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쌀을 불리는 시간 @ 1시간이면 충분하다. </b>

조회 수 10572 추천 수 196 2006.04.18 01:50:32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몇 백년 전에 사용하는 쌀과 지금의 쌀은 다를텐데... 왜 지금도 쌀을 하룻밤 정도 불려야 할까..??  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실험하고 모르는 것은 이곳 저곳에 문의해서 알아본 결과 저의 의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결과부터 말하자면, " 쌀을 불리는 시간은 1시간 이면 충분하다." 입니다.


어느정도 물에 불려야 할까.

도정기술(쌀을 깍는 기술)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지금의 쌀 처럼 깎지 않은 표피가 두꺼운 쌀을 사용했습니다.  전분을 감싸고 있는 부위가 두껍기 때문에 쌀을 물에 담가도 물이 잘 흡수되지 않습니다.  또한, 쌀 알갱이 바깥으로 갈수록 조직이 치밀해져 수분이 흡수되기 힘들게 됩니다.

옛 문헌을 보면 대부분 "하룻밤 물에 담가 둔다." 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것은 하룻밤 정도 쌀을 물에 담가야 물이 쌀에 잘 흡수되어 쌀이 잘 익고 발효도 잘 일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하룻밤 동안 쌀을 물에 담가 둔 것입니다. 그래야 치밀한 쌀 표면의 조직을 수분이 통과하여 알맞은 정도의 흡수량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쌀은 10% 정도 깍아서 나온 쌀입니다. 즉, 치밀한 조직이 깎여져나가 물의 흡수가 빨라지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날 처럼 하룻밤 정도 쌀을 물에 담가 두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1시간 정도면 술을 빚을 때 적당한 25~28 %의 수분 함유량을 갖게 됩니다.

일본의 경우는 30%정도 도정한 쌀을 술빚기에 사용하며 어떤 쌀은 50%까지 도정이 되어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별히 양조에 이용하려고 만든 쌀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10%정도 도정한 쌀을 술빚기에 사용합니다.

쌀을 깨끗이 씻어 물에 1~2시간 정도 물에 담가 두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쌀을 물에 오래 담가 두면 발효에 필요없는 단백질이나 지방, 비타민등이 빠져나가 발효가 잘 이루어진다.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반대입니다.

쌀을 오래 담가두게 되면 쌀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이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것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미생물도 미량의 영양물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미량의 영양물을 먹고 효모는 더욱 건강하게 발효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미를 먹는 이유는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효모도 전분 이외에 단백질이나 지방, 비타민 등 미량의 영양소를 섭취해야 건강한 효모 증식을 통해 술을 잘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술을 사랑합시다.  "술독" www.suldoc.com

이상훈

2006.04.20 20:44:59
61.81.1

주인님의 주장에 대해 감성적으로 몇 자 적습니다.

1. 전통주로 술빚기에 접근한 사람과 현대적 주조이론으로 술빚기에 접근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몇 년전 농대를 다닌 경험이 있는데, 그곳 교수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농약으로 농사짓는 법만 가르쳤습니다. 즉 그들은 허기를 극복해야만 하던 시절 농업을 배웠고, 다르게 농사를 짓는 법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무농약 또는 생태농업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질문했던 것이 농약을 사용하여 단위생산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춘다 하여 우리 농업이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답변을 회피합니다. 즉 그들은 전통농업이나 환경농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렇듯 전통주를 모르는 상태에서 일반적 술빚기만으로 접근할 경우엔 우리와 관점이 달라지는 부분이 생길 수 있습니다.

2. 그 첫번째가 맑은 술에 대한 인식입니다.
전통주에서는 술의 맑기를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보지만, 비전통주에서는 전혀 중요한 관점이 아닙니다. 기계적으로 맑게 할 수 있기도 하고, 맛과 전혀 상관없는 문제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전통주로서 가양주는 맑은 술을 위해 여러 조처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쌀처리인데, 백세와 10여시간의 침지를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비전통주에서는 백세가 필요없으며, 백세를 하지 않았다 하여 문제조차 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가양주적 전통으로서 보면 백세는 술빚기의 필수라 생각됩니다.

