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조회 수 1925 추천 수 0 2010.09.28 14:19:28


-> ▲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의 정석태 양조기술연구실장이 아직 덜 된 녹파주를 용수에 걸러 맛보고 있다. 한창 발효 중인 술단지에 귀를 대보면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을 때 나는 끓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진명 기자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국립농업과학원 양조기술연구원들
2012년까지 15개 술 현대화… 가정용 '간편양조기' 개발중
"우선 한 잔 맛을 보세요. 그래야 이해가 쉽습니다."

만나자마자 술부터 권하는 이 남자는 누구인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정석태 연구관은 명함을 교환하기 무섭게 술잔을 내밀었다. 13일 오전 수원시 서둔동에 있는 농식품자원부 발효이용과 양조기술연구실엔 참한 술주전자까지 놓여 있었다.

갓 우린 녹차처럼 맑은 노란색 액체가 술잔 속에서 찰랑거렸다. 향은 은은했다. 한모금 머금으니 웬걸, 술맛은 담담한 첫인상과 전혀 달랐다. 강렬한 단맛이 입안에 확 퍼졌다. "달죠? 고문헌대로 복원한 '아황주'랍니다."

◆2012년까지 우리술 15종 복원

'대낮부터 술판을 벌여도 괜찮은 공무원'. 농담 섞인 말이지만 그게 바로 양조기술연구실 직원들이다.

국립농과원 농식품자원부는 '한국형 식문화 확산'을 업으로 한다. 우리 농산물로 좋은 식품을 개발해 한식을 세계화하는 것이 목표다. 발효이용과는 김치·된장·식혜처럼 발효가공 기술이 필요한 식품을 주로 다룬다. 조금씩 전통주 연구를 하다가 2006년 양조센터를 만들었고, 2008년 양조기술연구실로 독립시켜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란 중대작업을 시작했다. 산림경제·산가요록·수운잡방·음식디미방 같은 옛 문헌을 뒤져가며 전통주를 복원한다.

양조기술연구실에 들어서면 쌀 됫박과 소줏고리 따위가 잔뜩 놓여있다. 술밥을 짓는 세미증자실(洗米蒸煮室)엔 쌀 30㎏를 한 번에 찔 수 있는 들통이 가득하고, 밑술을 익히는 주모발효실(酒母醱酵室)도 따로 있다. 같은 전통주라도 문헌마다 기록된 제조법엔 차이가 있어, 여러 번 만들어 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끝에 2008년 삼일주(三日酒)·황금주(黃金酒)를, 작년 녹파주(綠波酒)·아황주(鵝黃酒)를 되살려냈다. 올해 도화주(桃花酒)·석탄주(惜呑酒)·벽향주(碧香酒) 3종류를 복원하고 2012년까지 15개 전통주를 현대화할 예정이다.

◆대중화 위해 간편양조기 개발

전통주 복원 자체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민간에서 복원한 술만 800~1000종에 이른다. 국립농과원이 나선 것은 일정량 이상 생산해 시중에 유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집에서 빚어 마시던 전통주 대부분은 발효미생물·효모가 살아있다. 증류·살균하지 않고 팔면 유통 중 추가 발효가 일어나 맛이 변하기 일쑤다.

"고문헌대로 복원만해서는 대중화가 어렵습니다. 발효 정도나 기호성을 조절할 기술을 개발해 보급해야 일반 판매가 가능하죠." 예컨대 단맛이 너무 강한 아황주는 알코올도수를 13도에서 16도로 올릴 예정이다. 쉽게 변하는 걸 막으면서 단맛도 부드럽게 바꾸기 위해서다. 양조기술연구실엔 10~20㎏씩 빚던 전통주를 t단위로 생산했을 때 발생 가능한 문제를 미리 파악해 보는 '파일로트 주조장치'도 있다. 기존에 복원한 술 중 녹파주는 이렇게 기술을 개발·보급해 시판에 들어갔다.

복잡한 발효·증류 과정을 전기밥솥에 밥하듯 간단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기인 '간편양조기'도 개발 중이다. 메탄올·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유해물질을 잘 걸러주는 우리 소줏고리의 장점을 살려 만들고 있다. "한국 전통 소줏고리는 언뜻 보면 증류효율이 떨어지지만, 실은 외국 증류기기와 달리 유해물질을 잘 빼냅니다. 그 기술을 특허내 간편양조기를 만들 겁니다."

