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오늘 밤 한잔 어때

조회 수 1943 추천 수 46 2006.02.11 22:23:40
[중앙일보 이훈범]

인류의 역사는 곧 술의 역사다. 수렵시대에는 과실로, 유목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술을 만들었으며 농경시대에는 곡물을 원료로 술을 빚었다. 이집트에서는 이미 기원전 3000년에 맥주를 만들었고, 6세기 중엽 중국의 양조법은 오늘날과 차이가 거의 없을 만큼 발전한 것이다. 어느 민족이든 기후와 풍토에 맞는 양조법에 따른 저마다의 전통주가 있으며 그로 인해 생활의 멋과 여유를 더할 수 있었다. 예로부터 음주와 가무를 즐겨온 우리 민족에게 어찌 그런 전통주가 없으랴.

우리나라의 술은 가양주(家釀酒)라는 특징이 있었다. 집에서 빚어 마시는 술이라는 뜻이다. 한 가지 술이라도 집안과 지역, 술 빚는 이의 솜씨와 전래 비법에 따라 맛과 향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은 자신이 "직접 담가 본 술 종류만 해도 470여 가지에 이른다"고 말할 정도다. 맛 좋은 술은 집안의 자랑이자 가문의 전통으로 이어져 명가명주(名家銘酒)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일제의 문화 말살정책에 따라 우리의 전통 가양주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고, 첨가물로 맛을 낸 희석식 소주와 시큼털털한 막걸리만이 우리의 술인 양 행세해 왔다. 술맛깨나 안다는 주당들이 이를 멀리 하고 위스키나 포도주 같은 외래주에 빠져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최근 잊혀진 전통주의 맛과 멋을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맥이 끊긴 채 옛 문헌이나 구전으로만 내려오는 전통주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술방사람들(회장 박영덕)'이 손꼽는 전통 명주를 소개한다.

글=이훈범 기자 cielbleu@joongang.co.kr 사진 제공=코리아 쇼케이스

*** 호두주

곡주를 빚을 때 호두를 넣어 발효시킨 술로 약으로도 효과가 있어 '수운잡방'에는 오로칠상(五勞七傷)을 치료하고 기를 보한다고 기록돼 있다. 두 번 빚는 이양주로 멥쌀로 만든 떡에 누룩과 호두를 가루 내어 밑술을 빚고 다시 멥쌀로 지은 고두밥에 다시 호두와 누룩 가루를 버무려 덧술을 한다.

*** 빚는 법

◆ 밑술은 …

(1) 멥쌀 1말을 곱게 가루 낸다.

(2) 솥에 물 1말을 붓고 끓인 뒤 쌀가루에 넣고 개어 차게 식힌다.

(3) 호두 5홉을 찧거나 갈아 누룩 2되와 함께 담에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4)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술이 괴어 오르길 기다린다.

◆ 덧술은 …

(1) 멥쌀 3말로 고두밥을 짓는다.

(2) 물 한동이를 끓여 고두밥에 붓고 고루 섞은 뒤 식힌다.

(3) 호두 1되5홉을 찧거나 갈아 밑술에 누룩 3되와 고두밥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4) 술독에 술밑을 안치고 14일 동안 발효시킨 다음 채주한다.

*** 적선소주='김승지댁 주방문'에 처음 등장하는 술로 적선(謫仙)은 선계에서 벌을 받아 인간계로 귀양 온 선인을 가리키는데 속세에서는 이태백을 말한다. 멥쌀로 죽을 쑨 뒤 누룩을 섞어 밑술을 빚고 술이 끓어 오르면 재빨리 찬 곳으로 옮겨 냉각시키고 찹쌀로 덧술을 한 순곡 증류식 소주다.

*** 하향주=멥쌀로 물송편을 만들어 삶은 뒤 누룩가루와 고루 버무리는데 죽처럼 흘러내리게 하고 덧술과 밑술이 잘 섞이도록 오랫동안 버무려야 한다. 단맛과 함께 은은한 연꽃 향이 난다고 해 하향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 벽향주=평양의 명주로 명성을 날렸다. 멥쌀가루로 범벅을 지어 밑술을 만들고 멥쌀로 고두밥을 짓고 끓는 물을 섞어 덧술을 하는데 빛깔이 맑고 톡 쏘는 맛이 있다. 찹쌀로 빚으면 더욱 향미가 좋아진다.

*** 박문주(방문주)='방문(方文)대로 빚은 술'이란 뜻으로 백설기로 빚은 밑술에 찹쌀로 덧술을 하는데 술이 익으면 감칠 맛이 뛰어나고 독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봄.가을에 빚는 술이며, 가전 비법에 따라 처리방법이 다양하므로 술 빚기가 까다롭다.

*** 감향주=꿀처럼 달고 향기롭다는 데서 이름을 얻었다. 빚는 법이 여덟 가지나 되는데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짧은 시간에 당화와 발효를 시키는 게 비결이다.

