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울릉도 호박막걸리 고수를 만나다. </b>

조회 수 3273 추천 수 15 2008.09.18 11:18:38
2008년 8월 11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울릉도로 향했다.

햇살이 너무 뜨거워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래서 등산 모자에 긴 소매의 옷을 입고 울릉도를 뒤지기 시작했다. 울릉도 호박막걸리를 찾기 위해서…

얼마나 찾아 다녔을까... 땀이 한 바가지 날 무렵^^ 한 식당에서 울릉도 호박막걸리를 만들고 있다는 할머니 집을 알아낼 수 있었다. 도동항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도동약수공원 입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50m 정도 올라가면 작게 ‘순두부’라고 쓰여진 작은 집이 한 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호박막걸리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다.

제대로라고 한 이유는 이곳 저곳에서 호박막걸리 맛을 보았는데, 대부분은 육지에서 가져온 막걸리에 호박을 풀어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쌀과 누룩, 그리고 호박을 이용해 직접 술을 빚기 때문이다.



이송옥(70)님을 찾은 시간은 오전 10시경으로 먼저 대뜸 여쭤 봤다. “술 언제 빚으세요.?” 라고 하니 저녁때 빚을 거라고 한다. 이미 쌀을 씻어서 물에 불려 놓고 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많이 남아 저녁때 다시 약속을 잡고 성인봉에 오르기로 했다. 올라갔다 내려 오면 대충 술 빚는 시간에 맞춰 올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성인봉 찍고 나리분지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다시 도동으로 왔다. 저녁 7시~~..  늦은 것은 아닌지,,,

도착하니 할머니께서 고두밥을 쪄 식혀 놓은 상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완전히 식기를 기다렸다가 누룩을 혼합했다. 2-3일 만에 막걸리가 만들어 지기 때문에 누룩의 양이 많이 들어간다. 완성된 술에서 누룩 맛이 많이 나겠구나라고 생각했지만,,, 완성된 술에서는 누룩 맛이 그렇게 많이 나진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  술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답변.  술은, 내가 울릉도 온지가 이제 32년이 됐거든 울릉도에 오기 전에 술이라는 것은 상상도, 생각지도 못했고, 울릉도에 오니까.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있는 아이 둘이 있었는데 식모살이 6년 하면서 이 고아 두 명을 키우게 됐지 그런데 이 아이들 아버지가 양조장에 다닌거야. 여기가 약수터 입구니까 사람이 많이 지나 다니거든 그래서 양조장에서 술을 갖다 팔게 된 게 벌써 30년이야.

양조장이 다 없어지고는 술을 직접 빚을 수 밖에 없었는데, 집에서 술 빚는 사람들에게 방법을 배웠는데 그렇게 술을 빚으니 머리가 너무 아파 사람들이 싫어하는거야 그래서 “누룩을 좀 더 넣더라도 술 약을 빼는 방법으로 술을 빚으니 머리도 아프지 않고 사람들도 좋아하더라.” (호박 막걸리는 여름에는 보통 2-3일이면 완성되고 겨울에는 좀 더 걸린다고 한다. 여름에는 뚜껑도 열어 놓고 발효를 시켜야 실패하지 않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준다. 술 맛은 겨울에 만든 술이 여름에 만든 술 보다 더 맛있지만 여름에 술 빚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


완성된 호박 막걸리, 호박과 쌀이 동동 떠있는 모습이,, 빨리 마시고 싶다. ^^

질문. 그럼 호박막걸리는 누가 이어 가나요.

모르지, 지금 술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 젊은 사람이 배운다면 좋을 텐데 그런 사람이 없어..
손톱에 때 묻는 거 젋은 사람들이 좋아하나….
(이렇게 말씀하시곤 매우 서운해 하셨다. 속으로는 여기서 호박먹걸리 전수자가 돼서 울릉도에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질문. 술 버무린 것을 천에 싸는 이유가 궁금한데요.

약아서 그렇지(웃으신다.) 술 다 되면 거르기 편하거든 이렇게 천으로 싸서 발효 시키면 나중에 편하니까 이렇게 하는거지 옛날 사람들은 약지 못해서 그렇고,, 난 약아서 그렇고,, ^^(약아서가 아니라 참 좋은 방법이다. 연세가 있으신데 일일이 퍼서 막걸리를 만들기 보단 이렇게 한 번에 작업을 해 놓으면 뒷 처리가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막걸리 만들기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고운 천에 술덧을 싸 발효를 시킨다.

질문. 연세(70)가 있으신데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막걸리는 2되(3.6리터)는 먹을 수 있지, 시원하니 음료수 처럼 마시고,, 소주는 못 마시고 맥주는 소 찌린내..?^^가 나서 못 먹는다. ( 소 찌린내는,,, 저도 시골에서 자랐지만 이젠 기억이 안난다…)


질문. 호박잼은 어떻게 만들어요.