3. 침지시간의 문제입니다.
1) 분명 옛날의 디딜방아는 오늘날의 10% 도정한 쌀에 비해 겉표면이 거칠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만 싸래기가 더 많았을 것이어서 단순히 10시간의 의미를 오늘날의 도정쌀에 비교함은 조금 어색해 보입니다. 즉 아무리 각질이 남아 있고, 지금보다 더 싸래기가 있다 하더라도 10시간을 침지했다면 1~2시간 침지한 쌀보다 더 수분함양이 많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왜 조상들은 그토록 오랫동안 침지를 했을까를 다시금 생각합니다.

2) 그것은 단백질 등을 탈각시키는 의미와 탄수화물의 분해를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주인님이 얘기했듯 수분 함양은 25~28%만 있으면 되는 것을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더 많이 침투시킨 것이죠! 저는 옛사람들의 비과학을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리어 주인님의 접근이 비전통적 술빚기로의 접근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습니다.

3) 일본술은 라벨을 통해 술의 종류나 등급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반드시 술의 원료나 특성 등을 라벨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라벨만 읽을 줄 알면 어떤 술인지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몇 % 도정을 했는지도 라벨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일본술은 크게 대음양주, 음양주, 순미주, 본양조주, 보통주로 나뉩니다. 대음양주는 정미비율이 40%이하(깎고 남는 것이 40%를 말함), 음양주는 50%이하, 순미주는 60%이하를 말하는 것으로 순전히 쌀과 누룩으로만 빚는 술을 말합니다. 즉 60% 이상을 도정하여 만든 최고급 술이 대음양주입니다. 거기에 일본술은 사용하는 쌀의 종류도 리벨에 기록합니다. 야마다호, 야마다니시키(山田錦),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 미야마니시키(美山錦) 등은 일본의 최고급 술쌀입니다. 이런 쌀을 60%나 날려버립니다. 왜 그들이 그렇게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맛있는 술(사케)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4) 그렇다면 우리 전통주도 비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올바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일본 술에서와 같이 60% 도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백세를 하고, 오랫동안 침지하여 맛에 미세하게 영향을 주는 요소를 탈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25~28% 정도 수분을 함유하면 발효가 충분하지만 더 맛있는 고급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는 없을까요? (농진청에서의 찹쌀 품종개량 종 중 하나는 단백질 함양을 낮추어
고급술 원료로 사용하는 것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5) 침지 시간과 관련하여 또 하나의 관심사는 발효력입니다.
서구적인 학문을 한 사람들은 누룩의 역가(발효력)을 계산하여 최소한의 누락량을 정하곤 합니다. 이런 방식은 양조장의 술빚기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효소와 효모 외에 개량누룩이 들어갑니다. 이들이 투입하는 누룩의 최소량은 우리 전통주의 누룩량에 비해 2~3배나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왜 우리 전통주에서 그토록 적은 양의 누룩에 의해 발효가 이루어지는지 알지도 못하며 관심조차 없습니다. 전통주에서 많이 치대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지만, 침지 시간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비전통적 술빚기에서는 전분의 분해에 필요한 최소의 수분양과 누룩량만을 계산하지만 그들이 계산한대로 전통누룩을 넣고 술빚기를 하면(정확히 치댄다는 전제 위에) 그 술은 아주 쓰고 독한 것이 될 것은 뻔합니다. 즉 그들은 입국을 통해서 술빚기 하는 이론을 얘기하는 것이지 전통적 방식에 의한 술빚기 조건을 전제하고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6) 끝으로 단백질 등은 술의 맛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고, 효모를 더욱 건강하게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술에서 왜 도정을 많이 한 술을 고급술이라고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왜 쌀눈이 많이 남겨진 상태로 전통주를 빚으면 탁해지는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탁도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라면, 그저 탁주란 알콜돗수를 중요시 여기는 관점이라면 별 상관은 없을 것이지만 말입니다.

4. 제 결론은 명확합니다.
오늘날의 발효이론을 가지고 전통주로 향할 것이 아니라, 전통주를 가지고 발효이론의 세계로 나서야 전통을 올바로 이해하고 그 폭을 넓힐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천년 이어져왔던 우리의 관행농업에서 배울 것은 없습니다. 농약도 치지 않고 소출도 낮았던 농업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오늘, 지금 우리에게 옛 선조들의 농업방식은 생태농업을 하는 모든 이에게 많은 상상력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술에 대해서도 그런 과정이 올바른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 무례를 무릅쓰고 몇 자 적습니다.

酒人

2006.04.21 01:01:33
124.61.

글이 길어 위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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