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나는 왜 비과학적으로 술을 빚는가.

조회 수 1732 추천 수 10 2008.11.23 20:47:13
>어느 전통주 모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20년이상 전통주를 빚어오고 있다는 어느 박사님이 말씀을 하시는데 우리 전통주 제조법은 비과학적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일본의 입국을 배워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설파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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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람되게 제가 알기로는 우리 전통주는 자연상태에서 효소와 효모가 함께 생성된 전통누룩으로 빚기 때문에 당화와 발효가 함께 일어나는 병행복발효 형태로 깊고 다양한 맛을 내기 때문에 맥주나 포도주 이상의 과학적 제조기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지금 우리는 과거 맥이 끊겨 잊어져 가고 있는 전통주를 다시 회생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좋은 술을 빚고자 노력을 기우리고 있는데 소위 전통주 전문가라는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본의 입국을 본받아 과학적으로 빚어야 한다고 역설하니 기가 막혀 한바탕 언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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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우리가 빚고 있는 이러한 방법 특히 술독에서 지향하고 있는 전통누룩에 의한 술빚기가 비과학적인 방법이고 개량누룩이나 입국이 과학적인 기법인지 의문을 가지고 최근에 모 사이트에서는 개량누룩과 효모를 이용하여 대량생산 체제로 나가야 하고 그래야 맛도 좋다고 역설하고 있으며 일례로 국순당에서는 여러가지 곰팡이를 배양하여 개량누룩을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는 이것도 과학화된 일상인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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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누룩을 고집하고 그를 이용하여 맛있는 술을 빚고자 하는 사람은 비과학적이라는 말로 매도되는 소위 전문가 집단이 있기에 씁쓸하기만 한데 제 견해에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 의견을 구합니다


답변 ----------------------------------------------------------------------------


나는 왜 비과학적으로 술을 빚는가.


전문가 집단이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하는 방법을 나는 왜 선택했을까. 그것은 그들이 과학적이라고 하는 방법은 이미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은 그냥 대기업에서 나오는 술 마시면 됩니다. 수 많은 술 연구진들이 체계적으로 만들어낸 술, 그런 술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과학적인 방법이니까요.

그러나 과학집단이 만들어낸 그 술은 이미 실패했습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서 기술력이 없어서 술을 못 만든다? 우리나라에 기술자가 없으면 돈으로 세계에서 가장 술을 잘 빚는 사람들 영입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가장 대중들로부터 인정받는 술은 단 한가지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저도 가끔 마시는(사실은 어제도,,)^^,, 희석식 소주입니다. 우리의 전통 술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중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인정은 해 줘야겠죠.

그 이외의 술은요. 대기업에서 수십 억 원의 자본을 투입하여 만든 시설에서 만드는 체계화, 과학화된 시설에서 빚어 나오는 술 중에서 정말 우리 국민들로부터 꾸준히 사랑 받는 술이 있나요. 아직까지 없다면, 이런 대기업에 찾아 가서 ‘당신들이 만드는 방법은 비과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술이 좋지 않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정말 쪽팔리게,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는 사람들에게 또는 열악한 시설을 가진 양조장에가서 과학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식한 것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술을 빚는 사람들이나 영세한 양조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과학화된 방법으로 술을 빚으려면 지금의 대기업처럼 일본에서 수십 억 원의 자본을 들여 자동화된 시설을 수입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술을 빚는 사람이 대기업에 취직을 하는 것이 빠를 것입니다.

제가 그들이 쉽게 떠드는 비과학적 술빚기를 연구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입장에서 술을 빚기 때문입니다. 제가 여러분과 같은 조건에서 연구를 해야 여러분들이 원하는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자동화된 시설에서 술을 빚고 그 결과를 여러분들에게 알려준다면 여러분 가정에서 그 방법으로 술을 빚을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들이 원하는 과학을 말하려면 돈 많은 대기업에 찾아가서 말을 해야죠. 그렇지 않나요? 개인이, 소규모 양조장이, 무슨 돈이 있어서 과학적으로 술을 빚으라는 것입니까. 누룩만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면 과학적이 술빚기가 되나요. 품질관리, 시설, 온도,, 등등 이런 모든 것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미생물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고등어를 민물에 갖다 놓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대기업에 찾아가서 과학을 이야기 하면 그 사람은 바로 바보 취급 당합니다. 수 십명의 연구진들이 밤낮으로 술만 연구하는데 이런 사람들앞에서는 말 하나 못 꺼냅니다. 그러니까, 바보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니까 잘 모를 것 같은, 양조를 잘 모를 것 같은 사람들에게 과학을 말할 뿐입니다. 좀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지금의 양조과학 이라는 것은 지난날 우리 조상들이 사용해 온 방법들을 좀 더 세분화 시키고 체계적으로 정리를 한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누룩 속에 있는 특정한 미생물을 배양할 수 있게 되었고, 훌륭한 도구들을 이용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는 관리를 하여 일정한 맛을 가진 술을 생산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들이 다시 한 번 비과학을 이야기 한다면 이렇게 말해 주십시오. “당신의 방법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하고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지금 그 결과를 봐라, 이것이 당신이 말한 과학적인 방법의 결과냐?”

현재 양조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또는 공부 했다는 사람들은 우리의 전통 술 빚기부터 공부를 해야 합니다. 바탕은 없고 겉 껍데기만 주어와서 우리 조상들이 수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남겨온 “경험의 과학”을 서양의 “양조교제의 과학”에서 쉽게 얻으려는 그 생각, 그것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 술의 미래는 없습니다.

서양의 포트와인보다 100년 앞서 한국에서는 “과하주” 라는 명주를 탄생시켰습니다. 그것도 한 평생 집안일을 돌보던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요. 그들이 비과학적이라고 하는 방법으로 우리 어머니들은, 지금 과학을 떠드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십 억 원의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술 보다 더 가치 있는 좋은 술을 만들어 냈습니다.


적어도, 과학을 이야기 하려면 우리의 어머니들이 만든 술 보다는 더 좋은 술을 만들어 놓고 이야기를 해야죠.



마치면서...

먼저 '내사랑'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내사랑님의 마음 저도 잘 알 것 같습니다. 모임때 뵙겠습니다.


내사랑

2008.11.24 15:57:41
222.109

주인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을 하고 더 맛있는 술을 빚어 이웃과 더불어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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