그냥 잼 만들 듯 하면 된다. (상세 설명 : 호박은 무겁고 단단한 놈을 골라 쪼갠 다음 씨를 발라내고 겉 껍질을 벗기고 물을 적당히 넣어 센불에서 삶으면 저절로 풀어진다. 이것을 약한 불에 오래 달여 잼을 만든다. – 잼 만드는 방법은 술 빚기 Q&A 참고)

질문. 약수터가 있어서 좋은 물을 사용하겠어요. 그런데 물은 왜 끓여서 사용하죠.

아무리 좋은 물이라도 끓여서 사용해야 해 그래야 술이 오래가지 (물이 좋아도 그 속에는 많은 영양소 들이 있다. 그 중에는 술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도 있고 균들도 들어갈 수 있으니 물을 끓여 술의 안정된 발효를 도와야 하는 것이다.)


30년을 빚어온 손, 혼이 느껴진다. (천에 싸서 빚은 것을 이렇게 꺼내 짜게 된다.)

질문. 술 만들고 남은 지게미는 어떻게 하나요.

소 먹이로 주고 거름하고 그러지, 지금은 서로 가져가려고 하지 (소가 지게미를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여쭤 봤더니 ‘살이 많이 찐단다.’ 역시 영양소가 많아서…)

질문. 이곳이 곧 철거된다고 하던데요.

이 길이 약수공원 다니는 길인데 여기가 길을 막고 있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군청에서 곧 철거 한다네,, (이곳이 철거되면 할머니께서는 육지로 떠난다고 하셨다. 그러면 더 이상 울릉도 토종 호박막걸리는 먹을 수 없게 된다. 철거 되기 전에 많이 먹어야 겠다는…^^)


호박막걸리 제조법은 술빚기 Q&A에서 참고하세요.


울릉도엔 양조장이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1개의 양조장이 저동에 남아 있었고, 그 전에는 도동, 저동, 남양, 천부에 각 1개씩의 양조장이 있었다. 이런 것이 교통이 발달해 육지에서 술들이 들어 오면서 장사가 되지 않으니 하나씩 하나씩 문을 닫아 이제는 울릉도에서 양조장을 찾아 볼 수 없다.

양조장이 있었을 때는 양조장의 술을 받아서 호박을 타 호박 막걸리를 만들어 팔았던 것이 이제는 육지에서 들어온 막걸리에 호박 막걸리를 타 호박먹걸리로 팔린다. 남들이 다 이렇게 하고 있는 중에 손에 때 묻히며 울릉도호박막걸리를 이어 오고 계신 오송옥님이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이다.



<빈 속에 먹지 말라며 울릉도 오징어를^^ 찢어 주시는 할머니~^^ 필자의 눈이 오징어에 박혔다.ㅋㅋ)

마치면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할머니께서 취재 중에 주셨던 시원한 호박막걸리가 생각납니다. 이제는 취중에 인터뷰 하는 "취중토크"가 생활화 되었네요. ^^ 할머니께서 술을 자꾸 따라 주셔서 사양할 수 없었거든요...^^  더운 날씨에 그리고 편찬으신 무릎 때문에 고생하시는데 빨리 쾌차 하시길 바랍니다.

할머니~ 육지에서 더 이상 할게 없으면 울릉도에 가서 호박막걸리를 빚으면서 살아야 겠어요.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운이 좋아서 독도도 볼 수 있었다. 배에서 직접 찍은 우리땅 독도..


할머니 여락처

울릉도 호박 막걸리는 아주 차게 해서 마셔야 맛이 좋다. 울릉도에 전화하면 택배로 보내 주신다. 술독에서 보고 전화했다고 하면 더 맛있게 빚어 주신다고 하셨다.^^  

전화  :  054-791-3738      이송옥




전국의 숨은 고수를 찾아서...   술독 (www.suldoc.com)

봇뜰

2008.09.18 14:50:29
218.159

존경스러운 어르신 이네요...
충청도 정도만 되어도 봇뜰이 전수를 받고 싶은데,,,

주인님 방법이 없을까요...?^^

酒人

2008.09.18 15:04:19
119.66.

제가 전수 받았으니 제가 봇뜰님께 자세한 방법을 전해 드리면 안될까요... 울릉도까지 좀 멀잖아요....^^

봇뜰

2008.09.18 15:45:36
218.159

ㅋㅋㅋ 애구~~~ 좋습니다... 우리 셋이 잘 해봅시다...

그래도 봇뜰의 손맛이 제일 아닐까 싶네요...ㅋㅋㅋ

봇뜰 행복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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