*** 송순주=이른 봄 곁가지에 자라나는 솔순을 채취해 두었다가 덧술을 빚을 때 넣고 발효시키는 가향주로 주독 해소에 좋고 위장병과 풍치, 동맥경화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하여 노인들을 위한 반주로 널리 이용됐다.

*** 점주=찹쌀로 빚어 끈적거릴 정도로 달짝지근한 술이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특히 녹두 누룩을 사용하는 고급 단양주로 어느 술보다 물이 적게 들어간다.

*** 백화주=밑술용 쌀가루를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한데 부재료로 사용되는 밀가루의 침전에 유의해야 한다. 술 이름에 담긴 의미 그대로 발효가 종료된 이후에도 덧술로 넣은 고두밥알이 술 위에 말갛고 하얗게 떠올라 동산 위에 백화가 만발한 꽃밭을 연상시킨다.

*** 석탄주=맛과 향이 너무 뛰어나 '차마 삼키기 어렵다' 해서 석탄주라는 이름을 얻었다. 멥쌀로 죽을 쑨 뒤 누룩과 섞어 빚은 밑술에 찹쌀로 덧술을 하는데 밑술의 죽을 푹 퍼지게 해야 진한 향기와 달고 부드러운 맛이 나온다.

*** 호산춘=전북 익산의 옛 명칭인 호산(壺山) 지방의 특주. 쌀가루 범벅으로 만든 밑술을 발효 후 막걸리로 만든 뒤 고두밥과 고루 버무려 덧술을 빚고 따뜻한 곳에서 발효시킨 술로 강한 향기와 함께 자극적인 맛을 자랑한다.

*** 향온주=흔히 쓰는 누룩이 아닌 향온국이라는 특수한 누룩을 발효제로 빚어 독특한 향과 맛을 낸다. 끓는 물을 뜨거운 고두밥에 붓고 밥이 물을 다 빨아들이면 차게 식혀서 술을 빚는다. 서울지방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임금이 마시는 술이라 하여 어주라고도 한다.

*** 부의주=물을 끓여 차게 식힌 뒤 빚으며 술이 다 익으면 밥알이 가라앉으므로 밥알을 뜨게 해 마시는데 숙성 중 떠오른 밥알이 마치 어린 개미와 같다고 해서 부의주라 한다.

*** 동양주=멥쌀로 떡을 빚고 누룩과 섞어 발효시킨 밑술에 찹쌀로 덧술을 해서 빚는다. 겨울철에는 고급 방향주로 꿀맛과 같은 느낌이 있다.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2741 2018-12-17

“남는 쌀 안동소주로”

[한겨레] “남아도는 쌀, 전통소주 한잔으로?” 수입개방과 쌀 소비 감소 등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쌀로 만든 전통소주가 쌀 소비를 촉진하는 효자노릇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동시는 80kg 쌀 한 가마니로 제조할 수 있는 주류별 생...

  • 조회 수 2597
  • 2006-04-19

“농업도시 괴산”

“농업도시 괴산” [대전일보 2006-04-09 23:33] [塊山]괴산군이 농업관련 특허를 잇따라 등록하고 있다. 괴산군은 지난달 고추를 발효시킨 ‘고추식초 제조법’이 특허를 받은데 이어 지난해 6월 출원한 ‘고추술 제조법’도 9개월여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최근 특...

  • 조회 수 1878
  • 2006-04-10

청명과 한식

청명과 한식 [대전일보 2006-04-05 23:33] 청명(淸明)은 24절기의 하나로, 양력 4월 5-6 일쯤 온다. 따라서 식목일이나 한식(寒食)과 겹치곤 한다. ‘깨끗하고 맑다’는 청명은 이 무렵부터 날이 풀리고 화창해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 조회 수 2235
  • 2006-04-05

“서유구, 개인의 삶 질적향상 추구”

[경향신문] 지금까지 농학자 정도로 알려진 풍석 서유구(1764~1845)를 다산 정약용과 함께 조선 실학의 집대성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정약용이 경학 연구 등을 통해 경세치용의 실학을 집대성했다면 서유구는 박지원·박제가 등의 북학...

  • 조회 수 2139
  • 2006-03-19

주세법에 의한 주류의 종류

1. 주정 가. 전분 또는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 물료를 발효시켜 알콜분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나. 알콜분이 포함되어 있는 물료를 알콜분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 2. 발효주류 가. 탁주 (1) 곡류와 국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지 아니하...

  • 조회 수 2085
  • 2006-03-08

“인공감미료가 암발생 높여”

저칼로리 음료와 식품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인공감미료가 백혈병과 임파선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영국 BBC방송은 14일 이탈리아 암연구소의 모란도 소프리티 박사가 암전문지 ‘유럽임상종양학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

  • 조회 수 1645
  • 2006-03-08

2003년 2005년 개정세법해설 (주세법)

파일을 첨부하였습니다.

  • 조회 수 1665
  • 2006-02-17

국세청 사칭 환급금 사기 피해 주의하세요!

