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사랑의 사이에서 .

조회 수 2526 추천 수 167 2006.05.16 09:38:38



술을 즐기시는 가친의 풍류덕에
어릴적 집안에는 항상 술익는 향이
내내 감돌곤 했었다.

때론 어머님께서 직접 담그실때도 있고
아니면 동네 양조장에서 가져온 퉁자가
부엌 구석 한켠에 듬직하게 자리 잡곤 했었다.

한 겨울 냉면 야참을 드실때
가끔씩 참새 눈물만큼 밀어 주시던 탁배기,
그 이유모를 얼콰함에 힘입어
달디 단 잠을 자곤 했던 기억이 있다.

여름 무더위 한때는
냉수에 담궈둔 탁배기 주전자에서
누나는 반 사발쯤 덜어내어
당원(?)을 풀어서 내게 나눠 주었던 그 맛,
아마 칠성 사이다 보다
약간 더 나은맛이라고 기억이 된다.

.....하지만 술을 마시진 않았지..

체질적으로 술이 부담이 되었었고
적어도 혼미함은 피하여야 한다는 결벽과,
(아마도 과음하신 아버님의 그 침몰이 무서워)
머리 나빠진다는 어른들의 거짓말 탓에,,
하긴 어린 나이에 세상 팍팍할 일이 있어야지..

...첫 사랑을 정말 뒤지게도 아프게 앓았었다.

그니를 잊기 위한(차였었다..ㅜㅜ)
생몸살에 발악이 겹쳐서
못 먹는 술을 친구넘에게 부탁하여
밤새도록 마시고
첨으로 담배도 두 갑을 피워 제끼고는
내리 사흘을 혼절한 첫 기억의, 속 울렁거림의 기억..

이후로 이십여년을
술과 담배는
어느 여인이 떠나더라도

항상 내 곁에 충직하게 남아 있다.

.....................

해질녘의 노을을 담아 마시는 한 잔과
비 오는 날의 젖은 감성을 녹여 마시는 한 잔은
그 맛이 엄청 다르다.
나도 그 때마다 색깔이 다르다.

이 혼곤한 세상,
내가 누구인지의 정체성을 잃어갈 때,
그대 술이여,
신의 축복받은 선물이여,
너 마저 없었다면
세상은 다만 잿빛일 수 있었음을.....

나는 이렇게 읖조리며
혼자 마실때가 많다,,
철저히 어린애의 서글픔을 담아...

'술은 술에 연하여 끝이 없고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41151
1104 고생합니다 [1] 김수로 2019-09-18 4178
1103 바람 많이 부네요. [1] 이지예 2019-09-07 4246
1102 9월달이네요. [1] 이지예 2019-09-01 3818
1101 비가 오니 시원하네요. [1] 이영훈 2019-08-27 3909
1100 주말 잘보내세요. [1] 이지예 2019-08-25 4342
1099 시원 하네요. [1] 이지예 2019-08-22 4918
1098 굿밤되세요. 이지예 2019-08-16 4593
1097 비가 오네요. 이지예 2019-08-15 2776
1096 오랜만에 들리네여. 이지예 2019-08-09 3552
1095 바람이라도 좀 불길.. 김수로 2019-08-08 3643
1094 덥네요. 이지예 2019-08-04 2571
1093 청소년 많은 거리서 수차례 음란행위…프로농구선수 정병국 영장 감빵굿 2019-07-19 10327
1092 [오늘날씨]'더위 주춤' 장맛비 오전에 그쳐···미세먼지 '좋음' 감빵굿 2019-07-11 2581
1091 [오늘 날씨] 곳곳 소나기, 습도 높아 '후텁지근'…주말 장마전선 다시 북상, 전국에 '비 감빵굿 2019-06-28 11181
1090 [오늘 날씨] 곳곳 소나기, 습도 높아 '후텁지근'…주말 장마전선 다시 북상, 전국에 '비 감빵굿 2019-06-28 2033
1089 오랜만에 들ㄹㅕ요. 이지예 2019-06-04 8664
1088 오늘의 명언 [1] 가오리짱짱맨 2019-05-09 2135
1087 뒤늦게 깨달은 한가지 file [1] 술은 술, 물은 물 2019-03-12 3501
1086 과실주 주세를 없애라 file 酒人 2019-03-10 3098
1085 생전처음 단양주에 도전합니다 [3] 목장장 2019-01-14 2989
1084 우리나라에 명주가 나오기 힘든 이유 [1] 酒人 2018-10-27 3527
1083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일까요?? file homebrewing 2018-10-22 2511
1082 2018 월드 한식 페스티벌 file 누룩 2018-09-28 3140
1081 [공모전] 2018 우수문화상품 공모 file 2018우수문화상품공모 2018-06-01 2764
1080 누룩에 관해 여쭤보고싶은게 있습니다. 누룩방 누룩방 2018-05-09 2410
1079 안녕하세요 ~~전통형식의 누룩방에 관해 질문있습니다 !! [2] 누룩방 누룩방 2018-04-17 2969
1078 28기 수강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양조 도구 꿀팁 오렌지컴 2018-04-12 2640
1077 설 선물세트 기획전은 없나요? 달마조 2018-01-19 2662
1076 입금관련문의 금산전여사 2017-12-09 2163
1075 한국 최초 조선 요릿집 `명월관`술당그는법 니모 2017-11-24 3288
1074 기사] 주당들의 헌법 주국헌법(酒國憲法) 니모 2017-11-24 3408
1073 술과 음식의 만남 - 춘삼월X배혜정도가 file 누룩 2017-11-20 3400
1072 쑥대발 살수 있는곳 file 오렌지컴 2017-10-20 2546
1071 술과 음식의 만남 - '배혜정도가 X 맑은술' file 누룩 2017-10-14 3488
1070 우리술빚기 명주반 26기 시음회 모습니다. 달마조 2017-10-09 2007
1069 술과 음식의 만남 - '배혜정도가 X 두두' file [1] 누룩 2017-09-15 2823
1068 우리술빚기 명주반 26기 저녁반 시음회 안주들 달마조 2017-09-15 1977
1067 술과 음식의 만남 - '배혜정도가 X 다모토리ㅎ' file 누룩 2017-09-07 3932
1066 역가 [1] 쩐신 2017-08-26 2808
1065 아일랜드 여행기록집 <I wish, Irish> 출판기념회 (11기/지도자3기 신동호님) file 누룩 2017-08-25 209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