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향한 선비의 술 "손처사하일주"에 대하여

조회 수 4166 추천 수 181 2006.03.24 18:03:53
손처사하일주


제조법을 적기 전에,

이 술은 뭔가 사연이 있는 술빚기라 생각든다. 손처사(孫處士)..손자 손, 곳 처, 선
비 사.....쉽게 이해할 수 없는 술 이름이라 "손처사하일주"를 가지고 하룻동안 생각한 적도 있다. 술 이름도 그렇지만, 제조법 또한 독특한 술빚기를 하고 있어 지금껏 빚어왔던 주방문의 공식을 깨고 있다.

처사(處士) 사전적 의미로는 '세상 밖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묻혀 사는 선비'란 뜻을 가진 단어이다. 술의 이름을 '처사하일주'라고 했으면 이해가 빨랐을 텐데 '손처사하일주'라 하여 '孫'자가 하나 더 붙는다. 손(孫)의 의미는 손자, 자손, 겸손하다, 달아나다. 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달아나다"의 뜻이 어울리지 않을 까 생각해본다.

달아나다....조용히 묻혀사는 선비...그리고 여름에 빚는 술....

세상을 등지고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가 여름에 빚는 술..^^ 풀이가 길지만 꽤나 재밌는 이름임에 틀림없다.

손처사하일주가 기록되어 있는 문헌은 1450년대의 <산가요록>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50년 전에 쓰여진 것이다.

술빚는 법은 이렇다.

1. 멥쌀 1말 5되를 물에 담갔다가 씻어 작은 항아리에 담는다.
2. 베로 아가리를 봉해 가마솥 속에 넣고 약한불로 물을 넣어가며 익힌다.
3. 다 익었으면 하룻밤을 보낸다.


하룻밤 지나 향기가 나면 꺼내서 동이 안에 쏟아 식힌다.

1. 식힌 밥과 누룩 1말 5되를 섞어 앞의 작은 독에 넣고 밀봉한다.
2. 즉시, 멥쌀 5말을 물에 씻어 푹 쪄서 식힌다.


다시 하룻밤 두었다가..

1. 누룩 1말 5되와 밑술을 고르게 섞어 술독에 담는다.
2. 베로 아가리를 잘 봉해둔다.


10월 이후에 술이 만들어지는데 해가 지나도 뿌옇게 되지 않으니 신묘하다.기록하고 있다.

제조법을 보면, 밑술에서 독특한 방식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쌀을 불린 상태에서 독에 넣어 중탕하여 익히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주조법을 본 일이 없어 무척 난감했다.

보통 중탕이라 하면, 다 빚어진 청주를 약재와 섞어 병에 넣어 중탕하는 방식인데 여기서는 쌀 자체를 중탕으로 익히고 있다. 즉, 찌거나 삶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열(熱)로 익히는 것이다.

쌀은 물을 흡수하여 불려진 상태이고, 물을 넣어가며 중탕하는 방식이기때문에 쌀은 독 안의 열에 의해 곧 익게 될 것이다. 삶거나 증기로 찌는 것 보다는 오래 걸리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누룩의 양에서는 원문을 보지 않아 모르겠으나 잘못 기록된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덧술할때 앞의 작은 독에 넣고"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멥쌀을 넣어 중탕했던 독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멥쌀 1말 5되와 누룩 1말 5되를 섞으면 부피가 2배가 되기때문에 앞의 독에 다 담을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룩 1되 5홉을 잘 못 적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야 "앞의 작은 독에 넣고"가 들어 맞기 때문이다.

<산가요록>의 술빚기에서 누룩의 양은 대부분 쌀 양의 20~30%정도, 물 양의 10~20% 정도가 들어가는데 비해 "손처사하일주"의 경우는 물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쌀 양의 거의 50%에 가까운 누룩이 들어간다.

그런데 밑술의 누룩의 양이 1되 5홉이라면, 쌀의 양에 비해 누룩이 30%정도가 들어가 다른 술빚기와 큰 차이가 없게 된다. 물론 내 자신이 기존의 제조법을 맹신한 나머지 끼워맞추기를 할 수도 있다고 보기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으로 밝히는 것이다.

또한, 여름철 술빚기라 술이 잘못될 것을 염려하여 누룩의 양을 많이 넣을 수도 있겠지만, 손처사하일주는 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술이 크게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름철 "감주(甘酒)" 처럼 "손처사하일주"도 술이 다 되었을 때, 달고 맛있는 술이 될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10월 이후에야 술이 된다고 하였으니 7,8월에 술을 빚어 2-3달 후에 술이 되는 것 같다.

