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춘의 시 - 진해 막걸리

조회 수 3460 추천 수 15 2010.06.30 01:30:10
진해 막걸리

                                                 이월춘                  

사발이나 바가지가 어울리는 술
벚꽃막걸리면 어떻고 군항막걸리면 어때
장복산에서도 소사동 들녘에서도
궂은 날은 궂어서
맑은 날이면 또 그래서 맛이 나는 술
출출할 때 요기도 되고
괜히 아무나 친해지고 싶어서
이런 궁리 저런 계산 밀쳐두고
형님요, 이 사람아 해싸면서
혼자라도 좋고 둘이라면 더 좋고
여럿이 함께 마시면 더욱 좋아
동병상련이 되는 술
세상에 무릎 꿇고 희로애락에 목 메일 때
중앙시장 돼지대가리눌림 골목이거나
경화오일장 잔치국수 골목 나무탁자 언저리
주모가 있어도 없어도 늙어도 용서되는 술
아무 때나 옛날 생각이 나고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게 하는 술
술값 아무나 내도 상관없고
김치쪼가리나 풋고추 한 개면 어때
아니 손가락만 빨아도 되는 술
밥상 개다리소반 안 가리고
술상 모서리가 다 닳아빠져도 괜찮은 술
어쩐지 소주는 슬프다며
천자봉공원묘지 젊은 어머니 만나러 갈 때 좋은 술
서서 마셔도 좋고
쪼그리고 앉아서 마셔도 좋은 술
닫힌 그대 마음 퍼올리는 마중물 같은
전라도 사내와 경상도 머스마가 함께 마시는 술
아침부터 마셔도 욕 안 듣고
젊은 처자하고 마셔도 용서되는 술
급성 상토하사上吐下瀉 걱정없어
지 마음대로 마셔도 뒤탈 안 나는
순하디 순한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진해막걸리 조오타!

+ 읽다 보니 '맞아 맞아 막걸리는 이런 술이지.' 하며 어느 새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궂은 날은 궂어서 맑은 날이면 또 그래서 맛이 나는 술
여럿이 함께 마시면 더욱 좋고
세상에 무릎 꿇고 희로애락에 목 메일 때
아무 때나 옛날 생각이 나고
아무 노래나 흥얼거리게 하는 술
닫힌 그대 마음 퍼울리는 마중물 같은 술...

읽으면 읽을 수록 마음에 드는 시네요. ^^

이도짱

2010.08.02 09:47:32
*.136.107.24

오늘 같이 비오는 날에...막걸리 한 사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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