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소주에 대하여.............

조회 수 4048 추천 수 139 2006.03.13 04:43:36
"도소주(屠蘇)는 원기가 회복되어 병을 물리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술은 정월 초 하루 동이 틀 때에 술을 만들어 온 식구들이 동쪽으로 향하여 마시는 술로서 한 사람이 이 술을 먹으면 한 집안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고, 한 집안이 이를 먹으면 한 마을에 전염병이 없다. 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 도소주는 <고사촬요, 민천집설, 임원십육지, 주찬, 의방합편>에 기록되어 있으며, <고사촬요, 의방합편, 주찬>에 기록된 "도소주"는 같은 제조법으로 백출, 대황, 천초, 지모, 도라지, 호장근, 오두 껍질 벗긴것이 들어갑니다. 그러나 <임원십육지>와 <민천집설>은 원문이 없어 확인하지 못했으나 제조법은 모두 비슷하고 재료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 보입니다. 계심, 방풍, 완계, 수유가 그것입니다.

2. "자주(煮酒)"에서는 "중탕(重湯)"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고사촬요, 의방합편, 주찬>에서는 "수비(數沸)"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찬>에서는 "수비"를 '몇 소큼 끓여'로 해석하였으며, <고사촬요>에서는 '몇 번 끓임"으로 되어 있습니다. <의방합편>은 한글 해석이 나온것이 없었습니다.

3. "수비(數沸)"<셀 수, 끓을 비>는 "몇 번 정도 끓인다"로 해석하면 될 듯 합니다. 뜻이 맞다면, 도소주는 자주와 같이 중탕기 같은 방식이 아닌 "재료에 술을 넣고 끓이는 방식"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재료에 술을 넣고 몇 번 끓이게 되면 알코올이 날아가 술의 도수가 약해질 것입니다. 왜 도수가 약해지게 만들었을 까요??

4. 그 이유는 도소주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이 가족(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두 마실 수 있는 도수가 낮은 약술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도소주는 일부러 알코올을 증발 시킬 목적으로 술을 약재와 섞어 끓이는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는 끓이는 시간입니다. 도소주는 정월 초 하루 아침에 마시는 술입니다. 제조법에서도 "섣달 그믐날에 우물속에 매달아서 우물밑바닥이 닿는 곳에 담가둔다. 정월 초하루 동이 틀 때에 꺼내어 술을 붓고 함께 달인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동이 틀 때 부터 아침까지가 술을 끓여 식히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제가 조선시대에 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1-2시간 정도 끓이고 1시간 정도 식혔다가 아침 차례를 지낸 후에 "도소주"를 한잔씩....^^


5. 자주와 도소주는 들어가는 재료뿐 아니라 제조법 또한 다른 것 같습니다. 자주는 대부분 청주(淸酒)를 사용하였지만, 도소주는 그냥 술(酒)로 표기되어 있어, 이 술이 청주인지, 소주인지는 확실히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4번에서 설명했듯이 "도수가 낮은 술"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소주보다는 도수가 낮은 청주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6. 따라서 두 술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도소주가 알코올을 낮춰 가족 전체(아이들까지)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술"이라면, 자주는 술을 중탕하여 알코올이 날아가는 것을 최대한으로 억제하면서도 약효를 얻기위한 제조법이라는 것입니다.

7. 정리하면, 도소주는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술"이기 때문에 "재료에 술을 넣어 끓이는 방법"으로 알코올 도수를 낮춰 술을 만드는  제조법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알코올이 약간 섞여 있으면서 쓰고, 맹물에 약을 다린 맛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상훈님 덕분에 "도소주"와 "자주"를 재밌게 공부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 아시겠지만 새벽에 공부한 보람은 찾은 것 같습니다.

이상훈

2006.03.13 14:29:15
61.81.1

도소주에 대해 찾아보셨군요.
우선 제가 추가로 확인한 내용만 몇 자 적습니다.

1. <민천집설>의 내용은 <고사촬요>나 <주찬>과 같습니다.

2. <임원십육지>에서의 제법은 위의 문헌과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약재만 약간 다릅니다.
임원 십육지엔 두 가지 주품이 소개되어 있고, <본초강목>의 내용을 소개하며 도소주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법을 약간 설명드리면 <진씨소품방>에서는 원단에 마시면 질병을 피하고 일체의 부정기를 막을 수 있다고 하면서 적출, 계심, 방풍, 완계, 촉초(?), 도라지, 대황, 오두, 적소두 등을 넣는다고 되어 있고, 다른 방에서는 대황, 도라지, 천초, 계심, 오두, 백출, 방풍 등을 넣어 진씨소품방과 같이 빚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3. 문제가 되는 것은 '數沸'라는 용어입니다. <주찬>에는 <몇소큼 끓여 낸 후'라고 해석했는데 사실 '數'라는 뜻에는 '두서너' 또는 '빨리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또 <임원십육지>에는 '煎數沸'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이란 '달인다'는 의미이니 주인님이 해석처럼 '두서번 끓인다' 또는 '빨리 끓인다'고 해석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酒人

2006.03.13 14:58:50
58.77.1

<민천집설>과 <임원십육지>의 원문이 없어 아쉬웠는데 추가자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 촉초는 천초의 오타가 아닌가 봅니다.

