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④김천 과하주

조회 수 1534 추천 수 2 2010.08.03 10:47:00




->조선시대 말엽까지 일본과 중국까지 명성을 드날린 한국 국주(國酒) 김천 과하주. 주도 16도짜리와 23도짜리 두가지를 빚는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물맛에 감탄한 과하천 바위에 조선말엽 과하주를 빚는 원천수로 쓰였다는 뜻의 '금릉주천(金陵酒泉)'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④김천 과하주
三山二水의 고장 김천이 빚어낸 명주, 무더운 여름에 진가 발휘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우리 술 김천 과하주는 지금이 바로 제철이다.
한여름 밤 과하주를 만난 애주가 이상호(66·하회탈춤 인간문화재) 씨는 열대야도 상관없다는 듯 술상을 앞에 두고 '마시지 않고 더는 못 배기겠다'는 표정이다. 가마솥 더위에도 변치 않는 신기한 약주.

이 씨는 "김천 과하주의 유명세는 전국에 떨쳤지. 예부터 모르는 이가 없었으니까…"라고 했다.

여름나기에 좋은 술이어서 이름이 과하주(過夏酒)라고 한다.

◆일본과 중국에도 명성을 떨친 김천 과하주

"김천 과하주는 경북뿐 아니라 전국에 명주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술 빚는 방법을 배워 갔지요. 그런데 여기서 배운 대로 해도 맛이 김천과 같지 않아 다들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김천 과하주(김천 대항면 향천리 791의 1) 대표 송강호(70) 씨는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인 김천의 샘물에 특이한 신비가 있어 과하주는 김천 이외의 지역에서 빚으면 제대로 맛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김천 향토지 금릉승람(1702년)에도 '과하주의 술맛 비결은 김천 물맛에 있다'고 적혀 있다. 과하주는 조선주조사, 증보산림경제, 주방문 등 12가지의 고서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예부터 그 명성은 대단했다.

김천(金泉)의 지명부터 '금샘'이니 더 이상 물맛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노르스름한 빛깔도 구미를 자극하지만 약간 시면서 쌉싸름한 맛과 달작지근한 뒷맛은 다시 잔을 입으로 끌어당기게 한다.

한 모금을 넘긴 애주가 이 씨는 한마디로 "짝짝 달라 붙는다"라고 표현한다. 이 씨 말처럼 점성이 높다. 손에 묻으면 끈적거릴 정도다.

"과하주는 물좋고 산좋은 김천의 풍광을 그대로 우려낸 술이지요. 그 악독한 일제도 과하주 명맥만큼은 끊지 못했으니까요." 일제 치하에서도 한일합작으로 김천주조㈜라는 회사가 과하주를 생산했다. 일본에도 수출했다.

김천시내 남산동에 있는 샘 '과하천'(過夏泉·도문화재 자료 228호)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물맛을 보고 감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882년 돌판에 새겨놓은 금릉주천(金陵酒泉)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김천의 옛 지명인 금릉과 과하천의 이름이 생겨난 것도 명 장수 이여송과 얽혀 있다. 과하주는 이처럼 수백 년에 걸쳐 일본인과 중국인이 이구동성으로 감탄한 우리술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송 씨의 과하주 자랑은 김천특산 지례 흑돼지고기로 이어진다.

"과하주엔 지례 흑돼지 구이가 제격입니다. 껍질과 비계를 그대로 붙여 구워도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는 지례흑돼지는 유명하지요. 김천 직지사의 황악산 야생버섯과 참나물, 곰취같은 산나물도 좋고 두부, 묵도 과하주와 잘 어울립니다."

◆분재화된 전통주, 국주(國酒)지원책 세워야

"문화재위원들은 '원형 보존만 하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 도가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신세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줘야만 기업 생명이 유지되는데…."

'아무리 무형문화재라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산업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고 탈춤 예능보유자인 이 씨와 과하주 기능보유자 전수조교 송 씨는 한목소리를 낸다. 호남과 충청지방은 굴지의 전통주 업체가 탄생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경북은 모두 작달막한 키의 '분재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맥주, 양주, 소주를 포함해 전체 주세 중 전통주 비중은 고작 0.09%이다. 전통주가 큰 세원이 되지 않고 있다. 현행 주세율 72%에 절반(50%)만 적용하는 전통주 주세를 8%만 매기는 일본처럼 확 줄여야 한다는 게 도가 주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신문, 방송의 광고 금지와 판매량 제한도 풀어줘야 한다.

"주류공업협회에서 나서 전통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소주, 맥주업계만 보호할 게 아니라 이제는 국주 보호차원에서 우리 전통주 육성에 나서야 합니다."

일본은 현재 전통주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일본 전통주 업계는 벌써부터 한국시장을 노리고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다시 일제 때처럼 정종을 앞세워 '재침'을 꿈꾸고 있다. 자칫 소주, 맥주시장 잠식을 우려해 전통주를 위축시키다가는 기존 대중주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것.

"그 유명한 선산약주가 망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알아주던 경북의 술이 아닙니까? 이제 추억의 술이 돼 잊혀갑니다"

애주가 이 씨는 3년 전 문을 닫은 이웃 선산약주에 대해서도 안타까워 한다. 쌀이 남아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미는 떡볶이 공장에는 한 가마(18㎏)에 8만원, 술도가엔 14만원이다.

"팔 수 있는 양을 하루 30병에서 50병으로 늘려줬다고 규제를 풀었다는 겁니다. 떠들면 10병 더 늘려 주고… 이게 전통주법 개선입니다."

담배 소비세처럼 지방세로 이관해 달라는 전통주 주세법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산물을 발굴해 창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일본은 세금도 없고 그냥 막 빚어서 그대로 파는 전통주특구도 조성해 두고 있지않습니까. 적어도 전국 130여 전통주 도가 주인들이 품위유지는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송 씨의 넋두리에 또 기가 죽은 애주가 이 씨는 '김천 과하주 축제' 프랑스 포도주 '보졸레 누보' 처럼 '햇 과하주 누보' 이벤트를 판촉 아이디어로 제안했다.

매일신문 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2010/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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