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까칠님의 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조회 수 1641 추천 수 15 2008.12.19 14:35:50
순까칠님께서 가입/인사란에 질문을 해 주셔서 자유게시판으로 옮겼습니다. ^^

순까칠님의 질문내용.

[ 누룩을 이용하여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자료가 넘치고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해 주시지만
할 때마다  술의 맛과 향이 달라
어리둥절 합니다...
선생님들의 고견을 듣고 좋은 술을 빚고 싶습니다. ]


답변입니다.


술의 맛과 향이 일정해야 하는지 먼저 반문하고 싶습니다. 만약 순까칠님께서 술의 맛은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더 이상 이 글의 진행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와인을 제조하는데 있어 그 해에 나는 포도의 질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 것은 빈티지를 적용해 그 다양한 맛과 향을 인정하면서 우리의 술은 그 해에 생산되는 곡물과 누룩에 따라 술의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을 다양성이 아닌 비과학이라는 명분하에 무시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순까칠님의 질문을 봐서는 위와 같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닌(말이 어렵네요.^^)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래도 일정한 맛과 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모든 공정의 자동화 설비를 갖춘 기업에서 만드는 술부터 이야기를 해야겠죠. 이들이 내 놓는 모든 술들의 맛과 향은 같습니다. 미생물을 키우는 것부터 온도관리, 곡물관리, 물 등 모든 것들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놓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원하는 술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원하는 맛과 향을 가진 술을 생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양조장의 경우는 이런 설비를 갖출 수 없죠.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지난 번 빚은 술이 좋았으니 이번에도 최대한 같은 맛과 향을 가진 술을 빚어 보자’라고 할 때 그 원하는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로 핵심이 될 것입니다.

1. 기술력을 키워라.

아무리 좋은 곡물, 아무리 술 빚기에 좋은 물, 아무리 좋은 누룩을 사용한다 해도 이 모든 원료들을 다룰 수 있는 자신만의 기술이 없다면 결코 자신이 원하는 술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어제와 같은 술을 제조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많이 빚어본 사람들은 그래도 어제와 최대한 비슷한 맛과 향을 가진 술을 언제든 빚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메주를 잘 띄었다 해도 이것으로 청국장을 만드는 사람마다 맛있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경험에 따른 기술력이 갖춰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술을 많이 빚어 보란 이야기 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올려 놓는 것이겠죠.

2. 다양성을 장점화 시켜라.

이번에 빚은 술은 “,,,술인데 이 술은 지난번과 다르게 전라도에서 나온 햅쌀을 사용했고 누룩은 부산에서 가져온 것인데 이 술 맛이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 그런데 이 술 맛이 나에게 정말 잘 맞는다. 앞으로 이번에 사용했던 쌀과 누룩을 이용해서 나만의 술을 만들어야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3. 미생물은 사람과 같다.

술에 꼭 필요한 곰팡이나 효모 등은 모두 미생물입니다. 술은 사람이 만들지만 만들어 지게 하는 것은 미생물이니 만큼 술의 맛을 최대한 비슷하게 제조하기 위해서는 미생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죠.
밑술 제조 후에 발효의 힘이 약한 것 같다면(미생물의 수를 셀 수 없으니까요.^^) 미생물의 수를 늘려 술 빚기를 시도하여 술을 빚어야 겠죠.

예를 들면, 밑술 제조를 한 다음 다시 한 번 밑술과 같은 제조방법을 이용해 함께 혼합하여 대량으로 미생물을 증식시켜 술을 빚는 것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관 없이 술 빚는 횟수의 조절로 술의 맛을 유지시키는 방법입니다. 미생물의 힘이 좋다면 최종 넣는 곡물의 양으로 술 맛을 유지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미생물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알코올 도수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특히, 누룩에 있는 효모가 만들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곡물의 투입이 많고 적음에 따라 술의 당도를 자신이 원하는 정도에 맞출 수가 있는 것입니다.

4.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온도 조절을 포기하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집 안에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신이 술 빚는 환경의 변화를 그대로 술 빚기에 적용하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똑 같은 제조법도 봄이냐 여름이냐에 따라 술의 맛이 달라지겠죠. 온도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면서(미생물의 활성도 통제하지 못하면서) 술의 일정한 맛을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5. 기록하라.

자신이 빚는 술에 대해서는 쌀부터 사용한 물, 사용한 누룩과 곡물의 처리 방법 등을 세심하게 기록해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보다 더 좋은 술을 제조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번 빚는 술이 너무 달다면 물의 양을 늘리고, 알코올 도수가 낮다면 술 빚기 횟수를 늘리고, 향기가 적고 쓴 맛이 강하다면 숙성 기간을 오래 두고, 향기가 적다면 물의 양을 줄여 술을 빚은 후에 물의 양을 늘리는 등 자신이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도록 기록하고 수정하여 명주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입니다.

6. 기다려라.

술을 빚어 놓았으면 기다리는 매력을 느껴야 합니다. 지금 빚어 놓은 술을 1년 후에 마시는 한 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술 맛을 찾기 위해서는 기다리고 기다려서 원하는 맛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잘 익은 과일이 맛이 좋듯이 술 또한 잘 익지 않으면 떫은 맛이 나고, 잘 익으면 다양한 향기를 가진 맑은 술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삼양주가 좋은 술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기다림이 있었기에 좋은 술이 되는 것이고, 1년 숙성된 청주가 맛이 좋은 것은 숙성이 아니라 그 사람의 기다림이 술에 베어 있기 때문에 좋은 맛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술을 빚어 놓고 6개월 이상 숙성을 시킨 술이 저를 실망 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처음 빚었을 때는 맛 없고 그저 그런 술이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 깊은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다려야 합니다.

7. 자연과 가까이 하라.

야생 미생물 < 누룩 < 배양 미생물, 이 순서는 바로 우리의 손이 닿는 양이 얼마나 많은 가에 따라 적은 것입니다. 야생 미생물은 우리 주변에 수 없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을 모으기 위해 만든 것이 누룩이고 이 누룩에서 특정한 미생물을 뽑아 배양한 것이 배양 미생물이 되겠죠.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누룩이라는 것은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점에 가보면 집에 먹는 음식처럼 맛있게 하는 집들이 있죠. 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그 집을 가만히 들여다 보세요. 자연과 최대한 가까운 재료를 사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술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연과 최대한 가까운 재료들을 사용하게 되면 비록 처음에는 조미료로 만든 것 보다 못하고 맛과 향도 매번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겠지만 그 경험이 늘어나 결국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처럼 맛있는 술이 될 것입니다.

마치면서….

10번까지 채우고 싶었는데,, 나가봐야 겠네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할 때, 그리고 자연과 가까워질 때 순까칠님께서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었다면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고요.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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