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양주연구소 10년 즈음에

최근 주변에서 ‘가양주’란 이름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이제는 가양주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는가, 좀 더 큰 의미를 가진 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떤가, 라는 질문을 종종 받고 있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 또한 그래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가양주’란 단어는 주변에서 너무 작게 느껴지나 봅니다. 이것은 연구소와 동문들의 활동 범위를 담을 수 없는 단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해 그런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빛이 나는 것이 있습니다.

가양주는 한국가양주연구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도 잘 모르는 ‘가양주’란 단어가 가지는 단 하나의 가치 그것은 우리술의 ‘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부모 없이 내가 없는 것처럼 가양주는 보이지 않아도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가양주입니다. 우리는 이 이름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고 그 뿌리를 지키는 문지기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끈이 된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한국가양주연구소 최고의 비전은 목적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 가치가 흔들릴 때 우리 모두의 목적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자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이라는 것은 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현재 없는 과거는 존재하지 않으며 현재를 잘 지켜내는 것은 곧 미래의 비전이 되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먼 빛나는 목적을 쫒기 보다는 현재를 잘 지켜내고 충실한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빛나는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냥 넘어갈 수 있었던 10년을 찾아주신 모든 동문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