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맛있는 막걸리의 맛은...?

조회 수 2181 추천 수 13 2008.10.31 02:30:38
>나름 손맛에 자신있었고 김치등 발효 음식도 담가먹는 편이라
>막걸리도 쉽게 생각했는데..(두번을 만들었는데) 맛이 이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독주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막걸리맛이  절절하게 느껴지지않고 약간 시큼하고 텁텁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력이 깃든 막걸리맛은 뭔가 다른가요?
>영양있고 누룩냄세도 정겹지만 ....."캬"소리가 나오질 않네요


주관적인 생각을 말할 수 밖에 없겠네요.

사람 입맛이 다 달라서 무슨 맛이 나야 하니, 무슨 향기 나야 한다. 이런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에요. 개인의 입 맛에 맞으면 그 술이 좋은 술이니까요. 다만, 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도 말씀을 드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의 전통 막걸리는 결코 쉬운 술이 아닙니다. 시고 텁텁한 것이 정답입니다.
그 술이 잘 못된 것이 아니에요. 원래 그렇습니다.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술을 빚어서 여기에 물을 혼합하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5-8도 사이가 됩니다.
초산발효가 일어나기 딱 좋은 알코올 도수에요. 신맛이 순식간에 강해진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양조장에서는 설탕보다 몇 백배 되는 감미료를 사용해서
술의 당도를 높이게 됩니다. 신맛을 당으로 덮어 버리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집에서 빚는 술은 그렇지가 않죠.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물을 타면 알코올 도수도 내려가고 당도도 거의 없게 됩니다.
물론, 물을 적게 타면 되지만 그렇게 되면 막걸리가 아니라 아주 진한 탁주처럼 되어
물처럼 시원하게 마실 수 없죠.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물을 많이 타자니 싱겁고 맛도 없고, 물을 적게 타자니 너무 걸죽해서 마시기 부담스럽죠.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딱 한가지 입니다. 물도 많이 타고 단맛도 있게 하는 방법. 물 대신 식혜와 같은 단맛을 가진 물을 만들어 넣던지 아니면 술을 빚고 36시간 안에 물을 타서 먹던지 택하면 됩니다.

밑술을 빚고 24시간이 조금 지나기 시작하면 단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 물을 타서 마시면 막걸리 맛이 좋습니다. 쌀도 많이 들어가지 않고 탄산도 가지고 있어 충분히 맛 좋은 막걸리를 마실 수 있어요. 또한, 밑술은 쌀의 양 보다 물의 양이 3-4배 많기 때문에 물을 많이 타지 않아도 그리 걸죽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밑술은 가능하면 죽으로 만들어야 하고 막걸리를 만들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마시던지 아니면 급 냉동시켜서 보관했다가 마셔야 할 때 꺼내 마시면 됩니다.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고 좋죠.

단맛이 강한 술을 만드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단맛이 강한 술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물을 적게 넣었기 때문에 물을 많이 넣어 막걸리를 만든다고 해도 걸죽함은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예외의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호산춘’이나 ‘삼해주’와 같이 세 번에 걸쳐 빚는 삼양주의 경우인데요. 이 술은 청주를 다 뜨고 남은 지게미에 물을 타 막걸리를 마시게 되면 진정한 막걸리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당도는 떨어질 수 있으나 순수한 곡물의 맛과 배꽃처럼 맑은 막걸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공력이 깃든 막걸리 맛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아주 주관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눈으로 봐서 우유보다 희고, 입에 넣으면 단맛과 산미가 살짝 느껴지면서 청량미를 느끼고, 물처럼 묽어 물 마시듯 목 넘김이 편해야 합니다. 여기에 알코올 도수가 7-8% 되어 몸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면 좋은 막걸리라 생각됩니다.

답변이 너무 길죠.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우리는,,,,  "술독"   www.suldoc.com

떳다

2008.11.01 08:46:03
58.121.

