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가 아니라 백주다.

조회 수 4987 추천 수 0 2012.08.31 21:20:58

많은 사람들이 '탁주'라는 말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탁한 술'을 탁주라고 하고 맑은 술을 '청주'라고 한다. 주세법에도 막걸리라는 말 대신 탁한 술 '탁주'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은 이 탁주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가능하다면 탁주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이러한 것을 많이 알렸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쓴다.

 

'탁주'가 아니라 '백주'다. 즉, '탁한 술'이 아니라  '흰 술'이 맞는 말이다.

 

우리는 탁주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사용한다. 누구도 이 탁주라고 하는 것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주세법에도 탁주라고 되어 있고 모든 술 관련 책에도 '탁주'로 기록한다. 그러나 탁주라는 말과 백주라는 말이 갖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막걸리는 탁한 술이 아니고 흰 술이다. 흰 종이를 탁한 종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흰 색은 탁한 색이 아니다. 외국인들에게도 탁주라고 하는 것 보다는 백주 즉, 흰 술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훨씬 이미지가 좋을 것이다.

 

사람이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술 또한 첫인상이 중요하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한 것이고 이름이 중요한 것이다. 일본에 의해 쓰여진 주세법에 '탁주'로 표기되어 있다고해서 계속 탁주를 쓰는 것은 술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러한 단어 하나하나에 관심이 없었는지를 알려준다. 막걸리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하나 바꾸려는 노력도 없다.

 

예부터 서양에서는 우리나라의 애칭을 '백의민족'이라 칭했다. 유난희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 흰색의 술은 탁하고 흐린 술이 아닌 '맑고 깨끗한 흰 색의 술' 이었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단어가 바뀌지 않더라도 술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씩하나씩 바꿔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는 탁주를 백주라고 부르자. 더 나아가 흰술로 부르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고려의 무신이자 문신 이규보가 쓴 '백주시(白酒詩)'라는 것이 있다.  이규보는 이 시를 쓴 배경에 대해서 서술한다. 

 

予昔少壯時喜飮白酒以其罕遇淸者而常飮濁故也及歷顯位所飮常淸則又不喜飮濁矣豈以所習之然耶近因致仕祿減往往有淸之不繼者不得已而飮白酒則輒滯在胷鬲間不快也昔杜子美詩云濁醪有妙理何也予昔常飮時慣飮而已實未知妙處况今乎蓋甫本窮者也亦豈其以習而言之耶遂作白酒詩云

 

내가 예전에 젊었을 때 막걸리[白酒] 먹기를 좋아한 것은, 맑은 술을 만나기가 드물어 늘 막걸리를 마셨기 때문이었는데, 높은 벼슬을 거치는 동안에 늘 맑은 술을 마시게 되매 또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았으니, 습관이 되었기 때문인가. 요새는 벼슬에서 물러나 녹이 준 때문에 맑은 술이 계속되지 못하는 때가 있어 하는 수 없이 막걸리를 마시는데, 금방 얹혀서 기분이 나쁘다. 옛날에 두자미(杜子美 두보(杜甫))는 그의 시에서 막걸리에 묘리가 있다.[濁醪有妙理]’하였으니 웬지 모르겠다. 나는 옛날 늘 마시던 때에도 그저 마셨을 뿐이요 그 좋은 점을 몰랐었는데 하물며 지금이랴. 두보(杜甫)는 본래 궁했던 사람이라 역시 그 습관으로 인하여 말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드디어 백주시를 지었다.


종후니

2012.09.03 10:33:01
*.98.112.224

맥락을 보면 이규보는 탁주(현인)보다는 청주(성인)을 좋아한 거 같아요. 물론 궁하면 청탁불문하고 먹겠지만 아직은 두보가 탁료를 즐김을 이해못하는 거 같아요. 백주라하면 중국의 바이주랑 혼동될 거 같은데 막걸리로 부르지요.

酒人

2012.09.03 11:17:38
*.151.218.8

주세법상 '탁주'라고 되어 있는 것을 '백주'라고 했으면 해서 쓴 글입니다. 당연히 막걸리는 그대로 써야죠. 막걸리와 탁주는 개념 자체부터가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탁주를 막걸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탁주' 대신 '막걸리'라고 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때문에 탁주를 외국인들에게 해석했을때보다는 '백주'라는 의미가 더 좋을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 그리고 중국의 백주는 대부분 증류주를 말하고 우리나라의 백주는 발효주를 의미하죠.

말술이좋아

2012.10.07 00:01:44
*.137.220.60

탁주,백주 보다 '막걸리'에 한표 던집니다.
'막걸리'로 표현하는 것이 훨신 정겹고 느낌이 옵니다.
여러 전통주 단체에서 모두 같은 생각이기를 바래 봅니다.