제 생각은 이러한데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추신 : 편의를 위해 존칭어를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대한민국 전통주의 자존심 "술독"  www.suldoc.com


이상훈

2006.03.28 10:33:13
61.81.1

몸이 좋지 않아 추가로 찾지는 않습니다.
단지 누룩양만은 확인했습니다.
원문에 누룩은 1말 5되가 맞습니다.
그것도 누룩이 아닌 누룩가루입니다.

酒人

2006.03.28 23:22:22
125.188

쌀 1말 5되와 누룩 1말 5되....

좀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무섭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40455
64 세번째 쑥술 과 아카시아술의 밑술 발효모습 file 酒人 2006-06-27 5557
63 2011 대한민국 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학생부 대상 김국영 file [4] 누룩 2011-10-03 5600
62 전통주 최고전문가과정 상반기(3~4월) 교육일정 누룩 2012-03-08 5651
61 2011 대한민국 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file 누룩 2011-07-30 5672
60 옥수수대의 놀라운 효능! 치아걱정 끝! [1] 김우빈 2019-11-16 5690
59 한국가양주연구소 공개특강안내(마감) [22] 누룩 2011-10-25 5713
58 누룩벌레(비위약한사람 보지마세요.) file 酒人 2006-08-29 5726
57 10월 18일(화) 보은 송로주 견학 (접수 마감) [6] 酒人 2011-09-25 5761
56 한국가양주연구소 8월 술탐방 일정(비와도 고) [5] 酒人 2011-08-04 5766
55 제천 양조장 탐방 (백운양조장, 조은술) 단체사진 file [1] 酒人 2012-01-19 5769
54 대학생 우리술지식나누기 10.21(일)(마감) 酒人 2012-09-22 5770
53 소주 만들기 도전 파편화 2019-11-12 5798
52 <b>2010 대한민국 가양주 酒人 선발대회 </b> file [12] 酒人 2010-10-11 5831
51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사진) file 酒人 2012-11-19 5930
50 누룩, 곡자(麯子)와 국자(麴子)에 대하여 누룩 2015-04-01 5989
49 증류기 공동구매 (증류기+발효조+증숙기+찜기) 30개 확정 file [1] 누룩 2013-11-10 6019
48 감압여과기 사용시 규조토와 필터 구매처가 궁금 합니다 [1] 죽림산방 2019-09-29 6219
47 오가피,가시오가피,오갈피 라퓨타 2011-12-22 6238
46 간만에...... [1] 최소희 2005-09-29 6275
45 2013년 1월 전통주 입문과정(명주반) 수강생 모집(마감) file [5] 누룩 2012-10-23 6436
44 전통주명인 1호 송화백일주 탐방(마감) file [6] 누룩 2012-02-02 6442
43 요즘 전통주가 대세! 우리 술상 위 찰떡궁합 안주 file 모수 2010-06-28 6479
42 농림수산식품부 지원 교육프로그램(마감) file [8] 누룩 2012-06-04 6511
41 동 증류기 공동구매입니다. file [2] 누룩 2014-03-18 6606
40 국비지원 - 9월 농림부 우리술빚기과정 수강생모집 file 누룩 2013-05-29 6647
39 <b>상근백피주(뽕나무뿌리껍질)</b> file 酒人 2006-05-30 6664
38 역사속으로 - 1. 삼일주와 부의주 [3] 酒人 2006-03-08 6778
37 <b>술독이 제작한 알코올도수 측정 증류기</b> 酒人 2007-03-06 6851
36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이유 [1] 酒人 2006-03-30 6944
35 전통주 전문가과정 마스터반 교육생 모집(마감) file 누룩 2011-12-26 6954
34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트-작센하우젠 전통주~ file [2] 모수 2010-06-22 6983
33 식초학교 '제 2기 전통식초전문가 과정' (마감) file [4] 누룩 2012-11-06 7081
32 名酒 시음회 - 백수환동주(백발의 노인이 아이가 된다는 술) [12] 누룩 2012-02-05 7163
31 막걸리-천상병 [1] 音美 2011-04-27 7267
30 증류시 메틸알콜을 버리는 시점은? [2] 비야 2007-12-06 7276
29 <b>2월 28일(토) "술독정기모임" - 잣술 빚기</b> file [14] 관리자 2009-02-04 7500
28 MBC 특집 < 한국의 전통주 > [4] 아리랑 2012-03-07 7516
27 7월 13일 초복 누룩만들기(벼누룩 시연) 행사 (마감) file [3] 누룩 2013-06-25 7550
26 제 8기 정규과정(전통주기능사) 모집 3월 5일 개강(마감) 누룩 2012-01-27 7572
25 국비지원 - 전통주소믈리에과정(전통주소믈리에 자격증 수여) [12] 누룩 2013-01-07 77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