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조회 수 1843 추천 수 0 2010.09.28 14:19:28


-> ▲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의 정석태 양조기술연구실장이 아직 덜 된 녹파주를 용수에 걸러 맛보고 있다. 한창 발효 중인 술단지에 귀를 대보면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을 때 나는 끓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진명 기자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국립농업과학원 양조기술연구원들
2012년까지 15개 술 현대화… 가정용 '간편양조기' 개발중
"우선 한 잔 맛을 보세요. 그래야 이해가 쉽습니다."

만나자마자 술부터 권하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정석태 연구관은 명함을 교환하기 무섭게 술잔을 내밀었다. 13일 오전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농식품자원부 발효이용과 양조기술연구실엔 참한 술주전자까지 놓여 있었다.

갓 우린 녹차처럼 맑은 노란색 액체가 술잔 속에서 찰랑거렸다. 향은 은은했다. 한모금 머금으니 웬걸, 술맛은 담담한 첫인상과 전혀 달랐다. 강렬한 단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달죠? 고문헌대로 복원한 '아황주'랍니다."

◆2012년까지 우리술 15종 복원

'대낮부터 술판을 벌여도 괜찮은 공무원'. 농담 섞인 말이지만 그게 바로 양조기술연구실 직원들이다.

국립농과원 농식품자원부는 '한국형 식문화 확산'을 업으로 한다. 우리 농산물로 좋은 식품을 개발해 한식을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다. 발효이용과는 김치·된장·식혜처럼 발효가공 기술이 필요한 식품을 주로 다룬다. 조금씩 전통주 연구를 하다가 2006년 양조센터를 만들었고, 2008년 양조기술연구실로 독립시켜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란 중대작업을 시작했다. 산림경제·산가요록·수운잡방·음식디미방 같은 옛 문헌을 뒤져가며 전통주를 복원한다.

양조기술연구실에 들어서면 쌀 됫박과 소줏고리 따위가 잔뜩 놓여있다. 술밥을 짓는 세미증자실(洗米蒸煮室)엔 쌀 30㎏를 한 번에 찔 수 있는 들통이 가득하고, 밑술을 익히는 주모발효실(酒母醱酵室)도 따로 있다. 같은 전통주라도 문헌마다 기록된 제조법엔 차이가 있어, 여러 번 만들어 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끝에 2008년 삼일주(三日酒)·황금주(黃金酒)를, 작년 녹파주(綠波酒)·아황주(鵝黃酒)를 되살려냈다. 올해 도화주(桃花酒)·석탄주(惜呑酒)·벽향주(碧香酒) 3종류를 복원하고 2012년까지 15개 전통주를 현대화할 예정이다.

◆대중화 위해 간편양조기 개발

전통주 복원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민간에서 복원한 술만 800~1000종에 이른다. 국립농과원이 나선 것은 일정량 이상 생산해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빚어 마시던 전통주 대부분은 발효미생물·효모가 살아있다. 증류·살균하지 않고 팔면 유통 중 추가 발효가 일어나 맛이 변하기 일쑤다.

"고문헌대로 복원만해서는 대중화가 어렵습니다. 발효 정도나 기호성을 조절할 기술을 개발해 보급해야 일반 판매가 가능하죠." 예컨대 단맛이 너무 강한 아황주는 알코올도수를 13도에서 16도로 올릴 예정이다. 쉽게 변하는 걸 막으면서 단맛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서다. 양조기술연구실엔 10~20㎏씩 빚던 전통주를 t단위로 생산했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파악해 보는 '파일로트 주조장치'도 있다. 기존에 복원한 술 중 녹파주는 이렇게 기술을 개발·보급해 시판에 들어갔다.

복잡한 발효·증류 과정을 전기밥솥에 밥하듯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기인 '간편양조기'도 개발 중이다. 메탄올·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을 잘 걸러주는 우리 소줏고리의 장점을 살려 만들고 있다. "한국 전통 소줏고리는 언뜻 보면 증류효율이 떨어지지만, 실은 외국 증류기기와 달리 유해물질을 잘 빼냅니다. 그 기술을 특허내 간편양조기를 만들 겁니다."

찐 쌀가루와 누룩을 함께 포장한 '양조세트'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전통주를 빚어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밀누룩·쌀누룩·보리누룩·옻누룩·홍국 같은 다양한 누룩과 조합하고 한약재·꽃잎·과실도 넣는다면 나올 수 있는 술의 종류는 수천수만가지다.

한귀정 발효이용과장은 "집집마다 술을 빚으면 자연히 전통주 문화가 살아나고 특이한 술을 개발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남아도는 쌀을 효율적으로 쓰기에 우리술만한 게 없어요. 한식과 접목해 건전한 '우리술 문화'를 만들어 가야죠."

조선일보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2010년 09월 1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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