한복 옷고름을 바르게 고쳐주면서 “우리 며느리가 더 나은 소주를 만들기 위해 늘 공부해서 정말 기분이 좋지”라고 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2986 2018-12-17

국세청 사칭 환급금 사기 피해 주의하세요!

○ 지난 11월 방송 및 언론보도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12월8일부터 다시 국세청 징세과를 사칭하여 환급해준다며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 하고 있습니다. - "국세청입니다. 연말정산 환급이 있사오니 국세청 징수과로 연락바랍니다. 063-228-0877, 03...

  • 조회 수 1770
  • 2006-02-17

당진 쌀막걸리 ‘미담’ 미국행

당진 쌀막걸리 ‘미담’ 미국행 톡 쏘는 상쾌한 맛 특징 … 일본·중국과도 협상 중 충남 최초로 쌀막걸리가 수출길에 올랐다. 당진군 순성면 봉소리에 소재한 ㈜성광주조(대표 성기욱)는 쌀막걸리 1,200상자(750㎖×20개)를 7월27일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

  • 조회 수 1753
  • 2010-08-03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2007

주 제 : 세계속의 우리의 맛·멋 그리고 흥! 기 간 : 2007년 4월 14일(토) ~ 4월 19일(목) 6일간 ※ 개장시간 : 09:00 ~ 21:00 장 소 : 황성공원 일원 주 최 : 경주시 주 관 : 한국의 술과 떡잔치 추진위원회 후 원 : 문화관광부, 경상북도, 한국관광공사, 경북...

  • 조회 수 1750
  • 2007-04-12

2006 삼각산 팔도 가양주 축제 개요

[강북구청] 삼각산 자락에서 가양주의 맛과 향에 취해보세요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10-31 16:10] - 11. 4(토) 오전 10시∼오후 5시, 우이동 솔밭공원서 삼각산 팔도 가양주 축제 - 향음주례, 가양주 시음회 및 팔도 술·안주 전시회, 술빚기 체험 등 다채로운...

  • 조회 수 1745
  • 2006-11-01

부산국제주류박람회..명품 전통주 한자리에

부산국제주류박람회..명품 전통주 한자리에 10월14~17일 벡스코서 개최..판로개척 등 지원 막걸리와 명품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주류박람회가 10월 부산에서 개최된다. 부산국제주류박람회 주최사인 드림코리아는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해운...

  • 조회 수 1735
  • 2010-08-15

한국 전통 명주 올림픽 열린다.

[농림부 2007-03-09 09:00] 올가을 우리나라 전통 명주를 가리는 전통술 품평회가 개최된다. 「2007 한국 전통술 품평회」에서는 우리 전통술을 ①탁주·막걸리, ②청주·약주, ③과실발효주, ④전통소주 및 ⑤기타주류 총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실시될 예정이다. 전통...

  • 조회 수 1730
  • 2007-03-10

동해안 봄 축제 '활짝'

경주 도자기·울진 대게·영덕 복사꽃 이달 줄줄이 열려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한 동해안 봄 축제가 신라 천년 고도 경주에서 도자기축제로 열린다. 경주시도자기협회는 19일 ‘오늘 빚는 내일’이란 주제로 30일∼다음달 8일 보문단지에서 60여개 도자기·공예업...

  • 조회 수 1726
  • 2007-03-20

세계에 김치·전통주 알리는 ‘소믈리에’ file

세계에 김치·전통주 알리는 ‘소믈리에’ 아리랑 투데이(아리랑TV 아침 7시) 포도주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는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와인 소믈리에 덕도 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김치 소믈리에와 전통주 소믈리에가 등장해 주목받는다. 전문 지식과 조...

  • 조회 수 1716
  • 2010-10-15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4>민속주 안동소주 조옥화 씨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126/24380053/2“1200년 비법, 며느리에 전수” 《‘이 풍진 세상을, 아모리 아모리, 저 세상의 마음으로 살아간다 해도, 때없이 맞닥치는, 겨울비 같은 좌절과 낭패를, 들켜지고 마는 ...

