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酒人의 고문헌 산책 1. 만전향주 </b>

조회 수 2206 추천 수 15 2009.07.30 00:32:45


酒人의 고문헌 산책

조선시대에 수많은 문헌 중에서 술 제조법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50여 가지 정도가 되는데 문헌속 술을 모두 합하면 1400가지가 조금 모자란다. 이 중에서 중복된 술 제조법을 걸러내면 반 정도가 날아가고 같은 이름을 하나로 만들면 또 반 정도로 추려지게 된다.

이렇게 문헌 속에 기록된 제조법 하나하나를 읽다보면 어느 순간 내 자신이 조선시대 술 빚는 공간에 와 있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다양한 제조법들이 술 빚는 이의 손길에 따라 또 다른 술이 탄생하는 순간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분을 우리 회원님들과 나누기 위해 ‘고문헌 산책’을 마련하였습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 전이 아닌 100년 500년 전에는 어떤 술이 어떻게 빚어졌는지, 이제는 나 혼자만의 재미가 아닌 우리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함께, 우리 조상들이 남겨 놓은 “찬란한 유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


酒人의 고문헌 산책 1. 수운잡방 - 만전향주

시대는 1540년대 “수운잡방(需雲雜方)”에 기록된 ‘만전향주(滿殿香酒)’, 특별히 제일 먼저 다를 술을 만전향주로 선택한 이유는 없다. 그냥 생각이 나서 이 술로 시작을 하려 한다. 이름도 멋지고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것 때문에 문뜩 머리 속에 떠오른 것 같다.

찰 만(滿), 전각 전(殿, 궁궐, 큰 집 등) 해서 ‘큰 집에 향기가 가득하다.’ 하여 술 이름이 ‘만전향주’가 되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술이기에 큰 집 또는 큰 궁궐이 술 향기로 가득했을까.

다음은 만전향주 제조법이다. 한자와 함께 풀이했으니 술과 관련된 한자를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白米一斗 (백미일두 - 멥쌀 1말)
百洗浸宿細末(백세침숙세말 - 백번 씻어 물에 담갔다가 곱게 가루내어)
湯水三鉢(탕수삼발 - 탕수 3사발로)
作粥待冷(작죽대냉 - 죽을 써 차게 식기를 기다려)
麴二升和(국이승화 - 누룩 2되와 혼합하여)
納瓮(납, 옹 - 항아리에 넣어)
隔七(격, 칠 - 7일 간격을 두고)
白米二斗(백미이두 - 백미 2말)
百洗浸宿(백세침숙 - 백번 씻어 물에 담갔다가)
全蒸(전증 - 완전히 쪄서)
湯水六鉢和交(탕수육발화교 - 끓는 물 6사발을 섞어 혼합하여)
待冷(대냉 - 차게 식혀)
麴二升和(국이승화 - 누룩 2되와 혼합하여)
納瓮(납옹 - 항아리에 넣어)
待七日(대칠일 - 칠일 간격을 두고)
甕頭淸上槽(옹두청상조 - 독 위가 맑아지면 술통위에 올린다.)


술 제조법을 살펴보면 쌀의 양에 비해 물 양이 상당히 적게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물 양이 적게 들어가니 단 맛이 강해지는 것은 기본이고 단맛이 강하니 향기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큰 집안에 술 향기가 가득할 수밖에,,, 그러니 만전향주~

물 양이 적게 들어가는 술은 단맛이 강해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술 빚는 사람은 손에 피가 나올 정도로 공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물 3사발이 많아야 3리터 정도로 쌀 1말을 가루내면 부피가 2배 정도 되니 쌀 20리터를 물 3리터로 죽을 쑤라는 것이다.

가능한가.?

지금 우리 현실로 생각하면 이 술은 불가능하다. 쌀을 씻어 물에 담갔다가 물을 빼고 방앗간이나 믹서로 곱게 갈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 3리터를 넣어 죽을 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끓는 물 3사발 넣고 혼합하면 되겠지만 술이 잘 되기 위한 죽은 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시대에 사용했던 도구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있을까.

맷돌

맷돌이면 해결된다. 물에 담가놓은 쌀을 바로 건져서 맷돌에 갈아 버리면 바로 죽처럼 되어 나오는데 여기에 끓는 물 3리터를 부어 개어 죽을 쑤면 어렵지 않게 죽을 쑬 수 있다. 이처럼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 시대를 이해하지 않으면 쉽게 해결 될 문제도 골치만 아파지는 것이다.

그럼 집에 맷돌이 없으면,,, 어쩌란 말인가.

불린 쌀을 바로 건져 믹서에 갈아 여기에 끓는 물을 붓고 죽을 쑤면 된다. 맷돌을 믹서기가 대신하고 장작불을 가스레인지로 하면 쉽게 해결된다.

이렇게 밑술이 만들어 지면 멥쌀 2말에 끓는 물 6사발(6리터 정도)을 부어 식힌 다음 밑술과 혼합하여 술독에 넣어 놓으면 머지 않아 맑은 술이 위에 떠오르게 된다. 향기가 온 집안을 물들일 것이다.

마치면서...

재밌었는지 모르겠네요. 재밌어 하면 자주 올리고 별 반응 없으면 접어야죠. ^^ 요즘 날씨가 많이 더운데요. 날씨가 더우면 술이 잘 안된다고 하는 분들 계신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더우면 더워야 잘 되는 술도 많고 빚고 싶은 술은 날씨와 상관없이 다 빚을 수 있으니 시간 내셔서 다가올 추석에 대비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술  www.suldoc.com


강마에

2009.07.30 01:20:42
119.212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오늘에서야 상반기 행사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제 술독에서 하는 행사에 여유를 가지고 참석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불어와 좋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국태

2009.08.03 22:46:49
119.194

白米一斗 (백미일두)
白米二斗(백미이두) 요거 두개 구분이 잘 안됩니다.
밑술/덧술 로 보는 것인지? 별개의 단순한 해설로 보면 되는 것인지요?
좋은 자료 너무 손쉽게 볼수있네요. 재미있습니다. 2탄을 기대하면서...

酒人

2009.08.04 07:49:42
222.106

隔七(격, 칠 - 7일 간격을 두고)

7일 뒤에 멥쌀 2말로..... 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가 밑술을 하고 7일 후에 덧술을 해서 맑아지면 사용해라.
이런 이야기 이야기 입니다. 그냥 쭉 읽으시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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