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비법 211가지’ 펴낸 전통주연구가 박록담씨

조회 수 2008 추천 수 43 2006.02.04 1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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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비법 211가지’ 펴낸 전통주연구가 박록담씨
“일제가 맥끊은 가양주 800가지 발굴” / 오철우 기자 이정용 기자

“우리 전통주는 누룩에 앞서 향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통주는 누룩이 중심이고 향기는 뒤로 밀려 있죠. 제대로 빚은 전통주에선 쌀과 누룩만 써도 빚는 방법에 따라 여러 과일향이 났지만, 지금 우리는 구수한 누룩만을 전통주의 별미로 여기게 됐습니다.”
최근 <전통주 비법 211가지>(코리아쇼케이스 펴냄)를 낸 박록담(48·한국전통주연구소장)씨는 30일 “일제시대 이후 90년 동안 ‘가양주’(집에서 빚는 술)의 맥이 끊기면서 전통주의 향도 사라졌다”며 안타까워했다.

“전통주의 향기는 집집마다 정성 들여 빚는 술에서 우러났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 이후에 1995년까지 가양주가 금지되면서 몰래 빚던 밀주는 누룩을 지나치게 많이 써 속성으로 만들기 일쑤였죠.“ 90년 동안 가양주의 공백기에 누룩이 많아져 누룩향이 대표하는 전통주가 자리 잡았고 우리 입맛도 거기에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전국을 누비며 수백 가지 전통주 비법을 찾아온 그는 “본래 전통주에선 누룩을 지금보다 훨씬 적게 쓰고 빚는 방법도 가지가지였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 그가 정리한 전통술 빚는 법은 모두 8가지 갈래다. 가장 흔한 고두밥으로 술 빚기 외에, 죽과 떡을 이용한 술 빚기 방법들도 담겼다. 떡만 해도 6가지다. 개떡으로 빚기, 인절미로 빚기, 또 그밖에 물송편, 구멍떡, 백설기, 범벅으로 빚기가 그것들이다. 그는 “어떤 떡으로 빚느냐에 따라 쌀과 누룩만 썼는데도 복숭아·사과 같은 과일향들이 은은하게 우러난다”고 말했다.

밀주 빨리 빚느라 누룩 많이 써 향 사라져
‘술고래’ 아버지 사 드리다 비법 직접 배워


그는 20여년 동안 전통술 빚기에 매달려왔다. 전통술에 쓰이는 쌀과 누룩·효모 미생물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그는 전통술을 빚는 ‘방법’을 주로 연구하고 재현한다. 지금껏 “800가지 정도” 빚는 법을 모았고, 이 가운데 “470가지는 발표하고 보급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대중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가 처음 전통술과 인연을 맺은 사연이 재밌다. ‘술고래’ 아버지 덕분이었다. “경찰관이셨던 아버지는 술을 즐겨 많이 마셨죠. 찾아뵐 때마다 비싼 양주를 사드렸지만 감당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밀주를 사드리기 시작했고 밀주를 살 때마다 직접 빚는 법을 하나둘씩 배웠죠. 집에서 숱하게 빚기 시험도 했고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그 시절에 전통주을 빚던 농촌 어르신들은 대부분 평균 70살 이었다”며 “모두 사라질 전통주 비법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의무감을 느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한해 10가지씩 13년 동안 130가지를 배워 1980년대 말 <한국의 전통민속주>라는 책을 낸 것이 그를 전통주 전문가로 세상에 알린 계기가 됐다. 그는 지금까지 전통주와 관련해 10권의 책을 냈고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전통주 비법의 으뜸은 ‘빚는 정성’이며 거기에서 우러나는 ‘향기’이다. “고두밥으로 빚은 술은 독한 향을 냅니다. 죽은 부드럽죠. 가지가지 떡들은 풍부한 향을 냅니다. 그건 아마도 떡을 찌고, 치고, 빚은 다음에 술을 빚으니 가공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잔 손질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일 겁니다. 술 빚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수록 향은 좋아지죠.” 술 빚기가 가장 힘들어 무릎까지 까지게 했다는 ‘동정춘’(개떡으로 빚는 술)의 향기가 그의 입에 가장 좋았다고 말한다.

서울 녹번동에 있는 그의 한국전통주연구소(02-389-8611)에선 전통주의 별미를 시음할 수 있다. 그는 다른 전통주 연구자인 전경례·안계희씨 등 5명과 함께 누룩 빚는 법을 정리한 <버선발로 디딘 누룩>을 함께 냈다. 홈페이지는 www.ktwine.or.kr이다.

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酒人

2006.02.05 17:29:36
*.86.75.96

우리나라에 박록담 소장님같은 분이 계시기때문에 우리 술이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평가하기엔 너무나 큰 어른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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