크게될년

2013.02.26 15:08:14
*.164.31.115

백주에 한표 던집니다^^
정겨운것도 좋지만 너무 전통을 지키는것 보단 이제 전통주도 서서히 조금씩 변해야 널리 알릴수있습니다~ 그래야 고급스러우면서도 널리퍼지고 세계화 되야 되지 않겟습니까? 그러려면 저희나라에서만 통하는 막걸리(탁주)보단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고급스러운 백주가 낳을꺼 같네요~^^ 전통주의 이름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름의 따라 마시느냐 안마시느냐도 달려있죠 그러니 이름을 잘지으냐에 따라 다른나라들도 저희나라를 우습게 안보고 전통을 지키면서도 저희만의 술을 만들면 저희나라가 더 높이 세계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전통주의 이름도 굉장히 중요하다는걸 아셧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11기 이은경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39608
1064 <b>친구에게 보내는 편지..희석식에게</b> [2] 酒人 2006-07-06 2143
1063 정회원 [1] 강현윤 2006-07-06 2056
1062 복분자 구입처(고창선운산농협) [1] 酒人 2006-07-13 4540
1061 복분자를 사용할때 [2] 강현윤 2006-07-13 2239
1060 주인님.! [1] 이지현 2006-07-16 2090
1059 <b>증류기 공동구매 행사 마감.</b> 酒人 2006-07-17 2698
1058 용수를 박아 맑아진 아카시아술과 친구들 file 酒人 2006-07-19 4062
1057 <b>"누룩" 책 소개합니다. 酒人 2006-07-24 2551
1056 바쁜 일들이 끝나니 비가 오네요. ~^^ [3] 酒人 2006-07-27 2628
1055 <b>현재 연구중에 있는 "생 멥쌀 동동주"</b> file 酒人 2006-07-27 2916
1054 누룩 작업하러 안성에 갑니다. 酒人 2006-07-28 2028
1053 술을 잘 빚는다는 아주머니 酒人 2006-08-02 2591
1052 <b>우리술이 얼마나 과학적이었는가.</b> 酒人 2006-08-03 2080
1051 이번에 작업한 누룩입니다. file [1] 酒人 2006-08-11 2141
1050 무더위 속에..... [1] 최소희 2006-08-15 2015
1049 술 빚기에 좋은 날씨입니다.^^ 酒人 2006-08-21 1927
1048 진상주 밑술, 덧술 완성사진 file 酒人 2006-08-24 3411
1047 추석때 빚기 좋은 술 - 세일주 酒人 2006-08-29 2005
1046 누룩벌레(비위약한사람 보지마세요.) file 酒人 2006-08-29 5688
1045 누룩 [1] 강현윤 2006-08-30 2011
1044 현재 진상주를 빚고 계신 분들에게.. 酒人 2006-09-05 1895
1043 <b>진상주 완성사진 입니다.</b> file [2] 酒人 2006-09-06 2104
1042 농림부 전통주 육성 2010년까지 791억원 투입 [2] 이지현 2006-09-08 2090
1041 <b>“술이 끓는다.”라는 의미에 대하여</b> 酒人 2006-09-18 2484
1040 가입을 축하해 주세요 [1] 정일진 2006-09-18 1805
1039 포도주 사진입니다. file 酒人 2006-09-20 2116
1038 감기조심...ㅎㅎㅎ [1] 최소희 2006-09-22 1903
1037 추석을 맞이하여 [1] 이유미 2006-09-26 1792
1036 적선 이태백의 시 - 장진주 酒人 2006-09-27 2978
1035 <b>추석때 선물할 - 감홍로주</b> file [4] 酒人 2006-09-29 3690
1034 범벅주...^^ file 酒人 2006-10-05 2452
1033 추석.... [1] 최소희 2006-10-11 1781
1032 인터넷에 오른 우리술 이야기 [2] 이유미 2006-10-12 2123
1031 책 소개 - 우방과 제국, 한미관계의 두 신화 酒人 2006-10-16 2086
1030 산주-예봉산 감로주 [1] 최동환 2006-10-19 12540
1029 <b>애주(쑥술)와 상실주(도토리술)</b> [2] 酒人 2006-10-24 3148
1028 <b>초파리 제거하는 방법</b> [3] 酒人 2006-10-25 8000
1027 <b>제 1회 술독정기모임 11월 25일 토요일</b> [10] 酒人 2006-11-01 2178
1026 책 소개 - 우리나라 술의 발달사(정동효) 酒人 2006-11-06 2205
1025 양조장에서.. [1] SG오션 2006-11-10 241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