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맛있는 술 두고도 못 즐기는 한국인 아쉬워”

조회 수 1221 추천 수 0 2018.11.08 21:29:12
전통 술 만들어 먹는 존 프랭클 연세대 교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훌륭한 맛 내는 술 드물어”
존 프랭클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전통 소주를 소개하며 술 제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

"시중에서 파는 술이 너무 맛이 없더라고요."

존 프랭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원 교수는 집에서 증류식 소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특이한’ 외국인이다.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반은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이 보통 호평하곤 하는 시중 소주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프랭클 교수는 더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2010년부터 집에서 술을 담가 마시기 시작했다. 제대로 술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 먹고 2013년부터 한국가양주연구소 등에서 초급부터 고급 과정까지 모두 마스터 했다.


“술을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 시중 술은 마시기 힘듭니다. 이렇게 좋은 전통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인들이 천편일률적인 맛의 소주만 마시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프랭클 교수에 따르면 소주의 맛은 재료에서 90% 이상 결정된다. 잘 띄운 누룩에 질 좋은 쌀만 있으면 술맛은 이미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쌀과 누룩을 넣고 너무 덥지 않은 봄 가을 겨울에 상온에서 잘 발효만 시키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술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쑥이나 송홧가루 등 제철 재료를 가미하면 금상첨화죠."

잘 발효된 술은 가라앉은 부분은 탁주로, 위로 떠오른 맑은 술은 청주로 즐길 수 있다. 이 청주를 증류기에 넣고 가열하면 전통 소주를 맛볼 수 있다. 온도에 따라 증류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조절할 수 있어 40도 넘는 고도수 소주도 만들 수 있다.

프랭클 교수는 “잘 빚어진 청주를 증류하면 얻을 수 있는 소주는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식 증류 소주는 비용과 시간 등을 많이 투자해야 맛볼 수 있는 고급 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만든 40도짜리 소주를 시음해 봤다. 높은 도수라 첫 맛은 중국 술 고량주처럼 썼지만 뒷맛은 찹쌀 특유의 단맛이 느껴져 담백했다.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실 때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거북한 뒷맛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프랭크 교수는 "고급 위스키는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느낌을 누르며 술을 마셔야 하지만,한국 전통 소주는 독해도 자연스럽게 위로 흘러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며 “좋은 재료로 증류해 만든 한국 소주는 많이 마셔도 다음날 심한 숙취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 소주를 만드는 외국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간혹 오해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만든 술을 나눠 달라거나, 술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가 정기적으로 술을 나눠주는 친구를 포함해 그의 전도(?)로 주(酒)님 만들기 삼매경에 빠진 외국인 친구도 여럿 된다. 위스키의 고장인 스코틀랜드 출신 친구도 그의 소개로 한국 소주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프랭클 교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술을 얻을 수 있는 건 한국 술의 최대 장점”이라며 “특히 오랜 시간을 쓰지 않고 주변의 좋은 사람과 술을 나눠 먹는 것도 술을 만들어 느낄 수 있는 행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현대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의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된 현대문학 수업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도 종종 있다고 한다. 프랭클 교수는 같은 문학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끼리 토론하는 수업도 자주 진행한다. 이런 토론이 문학을 즐기는 더 다양한 방식을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랭클 교수는 “술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술을 다른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나만의 술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랭클 교수는 은퇴 후 전통 술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수제 주류 업계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하지만 술을 일이 아닌 취미로 즐기고 싶은 게 프랭클 교수의 바람이다.

그는 “술 만드는 게 직업이 되면 지금의 기쁨을 느낄 수 없을 거 같아 걱정이지만, 내가 만든 소주가 주점 진열대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웃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 http://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6041077020732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2745 2018-12-17

전통주 연구소 박록담 선생

전통주 연구소 박록담 선생 "미치지(狂) 않으면 미치지(及)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 일이란 없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모 교수의 책에서 읽은 글귀이다. 어떤 한 가지 일에 모든 정성을 쏟고 인생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보면 갑자기 숙연해...

  • 조회 수 6360
  • 2006-02-09

정품연태고량주 '조심'...허용외합성첨가물 검출.회수

정품연태고량주 '조심'...허용외합성첨가물 검출.회수 【대전=뉴시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정품연태고량 34%'에서 허용외합성첨가물인 '싸이클라메이트'가 검출돼 대전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대전식약청)이 회수에 나섰다. 18일 대전식약청에 따르면 대전 ...

  • 조회 수 5950
  • 2007-05-02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9)경주 교동법주 file

-> 경주최씨 가양주인 교동법주가 300여년이나 빚어지고 있는 교촌주손 최경 씨의 자택 물봉진사 고택이다. 이 고택 마당에는 전통주 발효에 가장 알맞은 수백년된 우물이 있다. -> 경주 교동법주와 함께 약식과 송화다식, 소고기 육포와 명태 보푸라기, 김치...

  • 조회 수 5458
  • 2010-09-10

전남도, 농산물 유통·가공업체 적극 육성

[연합뉴스 보도자료 2006-05-18 15:30] [전라남도청] 전남도, 농산물 유통·가공업체 적극 육성 -소비촉진·가격안정 위해 경영컨설팅비 및 가공원료 수매자금 지원- 전남도는 도내 농산물의 소비촉진과 가격안정을 위해 농산물유통, 가공업체를 적극 지원·육성...

  • 조회 수 4805
  • 2006-05-18

햅쌀 막걸리대회 ‘주인(酒人)’은 누구 ?