2. 數沸라는 용어는 말씀하신대로 "두서번 끓인다"로 해석하면 될 듯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40043
1143 보슬보슬내리는비에 약주한잔 생각나는 하루 [1] 민주누 2021-01-26 176326
1142 <b>담양 대다무 용수(1세트 남음)</b> [7] 관리자 2007-02-12 57217
1141 재미있는 건배사 [1] 音美 2011-06-10 17045
1140 쌀 누룩의 효능 yung 2014-03-17 13369
1139 산주-예봉산 감로주 [1] 최동환 2006-10-19 12562
1138 삼양주 고두밥 덧술 후 3일째 (검은 반점같은것들은뭔가요) 술승민 2021-01-20 11442
1137 [오늘 날씨] 곳곳 소나기, 습도 높아 '후텁지근'…주말 장마전선 다시 북상, 전국에 '비 감빵굿 2019-06-28 11076
1136 <b>쌀을 불리는 시간 @ 1시간이면 충분하다. </b> [2] 酒人 2006-04-18 10746
1135 주정분온도환산표 다운받기 file 누룩 2011-05-13 10297
1134 청소년 많은 거리서 수차례 음란행위…프로농구선수 정병국 영장 감빵굿 2019-07-19 10210
1133 이스트 막걸리 도전기 [1] 조나골드 2020-02-12 9880
1132 쌀 흩임누룩과 이화곡 file [3] 酒人 2012-04-30 9474
1131 쌀누룩 알고싶어요 [3] 곰킹짱 2011-05-11 9229
1130 술 빚을 때 옹기를 사용하는 이유?? 酒人 2006-01-13 9100
1129 우리술 이야기꾼 '전통주해설사자격증' 생겼다. 누룩 2012-01-23 9012
1128 술 관련 자격증 file 音美 2011-05-24 8746
1127 오랜만에 들ㄹㅕ요. 이지예 2019-06-04 8571
1126 9월 대구 술공방 모임. file [5] 김선호 2011-09-30 8482
1125 양주방-뿌리깊은 나무 잡지를 구했네요. ^^ file [5] 酒人 2012-03-12 8464
1124 명주특강 - 조선최고의 名酒 백화주(마감) file [10] 누룩 2012-02-03 8117
1123 실패하여 시어진 막걸리로 식초 만들기 [펌] [3] 소동파 2009-01-20 8094
1122 <b>초파리 제거하는 방법</b> [3] 酒人 2006-10-25 8029
1121 넌센스퀴즈 ~ [2] 김우빈 2019-11-22 7695
1120 국비지원 - 전통주소믈리에과정(전통주소믈리에 자격증 수여) [12] 누룩 2013-01-07 7691
1119 제 8기 정규과정(전통주기능사) 모집 3월 5일 개강(마감) 누룩 2012-01-27 7538
1118 7월 13일 초복 누룩만들기(벼누룩 시연) 행사 (마감) file [3] 누룩 2013-06-25 7515
1117 <b>2월 28일(토) "술독정기모임" - 잣술 빚기</b> file [14] 관리자 2009-02-04 7485
1116 MBC 특집 < 한국의 전통주 > [4] 아리랑 2012-03-07 7480
1115 증류시 메틸알콜을 버리는 시점은? [2] 비야 2007-12-06 7250
1114 막걸리-천상병 [1] 音美 2011-04-27 7215
1113 名酒 시음회 - 백수환동주(백발의 노인이 아이가 된다는 술) [12] 누룩 2012-02-05 7118
1112 식초학교 '제 2기 전통식초전문가 과정' (마감) file [4] 누룩 2012-11-06 7000
1111 독일 프랑크푸르트 알트-작센하우젠 전통주~ file [2] 모수 2010-06-22 6957
1110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이유 [1] 酒人 2006-03-30 6916
1109 전통주 전문가과정 마스터반 교육생 모집(마감) file 누룩 2011-12-26 6915
1108 <b>술독이 제작한 알코올도수 측정 증류기</b> 酒人 2007-03-06 6828
1107 역사속으로 - 1. 삼일주와 부의주 [3] 酒人 2006-03-08 6738
1106 <b>상근백피주(뽕나무뿌리껍질)</b> file 酒人 2006-05-30 6637
1105 국비지원 - 9월 농림부 우리술빚기과정 수강생모집 file 누룩 2013-05-29 66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