  • 조회 수 1716
  • 2010-02-11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7>송화백일주 벽암 스님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217/24872586/2오곡 솔잎 송홧가루로 우려낸 ‘100일 곡차’ 《좋은 술의 기본은 좋은 물. 좋은 물은 바위틈에서 나와야 하고 사철 온도가 일정해야 하며 무거워야 한다. 수많은 고승과...

  • 조회 수 1710
  • 2010-02-11

술을 나라님이 어떻게 말려

[한겨레21] [김학민의 주류인생] 조선은 금주령 내리고도 음주 묵인, 미국은 헌법으로 엄격히 금했으나 밀주만 성행한 결과 낳아 개인이 자신의 뜻으로 술 마시기를 금하고자 결심하면 금주맹세요 금주선언이고, 한 집단이나 사회가 자율적으로 술 마시기를 줄...

  • 조회 수 1709
  • 2008-12-12

전통주 인터넷판매 “인증방법이 발목잡네”

전통주 인터넷판매 “인증방법이 발목잡네” 성인인증, 은행용 공인인증서는 안돼 … 수수료내는 범용인증서만 허용 ‘불편’ … 신용카드·휴대폰 등 방법 다양화해야 전통주를 인터넷으로 살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 제조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한 이모씨는 컴퓨터...

  • 조회 수 1699
  • 2010-07-21

[re]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전통주 울상 >20~30대 젊은층 '사케바' 발길 북적… 수입량 5년 만에 7배, 창업 열풍도 > >와인 열풍에 이어 이번엔 '사케(일본 청주)'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수입주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와인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

  • 조회 수 1693
  • 2008-04-09

2003년 2005년 개정세법해설 (주세법)

파일을 첨부하였습니다.

  • 조회 수 1691
  • 2006-02-17

인사동서 전통酒 축제 열려 [2]

인사동서 전통酒 축제 열려 [연합뉴스 2006-11-14 07:19]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가을을 맞아 서울 인사동에서 이색 전통주(酒) 축제가 마련된다. 한국전통주연구소의 전통주 양조 모임인 `술방사람들(회장 박정철)'은 18∼19일 인사동 주미술관에서 전...

  • 조회 수 1690
  • 2006-11-14

식품첨가물만 603종 … 필수인가, 선택인가

참고하세요.

  • 조회 수 1687
  • 2008-08-22

"전통주로 칵테일 만들어요"

"전통주로 칵테일 만들어요"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중앙탑공원 내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이 일본인 문화 얼리어답터들의 집결지로 각광받고 있다. 탄금호반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리쿼리움 음주체험관에서 이곳을 찾은 일본인 30여 명이 제공된 레...

  • 조회 수 1680
  • 2010-07-08

이천시, '무감미료 이천쌀막걸리' 시음회 개최 file

-> 31일 이천시청 직원식당에서 열린 '이천쌀막걸리 시음회'에 조병돈 이천시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막걸리를 마셔보고 있다. 이천시, '무감미료 이천쌀막걸리' 시음회 개최 임금님표 이천쌀로 만들어 쌀 소비 증가 기대 이천시는 31일 시청 직원식당에서 조...

  • 조회 수 1679
  • 2010-09-03

롯데주류, 서울탁주와 손잡고 막걸리 수출

롯데주류, 서울탁주와 손잡고 막걸리 수출 롯데주류가 서울탁주와 손잡고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한다. 롯데주류는 12일 국내 최대 막걸리 업체인 서울장수주식회사와 막걸리 일본 수출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장수주식회...

  • 조회 수 1678
  • 2010-07-12

2006 대한민국 건강밥상전

[농림부] 2006 대한민국 건강밥상전 개최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11-22 12:30] 요즘 건강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조차 불안해지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식탁을 확 바꿔 줄 건강밥상에 여러분들이 초대된...

  • 조회 수 1668
  • 2006-11-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