○ 지난 11월 방송 및 언론보도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12월8일부터 다시 국세청 징세과를 사칭하여 환급해준다며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 하고 있습니다. - "국세청입니다. 연말정산 환급이 있사오니 국세청 징수과로 연락바랍니다. 063-228-0877, 03...

  • 조회 수 1745
  • 2006-02-17

"양조기술교실" 을 운영합니다.

국세청기술연구소에서는 2005년에 이어 금년 1차 “양조기술교실”을 아래와 같이 운영하기로 하였으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양조기술교실 o 취지 :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세정”의 일환으로 우리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제고와 주류산업의 ...

  • 조회 수 2036
  • 2006-02-17

부산일보 기사에서........

사랑방 아랫목에 담요로 둘둘 말아 놓은 술독. 거품이 뽀글뽀글 커지면,하늘의 달도 차올랐다. 술독 위에 뜨는 맑은 술을 걷어내 대병 한 병 가득 채울 무렵,대보름이 되었다. 어른 아이 없이 겨울 냉기로 쟁인 차가운 술에 귀밑이 벌개졌다. 귀병을 낫게 하고...

  • 조회 수 2367
  • 2006-02-16

‘스펀지’ 때문에 화재·화상 줄이어 [1]

‘스펀지’ 때문에 화재·화상 줄이어…‘진드기퇴치법’ 따라하다 시청자들 ‘봉변’ [쿠키사회] ○…KBS2TV의 정보성 오락프로 ‘스펀지’에서 방송된 ‘진드기 퇴치법’을 따라하던 다수의 시청자들이 화재,화상 등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스펀지’...

  • 조회 수 2210
  • 2006-02-14

여보 오늘 밤 한잔 어때

[중앙일보 이훈범] 인류의 역사는 곧 술의 역사다. 수렵시대에는 과실로, 유목시대에는 가축의 젖으로 술을 만들었으며 농경시대에는 곡물을 원료로 술을 빚었다. 이집트에서는 이미 기원전 3000년에 맥주를 만들었고, 6세기 중엽 중국의 양조법은 오늘날과 차...

  • 조회 수 1943
  • 2006-02-11

<오후여담>귀밝이술

[문화일보 2006-02-11 13:11] 우리 민족의 음주 기록은 멀리 부족국가 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 간다.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의 집단 행사 때면 술을 마셨다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백제의 ‘수수...

  • 조회 수 1899
  • 2006-02-11

전통주 연구소 박록담 선생

전통주 연구소 박록담 선생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모 교수의 책에서 읽은 글귀이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모든 정성을 쏟고 인생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갑자기 숙연해...

  • 조회 수 6359
  • 2006-02-09

주류관련 학과가 새로 생겨 알려드립니다 [1]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http://www.suv.ac.kr)라는 곳인데요. 2006년3월부터 발효식품과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과를 소개하는 내용을 조금 옮겨 보면 <주류산업의 리더, 건강 기능성식품의 미래를 개척하는 첨단 발효식품과학과 우리나라의 주류산업 및...

  • 조회 수 3118
  • 2006-02-09

소주 순해지고 전통주 독해지고 [1]

소주업체와 전통주 업체가 알코올 도수를 놓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주 업체들은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데 중점을 두는 반면 전통주 업체들은 오히려 높여 가고 있다. 양측 모두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판매를 높여보겠다는 전략이지만 시장에서 어...

  • 조회 수 1907
  • 2006-02-09

"술방사람들" 전통술 발표회 [1]

한국전통주연구소 내 모임인 ‘술방사람들’은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서호갤러리에서 전통 술 발표회를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연꽃 향이 나는 ‘하향주’를 비롯해 과하주 송화주 등 전통 술 수십 종을 맛볼 수 있다. 동아일...

  • 조회 수 2002
  • 2006-02-07

안성 술박물관 박영덕 관장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시조이다. 한잔 두잔 오가다보면 슬픔을 지워주고 기쁨을 더해주는 술. 낯선 사람...

  • 조회 수 3634
  • 2006-02-07

"전통주 비법 211가지’ 펴낸 전통주연구가 박록담씨 [1]

<br><br> "전통주 비법 211가지’ 펴낸 전통주연구가 박록담씨 “일제가 맥끊은 가양주 800가지 발굴” / 오철우 기자 이정용 기자 “우리 전통주는 누룩에 앞서 향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통주는 누룩이 중심이고 향기는 뒤로 밀려 있죠. 제대로 빚은 전통주에선 ...

  • 조회 수 2000
  • 2006-02-04

위기의 민속주…고객들 외면

[서울신문]‘안동소주, 문배주, 두견주….’ 한국인이면 누구나 다 아는 민속주지만 경영실적은 ‘빛좋은 개살구’다. 한국의 술맛을 대표하는 민속주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명절 선물용’이란 의식에다 ‘신세대 입맛에 맞지 않는다.’ 등 판매부진 이유도 가지가지...

  • 조회 수 1556
  • 2006-01-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