네~~ 그렇군요
"술"이란놈과 친구한지 삽십년가까이 되가는데
이제는 맛을 잡고픈 욕심이 생기네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49561
504 말은 동력, ‘名言이 名品을 만든다’ file 사과쨈 2009-12-29 2928
503 <b>자가양조 이래서는 안됩니다.</b> [1] 酒人 2006-04-26 2931
502 태풍이 거세네요~! ^^ 모두 몸조심~! [2] 술바치 2010-09-02 2933
501 <b>5월 19일 토요일 술독 정기모임</b> [12] 酒人 2007-05-03 2933
500 교육 관련 되어 질문있습니다. [1] 새내기 2015-05-26 2941
499 쌀 양의 질문있습니다. [4] 료믈리에 2009-08-31 2942
498 독백 [4] SG오션 2007-02-19 2944
497 [오늘날씨]'더위 주춤' 장맛비 오전에 그쳐···미세먼지 '좋음' 감빵굿 2019-07-11 2944
496 전통주 칵테일 바텐더 대회가 열리네요~! 술바치 2010-08-19 2947
495 안녕하세요!! 질문이있습니다. [2] 묻지마투자 2017-08-04 2948
494 어라? 분명 오후에 글을 썼었는데 삭제 되어있네요~ [2] 술바치 2010-08-24 2952
493 술바치가 느낀 한문화-한복 다큐를 통해 우리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 [2] [1] 술바치 2010-08-13 2954
492 누룩 틀 만들었습니다. 酒人 2006-06-29 2954
491 10월 초가 벌써 끝나가네요.. [2] 술바치 2010-10-08 2961
490 식초학교 9기 졸업생 동문 옹클로 2015-07-28 2964
489 제 6기 전통식초학교 (마감) 누룩 2014-06-05 2964
488 2014 말복 누룩디디기 행사 누룩 2014-07-31 2965
487 질문입니다. 하나다 2013-11-12 2968
486 안쓰는 누룩방 같은 발효실을 찾고 있는데.. [1] 알이즈웰 2016-03-06 2968
485 복분자 만든는법좀 알려주세요... [1] 유근숙 2006-04-06 2969
484 덥네요. 이지예 2019-08-04 2985
483 글을 올리려해도, 왠지 도배하는 느낌이라... [2] 술바치 2010-08-26 2990
482 알콜도수가 높게 만들고 싶은데... [1] 애주가 2009-11-05 3000
481 봄 술빚기 3. 아카시아술 酒人 2006-05-04 3000
480 28기 수강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양조 도구 꿀팁 오렌지컴 2018-04-12 3014
479 대한민국술홍보관 봉사단(접수 마감) 관리자 2010-01-08 3015
478 <b>봄, 봇뜰 정기모임을 마치며,,^^</b> [5] 酒人 2008-04-28 3018
477 명함 도안이,,, [2] 최 원 2007-05-25 3020
476 추석연휴를 새앙주와 함께..... file [4] 도사 2009-10-04 3023
475 지리표시, 프랑스‘와인강국’ 만든 비결 관리자 2006-12-27 3026
474 양수겹장을 위해 등산모임을 [1] 박창수 2007-01-17 3031
473 설 선물세트 기획전은 없나요? 달마조 2018-01-19 3038
472 다들 별 탈 없으시죠?? [3] 모수 2010-09-10 3046
471 <b>봄 술빚기 2. 쑥술(艾酒)에 대하여</b> 酒人 2006-04-11 3050
470 제 3차 일본흑초 및 주조산업 탐방단 모집(마감) [2] 누룩 2014-07-02 3053
469 술 맛 비교 자료 만들기! 도와주세요!! [1] 2010-05-04 3054
468 전통주 최고지도자과정 3기 모집안내 (마감) file 누룩 2014-02-11 3059
467 오늘처럼 비오는 밤에 막걸리와 어울리는 삼겹살 콩나물 찜 [5] 酒客 2007-04-30 3060
466 한가위 명절 모두~ 평안히 잘 보내시길 ^^ [2] 술바치 2010-09-19 3061
465 <b>현재 연구중에 있는 "생 멥쌀 동동주"</b> file 酒人 2006-07-27 30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