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표시, 프랑스‘와인강국’ 만든 비결

조회 수 2967 추천 수 220 2006.12.27 21:45:57
와인품질관리시스템 요체 ‘원산지명칭보호’ 기준 마련 … 생산량 넘치면 알코올 증류소로 보내
2006-12-27 오후 3:06:33 게재

어느 민족에게나 고유의 전통술이 있다. 프랑스 와인, 독일 맥주, 영국 위스키 … 이런 술은 민족을 넘는 세계적인 술이다. 반면 우리 술은 ‘밀주’로 매도당하며 단절의 역사를 겪었다. 민족문화를 잇는데 의미가 있는 전통주 복원의 방안을 찾아본다.

장면 #1
13일 오후 1시 프랑스 파리 외곽의 한 레스토랑. 와인 저장고를 개조한 레스토랑 입구를 지나 50m가 넘는 동굴을 통과하자 어둑어둑한 여러 개 방이 나왔다. 동굴을 뚫어 만든 방마다 테이블을 놓고 점심식사를 하러 온 고객을 맞이했다. 동굴 곳곳에 놓인 오크통과 와인저장대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나온 메뉴는 프랑스 전통 푸아그라(오리·거위 간 요리), 거친 빵, 고기요리였다. 식사에는 레드와인이 곁들여졌다.

장면 #2
16일 파리 중심에 위치한 레스토랑.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어로 ‘아페리티프’로 불리는 ‘키르’(kir)가 먼저 나왔다. 키르는 백포도주에 ‘카시스’(산딸기 종류) 시럽을 섞어 만든 분홍빛 와인이다. 메뉴는 유명한 달팽이 요리였고 당연히 와인이 곁들여졌다.

◆중세부터 품질관리 시작 = 프랑스 요리에서 와인은 빠지는 법이 없다. ‘태양 없이는 살아도 포도주 없이는 못 산다’고 할 정도로 와인은 프랑스인의 일부다.
프랑스는 한해 세계 와인 16%를 소비하는 최대 소비국일 뿐 아니라 세계 와인 생산량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인구 10명 중 한 명은 와인 관련 산업에 종사한다.
프랑스 포도나무 재배면적은 스페인에 이어 두 번째고, 국토 골고루 생산지역이 분포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기후대와 토양 덕에 지역마다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품질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프랑스가 와인강국이 된 데는 지리적 표시제 등을 통한 엄격한 품질통제 시스템이 결정적이었다.
프랑스 와인의 품질관리 역사는 중세시대부터 시작됐다. 이때 이미 품종이 나쁜 포도나무는 재배가 금지됐고 산지에 따라 와인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후 1895년 와인에 물을 타는 행위가 처벌되고 20세기 들어서 와인생산업자들이 부당이익을 챙기려고 유명 산지명칭을 도용하는 일이 벌어지자 품질통제시스템을 법제화했다. 1905년 국가불법와인규제사무국이 설치돼 불법유통을 감독하고 과잉생산을 막기 시작했다.
1935년은 프랑스 와인역사상 중요한 해다. 이 해에 와인 품질관리시스템의 요체라 할 수 있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원산지명칭보호)의 기준이 정해졌다.
A·O·C는 프랑스 와인의 가장 높은 등급이다. 이 라벨이 붙으면 생산지역, 포도품종, 단위 면적당 최대 수확량 등이 철저히 규제됐다는 뜻으로 최고품질이 항상 보장된다.

◆전문가 시음평가 통과해야 = ‘지역와인’ ‘VDQS’(우수품질제한) ‘최상급 AOC’란 이름을 달려면 포도농장은 법령에 따라 제한된 지리적 명칭의 영역 내에 위치해야 한다. 토양의 질이 떨어지는 곳은 여기서 제외된다.
생산량을 제한하기 위해 포도 생산자는 새 포도나무를 심으려면 승인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농장에 상당 면적의 나무를 뽑아 제거해야 한다. 또 지방 와인의 특성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산지에 심을 수 있는 품종도 제한된다.
단위면적당 최대 수확량이 제한되고 초과잉여생산물은 의무적으로 알코올을 채취하는 증류소로 보내진다.
와인에 첨가할 수 있는 물질은 극소수로 제한된다. 와인에 물이나 향료 추출물, 알코올을 타는 것은 철저히 금지된다. 자연적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위해 포도 당도를 높이는 일은 몇몇 지역에서만 허가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리적 명칭의 혜택을 누리려면 전문가 시음 등 엄격한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프랑스 입법부는 불법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초과분이나 마시기 부적절한 와인 등이 거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고·운송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와인생산자는 시청에 그해 와인 생산량과 재고량을 신고해야 한다. 와인은 상품반출 허가증이나 출항허가증 등 행정문서가 첨부돼야 유통될 수 있다. 운송할 때 와인 병은 밀봉 용기에 넣어 운반된다.

/파리=정원택 기자 wontaek@naeil.com

▶ 파리를 떠나는 날 기자는 드골공항 면세점 와인코너를 들렀다. 엄청난 종류의 와인을 둘러보며 ‘와인강국’ 프랑스의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코너 한쪽에 놓인 냉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냉장고 안에는 고급스럽게 포장된 와인이 여러 병 들어있었다. 가격을 보니 한 병에 4000유로(한화 480만원)가 넘었다. 이 와인이 한국으로 오면 1000만원이 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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