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명주가 나오기 힘든 이유

조회 수 3340 추천 수 0 2018.10.27 21:21:45

우리나라에 명주가 나오기 힘든 이유?


누구나 소곡주를 만들면 그게 소곡주인가, 누구나 안동소주를 만들면 그게 안동소주인가, 누구나 고소리술을 만들면 그게 고소리술인가. 누구나 홍주, 감홍로, 죽력고를 만들면 그게 홍주이고 감홍로이고 죽력고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누구나 소곡주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안동소주를 만들 수 있고, 누구나 고소리술을 만들고, 누구나 홍주, 감홍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전라도에서 우도땅콩막걸리를 만들고, 경기도에서 제주 감귤막걸리를 만드는 것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소곡주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소곡주라는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소곡주라는 기준이 없으니 내가 그곳에서 술을 만들면 그게 소곡주입니다. 


안동소주는 명인 안동소주, 민속주 안동소주, 일품안동소주 등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동소주는 어떤 소주인지 기준이 있나요? 예를들어, 안동소주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안동지역의 쌀을 이용하고, 안동지역에서 생산해야 하고, 안동에서 몇 년 이상 숙성해야 하고, 상압 or 감압으로 증류해야하고 등등의 어떤 기준이 있어야 이것을 안동소주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이 없으니 안동소주를 만들고 싶은 사람은 그냥 안동에 양조장 차리고 ~ 안동소주라고 이름 010-3770-5972 되는 것이죠. ‘안동소주’라는 유명 명칭을 이용해 저렴한 상품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대량으로 유통한다면 그게 곧 안동소주가 되는 것이 지금 술 산업의 현실입니다. 


소곡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소곡주 제조에 대해서 어떤 기준이 있나요? 쌀은 지역쌀을 사용해야 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며, 지역의 물을 이용해야 하고, 기본 삼양주 제조법으로 만들어서  100일 이상을 숙성하고, 넣는 약재는 어떤 것이 가능한지 기준이 없습니다. 그냥 한산지역에 가서 주민들과 잘 어울리다가 소곡주 제조장을 차리고  ~ 소곡주 라는 이름을 붙여서 소곡주라고 판매하면 그것이 소곡주가 되는 것입니다. 


고소리술도 그렇죠. 고소리술은 쌀이 귀한 제주에서 좁쌀 등을 이용해 발효시킨 술을 증류한 술을 고소리술이라고 하죠. 고소리술은 기준이 있나요? 좁쌀만, 좁쌀과 보리를, 쌀도 섞어서 발효시키고 이것을 어떤 증류기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숙성해서 만들어야지만 그것을 ‘고소리술’이라고 하자라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럼 이런 것을 누가 해야할까요? 농림부? 국세청? 식약처? 나?^^ 모두 아닙니다. 이것은 지역의 술 제조자들이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제시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제조자들은 새로운 사람이 자신의 술과 비숫한 술을 만들면 비난하거나 자신의 술이 더 좋은 술이라고 하겠죠. 그래봐야 같이 죽는 것입니다. 사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술들이 각기 다른데 어떤 공통된 협의를 이루어낸다는 것이 매우 힘들 것입니다. 말처럼 쉽지 않죠. 그래도 해야 합니다. 


안동소주는 안동의 쌀로 안동에서 생산해야하며, 상압증류를 이용해 3년 이상, 옹기에 숙성해야한다는 어떤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홍주도, 소곡주도, 고소리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지금 기준을 만들어 놓지 못하면 언젠가는 지역의 명성만을 이용해 술을 판매하는 것이 어렵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입니다. 자본이 있는 사람들이 그 지역에 들어와 기준 없이 지역의 명성을 이용해 술을 대량으로 생산해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하루 빨리 지역의 술 제조자들이 뭉치고 협의해 지역의 명성을 높이고 술의 품질이 높은 술을 시장에 내 놓길 희망합니다. 


