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룩, 곡자(麯子)와 국자(麴子)에 대하여

조회 수 5752 추천 수 0 2015.04.01 00:49:44

누룩의 어원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꾹꾹 누룬다'는 의미가 전해져 지금의 누룩이 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한자로는 麯, 麴, 曲 으로 쓰기 때문에 누룩이라는 것은 순 우리말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누룩을 곡자와 국자로 분리하기 시작했다. 곡자(麯子)는 야생 효모와 곰팡이, 젖산균 등이 자연적으로 접종된 것, 국자(麴子)는 살균한 원료 배지에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접종한 것이라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즉, 곡자는 우리나라 전통누룩을 말하고 국자는 입국을 말한다는 논리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곡자는 한국식, 국자는 일본식이라는 인식이 언제부턴가 전통주를 하는 사람들의 뇌리에 정답인 것처럼 인식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큰 문제가 있다. 자칫 우리술의 반쪽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설을 해보자. 곡자는 우리의 전통누룩이고 국자는 일본의 입국 방식이라면 조선시대 가장 대표적인 문헌들에는 누룩을 뜻하는 한자어가 모두 곡자(麯子)만 있어야 한다. 만약 조선시대에 곡자(麯子)와 국자(麴子)를 함께 썻다는 것을 밝히면 본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는 듯하다.


조선시대의 고식문헌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한문본과 한글본 둘 모두를 살펴보고 이 문헌들에 누룩은 어떤 방식으로 쓰여졌는지 알아보고 한글본에는 우리말로 어떻게 기록되어 왔는지 살펴보자.


한문본

 

내역

문헌

누룩

1

1450년대 산가요록

2

1540년대 수운잡방

3

1611년대 동의보감

4

1613년대 고사촬요

5

1680년대 요 록

6

1671년 치생요람

7

1715년 산림경제

8

1737년 고사십이집

9

1752~1822년 민천집설

10

1771년 고사신서

11

1787년 증보산림경제

12

1788년 감저종식법

13

1800년대 초 주찬

14

1827년 임원십육지

15

1800년대 중엽 역주방문

16

1830년대 농정회요


조선시대 술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 대표적인 한문본을 살펴보면 곡자(麯子)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16개 중에서 3개, 국자(麴子)로 표기되어 있는 것이 총 8개 그리고 曲자로 표기된 것이 5개이다. 이 중에서 曲자는 곡(麯)자를 좀 더 쉽게 쓰기 위함이기 때문에 실제 곡자는 총 8개가 된다. 총 16개 중에서 정확히 50%는 곡 나머지는 국이다. 이렇게 조선시대에는 국자와 국자를 '누룩'이라는 것을 혼용해서 사용해 왔다. 따라서 지금 현재 국자와 곡자를 나눠 생각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한글본도 살표보자.


내역

문헌

누룩

1

1670년대 음식디미방

누룩

2

1600년대 말 주방문

누룩

3

1700년대 술만드는법

누룩

4

1700년대 초 음식보

누룩

5

1795년 주식방

국말

6

1700년대 말 온주법

국말

7

1800년대 초 고려대규합총서

누룩, 국말

8

1856년 정일당잡식

누룩

9

1860년 김승지댁주방문

누룩

10

1869년 간본규합총서

국말

11

1800년대 중 음식방문

곡말

12

1800년대 말 술빚는법

누룩

13

1915년 부인필지

누룩

 

한글본은 총 13개의 문헌을 참고하였으며 13개 중에서 '누룩'으로 기록된 것이 8개로 가장 많았고, 국말이 3개, 곡물이 1개 순이었다. 1800년대 고려대규합총서는 누룩과 국말 둘 다 사용하였다. 실제 우리 조상들은 누룩을 제외하고 곡말 대신 국말이라는 용어로 기록하는 것이 더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조선시대 문헌을 검토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한문본에서는 국자와 곡자를 혼용해서 사용하였다. 한글본에서는 대부분 누룩으로 기록되었지만 곡자보다는 국자로 더 표기되었다. 따라서 현대에와서 국자와 곡자를 분리하여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곡자와 국자를 이야기하면서 마치 곡자는 우리것이고 국자는 일본것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고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것과 남의 것이 아닌 우리것의 반을 일본에 넘겨 주는 것과 같다.


누가 어떻게 해서 국자와 곡자를 분리하기 시작하였는지는 정확히 찾지 못했다. 다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전통주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에 우리것과 우리것이 아닌 것이라는 극단적 사고에 의해서 나뉘어진 시대의 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 개인의 이러한 생각이 모두 맞다고는 할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룰 수 있다. 그 판단은 이 글을 읽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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