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술은
제가 술빚기를 끝낸 후
일주일 넘게 어깨통증에 시달리게 한 주범입니다.
술빚기를 하시던 분들은 잘 아실테지만..
그 원인은 레시피를 보시면 바로 딱 아실거라 믿어요.
밑술은 된죽, 즉 범벅인데
첫번재 덧술, 두번째 덧술은 구멍떡입니다.
그것도
줄엿는데도 7.5kg....
호기롭게 이정도는 해야지 마실만 하지!!
하면서 시작했는데
제 무덤을 제가 팠죠..
사실 이술, 굉장히 발효가 활발했습니다.
특히 밑술부터 찹쌀로 만들어진 술이기때문에,
제가 섞어주지않았어도 이미 다 풀어져
효모의 활동이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저 거품들 보이시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덧술시기가 너무 빨리 온다거나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역시 차갑게 빚는 술이라서
다른 술보다 초반 진행속도가 빠르다뿐이지
덧술시기로의 진입속도 차이는
1~2일 이내였습니다.
약간 지저분하게 끓어오른 자국을
제외하면 이 술도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여기에
구멍떡 7.5kg을 넣어줍니다..
후아
삶아 으깬 구멍떡에 밑술을 조금씩 조금씩 넣어가며
완전히 치대어 섞어줍니다.
아 잊지마세요.
구멍떡은 뜨거울때 미리 으깨놔야 합니다.
나중에는 으깨지지가 않아요.
또 한번에 밑술을 부어 섞으려고 하면
엄청난 양의 덩어리들이 생기는 걸 볼 수 잇을꺼예요.
그 덩어리들 안삭고 나중에 다 남아있습니다..
그런 참사가 생기면..
그 덩이리들
하나씩 다 으깨주어야 합니다.ㅠㅠ
조심하세요
다 섞어주면 대강 이런모습이 되죠.
술독에 자알 담아두었다가 다음 해일을 기다리면서
가끔 열어보니..
참 향기는 좋더라구요.
기분좋은 과일향이 물씬 풍겨나왔었습니다
......3월 1일 세번째 해일이 되었을 때
전 또 똑같은 일을 해야했어요
휴일인데
아침에 일어나기 싫더라구요 ㅎㅎ
12일이나 지났지만 세번째 해일에도 아직 술을 끓고있었습니다.
기분좋은 과일향과 함께요.
솔직히 그런 향기를 맡아보는 것이
이렇게 좋지 않았더라면
술, 안 담갔을수도 있을것 같아요.
양이 너무많아서
그새 반죽이 마를까봐
한번에 할 수 있는 양씩 나누어서 봉지에싸두었어요.
처음과는 달리 이번에는 좀 얇게 만들었습니다.
한 번에 할 수 있는 양 만큼씩 익혀서
으깨주고..
그 으깨둔 구멍떡을 하나로 합쳐
밑술을 묻혀가며 잘 반죽해줍니다.
보시는 거대한 떡은
이미 어느정도 밑술과 혼합되어있어서
굉장히 무른상태였어요.
저렇게 만들어두고 밑술과 섞어주면서 또 치대줍니다..
저거 하다가 어깨 다 나갔죠. ㅎㅎ
지금 저 균열이 간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술을 담아두고 조금 지난 다음 가스가 올라오기시작하면서
부풀기시작하며 나타난 것 입니다.
엄청 부풀어오르더라구요. ㅎㅎ
가양주연구소에서 수업을 할 때
문헌상에 재미있는 문구가 같이 있는 레시피라
좀 욕심을 내서 했는데
욕심이 과했나봅니다.
대가가 너무 혹독했어요.
혹시나 똑같은 레시피로 빚어보시려거든
제가 한 용량의 반의 반정도면 딱일 것 같아요.(물론 집에서 할 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