우리에게도 꼬냑, 알마냑, 데킬라, 샴페인 등과 같은 지역의 명성이 곧 명주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소곡주란 어떤 술인지 기준을 만들어 봅시다. 안동소주는 어떤 증류주인지 기준을 만들어 봅시다. 고소리술은 어떤 술인지 기준을 만들어 봅시다. 홍주는 어떤 술인지 기준을 만들어 봅시다. 기준을 만들어 표준화된 술 맛을 가진 술을 만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기준이 되는 제조법을 만들어 일정한 품질 이상의 술을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여수여풍

2019.04.16 20:03:10
*.96.244.124

멋지십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38403
864 여러분께 이 상장을 바칩니다. [10] 酒人 2011-01-03 3350
863 교육관련해서 궁금하게 있어요^^ [2] 아롱 2014-11-05 3345
862 인삼주 만들기 [3] 선버스트 2007-03-17 3343
861 [▶한국양조과학회]추계학술대회 안내 11/23(금)고대교우회관 file [2] 조영진(부 2007-11-14 3341
» 우리나라에 명주가 나오기 힘든 이유 [1] 酒人 2018-10-27 3340
859 호산춘덧술 예그린 2013-09-29 3338
858 펌) 전통주 등의 홍보전시․교육관 운영기관 모집 공고 [1] 모래요정 2011-10-05 3334
857 막걸리 제조장 견학 및 탁사발 만들기 체험 관리자 2010-02-16 3333
856 완전대박 첫 삼양주^^ [3] 얌얌이 2011-08-25 3329
855 가양주연구소 난지여름캠프 file 빈술항아리 2011-06-27 3314
854 드디어 완성된 삼양주 호산춘 file [2] 酒人 2006-03-12 3313
853 2014년 5월 전통누룩학교 (마감) file 누룩 2014-03-29 3312
852 오랜만에 들리네여. 이지예 2019-08-09 3310
851 정화수(井華水, 새벽에 처음 길은 우물물) 酒人 2006-02-16 3303
850 행복에 대하여... 둘레길 2013-04-01 3299
849 뒤늦게 깨달은 한가지 file [1] 술은 술, 물은 물 2019-03-12 3293
848 한국전통주교육연구원 설립 [10] 관리자 2010-08-18 3293
847 외람되오나,번거로우 시더라도... file [2] 섬소년 2009-04-14 3284
846 1월 1일 마시는 도소주 시음 및 약재 배포 [18] 酒人 2014-01-23 3283
845 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1] 누룩 2011-08-31 3281
844 <b>식객-소주의 눈물 편에 나오는 소주내리기 시연</b> [3] 酒人 2007-11-27 3280
843 <b>(사)한국가양주협회 전통주교육센터 내부사진</b> file [5] 酒人 2009-07-28 3278
842 Korea Food Expo 2011 누룩 2011-11-08 3277
841 <b>봄 술빚기 1. 진달래술(杜鵑酒)</b> 酒人 2006-04-10 3276
840 완성된 칡 소주입니다.~^^ file [1] 酒人 2006-04-27 3272
839 <b>울릉도 호박막걸리 고수를 만나다. </b> [3] 酒人 2008-09-18 3271
838 <b>2010 대한민국 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최종결과 </b> file [2] 관리자 2010-11-29 3269
837 술과 음식의 만남 - '배혜정도가 X 맑은술' file 누룩 2017-10-14 3266
836 '하우스 막걸리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 누룩 2015-02-09 3265
835 술탐방 때 찍은 단체사진들... ㅎㅎㅎ (2) file [2] 초록로즈마리 2011-08-18 3259
834 자주에 대하여......답글입니다.(길어서.^^) [4] 酒人 2006-03-13 3258
833 9월 8일 현장학습 (단체사진 모음) file 酒人 2012-09-12 3255
832 <b>아이들과 함께한 누룩 만들기 ^^</b> file [4] 酒人 2007-04-23 3255
831 옥수수술 [1] 박승현 2006-03-16 3252
830 &lt;견학&gt;한산소곡주 양조장 및 신평 양조장(마감) [4] 관리자 2010-05-07 3249
829 <b>달콤한 술이 하루아침에 신맛이 나는 이유</b> 酒人 2006-06-02 3242
828 동동주는 실력이 많이 쌓이면 빚으세요.~~ 酒人 2006-04-13 3234
827 류인수 지음 “막걸리 수첩”을 반갑게 접하고... file [2] 비바우 2010-09-18 3233
826 '가을' 술박물관 견학 및 국화주 시음 탐방 [32] 관리자 2010-09-10 3229
825 <제민요술><임원16지>그리고<규합총서> 酒人 2006-03-19 321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