햅쌀 막걸리대회 ‘주인(酒人)’은 누구 ? 가양주연구소, 20일 선발대회 햅쌀로 빚은 막걸리가 한데 모여 품질을 가리는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린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0 대한민국 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를 열기로...

  • 조회 수 4194
  • 2010-11-05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와인 이어 사케(일본 청주) 공습… 전통주 울상 20~30대 젊은층 '사케바' 발길 북적… 수입량 5년 만에 7배, 창업 열풍도 와인 열풍에 이어 이번엔 '사케(일본 청주)'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수입주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와인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

  • 조회 수 3861
  • 2007-12-05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뽑는다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뽑는다 경기, 우리쌀 소비촉진 위해 … 20일 코엑스서 경기도가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 명장·가양주 주인(酒人) ...

  • 조회 수 3810
  • 2010-11-18

안성 술박물관 박영덕 관장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시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옴세, 백년덧 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경기 안성에 위치한 술박물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시조이다. 한잔 두잔 오가다보면 슬픔을 지워주고 기쁨을 더해주는 술. 낯선 사람...

  • 조회 수 3638
  • 2006-02-07

경기도,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개최

경기도,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개최 경기도는 오는 11월 20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를 개최한다. ...

  • 조회 수 3627
  • 2010-11-18

식음료, 산소 사냥 나섰다 file [88]

-> 밀폐캡으로 산소를 차단한다=밀러브루잉코리아의 ‘그롤쉬’는 맥주병 입구에 산소를 차단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윙탑’ 병마개를 장착했다. 스윙탑은 오프너로 병 뚜껑을 따거나 손으로 돌려 따는 트위스트 오픈캡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타입...

  • 조회 수 3547
  • 2010-09-03

경기도,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선발

경기도, 전국 최고 떡-가양주 명인 선발 (수원=송동근기자) 경기도가 전국 최고의 떡 및 가양주(家釀酒-집에서 빚은 술) 명인을 선발한다. 도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떡과 술을 ...

  • 조회 수 3230
  • 2010-11-18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의 가볼만한 곳②

한국관광공사 추천 11월의 가볼만한 곳② 물맛 따라, 술맛 따라, 한국의 전통주를 찾아서 3대째 가업으로 막걸리맛 이어간다 한국관광공사는 “물맛 따라, 술맛 따라, 한국의 전통주를 찾아서”라는 테마 하에 2010년 11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270년을 이어온 양...

  • 조회 수 3137
  • 2010-11-04

쑥고개엔 쑥이 없다

[심상덕의 서울야화 (3)] 쑥고개엔 쑥이 없다 [서울신문 2006-04-21 09:00] [서울신문]절기의 변화는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잘 한번 보세요, 양지바른 쪽으로는 벌써 풀잎들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고, 또 들판에 나가 보면 그 왜 쑥 있잖아요, 이...

  • 조회 수 3128
  • 2006-05-02

주류관련 학과가 새로 생겨 알려드립니다 [1]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http://www.suv.ac.kr)라는 곳인데요. 2006년3월부터 발효식품과학과가 신설되었습니다. 이 과를 소개하는 내용을 조금 옮겨 보면 <주류산업의 리더, 건강 기능성식품의 미래를 개척하는 첨단 발효식품과학과 우리나라의 주류산업 및...

  • 조회 수 3123
  • 2006-02-09

경기도, 전국 떡.막걸리 명인 선발대회

경기도, 전국 떡.막걸리 명인 선발대회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가 전국 최고의 떡 및 가양주(막걸리) 명인을 선발한다. 도는 11일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로 떡과 술...

  • 조회 수 3112
  • 2010-11-18

집에서 담근 술 ‘가양주’빚는 사람들

최근 들어 ‘별’ ‘아침이슬’ 등 소주의 이름이 다양해지고 있다. 오십세주, 레몬주, 오이주를 즐기던 젊은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술에서도 찾기 시작했다. 우리술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술 만들기 강좌의 증가, 술 동호회의 활성화 등과 맞물려 가양...

  • 조회 수 3111
  • 2006-07-28

[뉴스테이션/뉴스데이트]핀란드인 따루 “주모라고 불러줘”

박제균 앵커)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를 아시는 분들 많을 겁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모습으로 인기를 얻었죠. (구가인 앵커) 따루 씨는 스스로를 자칭 막걸리 홍보대사라고 소개...

  • 조회 수 3021
  • 2010-11-04

獨맥주·佛와인 무관세되면 국내 주류시장 잠식할 우려 [1]

한·EU FTA, 피해 산업은 獨맥주·佛와인 무관세되면 국내 주류시장 잠식할 우려 BMW 등 자동차도 가격 13% 하락 예상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수석대표인 김한수(왼쪽) 통상교섭본부 FTA 추진단장과 이그나시오 가르시아 베르세로 EU 집행위 통...

  • 조회 수 3021
  • 2007-05-07

경기도, '집에서 빚은 술' 전국 최고 뽑는다 [71]

경기도, '집에서 빚은 술' 전국 최고 뽑는다 | 기사입력 2011-08-09 15:13 광고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가양주(家釀酒)는 말 그대로 '집에서 빚은 술'로, 우리 조상은 가정에서 술을 빚어 제사나 집안 행사에 사용했다. 집집이 술 ...

  • 조회 수 3015
  • 2011-08-28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 오는 20일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우수한 우리 쌀을 널리 알리고, 쌀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쌀로 떡과 술을 빚는 “2010 대한민국 떡명장·가양주 酒人 선발대회”가 열린다. 경기도가 마련한 대회의 ‘떡 명장 선발’은 전국 떡 기...

  • 조회 수 2960
  • 2010-11-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