찐 쌀가루와 누룩을 함께 포장한 '양조세트'도 만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손쉽게 전통주를 빚어볼 수 있게 하려는 시도다. 밀누룩·쌀누룩·보리누룩·옻누룩·홍국 같은 다양한 누룩과 조합하고 한약재·꽃잎·과실도 넣는다면 나올 수 있는 술의 종류는 수천수만가지다.

한귀정 발효이용과장은 "집집마다 술을 빚으면 자연히 전통주 문화가 살아나고 특이한 술을 개발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남아도는 쌀을 효율적으로 쓰기에 우리술만한 게 없어요. 한식과 접목해 건전한 '우리술 문화'를 만들어 가야죠."

조선일보 김진명 기자 geumbori@chosun.com
2010년 09월 13일 (월)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703 2018-12-17

부산국제주류박람회..명품 전통주 한자리에

부산국제주류박람회..명품 전통주 한자리에 10월14~17일 벡스코서 개최..판로개척 등 지원 막걸리와 명품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주류박람회가 10월 부산에서 개최된다. 부산국제주류박람회 주최사인 드림코리아는 10월14일부터 17일까지 부산 해운...

  • 조회 수 1808
  • 2010-08-15

경주 한국의 술과 떡잔치 2007

주 제 : 세계속의 우리의 맛·멋 그리고 흥! 기 간 : 2007년 4월 14일(토) ~ 4월 19일(목) 6일간 ※ 개장시간 : 09:00 ~ 21:00 장 소 : 황성공원 일원 주 최 : 경주시 주 관 : 한국의 술과 떡잔치 추진위원회 후 원 : 문화관광부, 경상북도, 한국관광공사, 경북...

  • 조회 수 1815
  • 2007-04-12

한국 전통 명주 올림픽 열린다.

[농림부 2007-03-09 09:00] 올가을 우리나라 전통 명주를 가리는 전통술 품평회가 개최된다. 「2007 한국 전통술 품평회」에서는 우리 전통술을 ①탁주·막걸리, ②청주·약주, ③과실발효주, ④전통소주 및 ⑤기타주류 총 5개 부문으로 나누어 실시될 예정이다. 전통...

  • 조회 수 1821
  • 2007-03-10

당진 쌀막걸리 ‘미담’ 미국행

당진 쌀막걸리 ‘미담’ 미국행 톡 쏘는 상쾌한 맛 특징 … 일본·중국과도 협상 중 충남 최초로 쌀막걸리가 수출길에 올랐다. 당진군 순성면 봉소리에 소재한 ㈜성광주조(대표 성기욱)는 쌀막걸리 1,200상자(750㎖×20개)를 7월27일 부산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

  • 조회 수 1824
  • 2010-08-03

국세청 사칭 환급금 사기 피해 주의하세요!

○ 지난 11월 방송 및 언론보도 이후 잠시 중단되었다가, 12월8일부터 다시 국세청 징세과를 사칭하여 환급해준다며 아래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발송 하고 있습니다. - "국세청입니다. 연말정산 환급이 있사오니 국세청 징수과로 연락바랍니다. 063-228-0877, 03...

  • 조회 수 1842
  • 2006-02-17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6>지리산 솔송주 박흥선 씨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210/24697552/2《조선시대 영남 유림의 맥을 논할 때 ‘좌안동 우함양(左安東 右咸陽)’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경남 함양은 일찌감치 묵향의 꽃을 피운 선비 고을이다. 그 중에서도 ...

  • 조회 수 1850
  • 2010-02-11

[國恥百年](19)가양주의 금지와 주류 문화의 변화

->우리의 전통 가양주는 일제 강점기를 맞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제가 술에 세금을 매겨 걷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양주를 말살하려 했다. 하지만 가양주는 오늘날 전통주로 다시 태어났고 안동소주(사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자리 잡고 있다....

  • 조회 수 1851
  • 2010-07-06

내달 15일 대규모 주류박람회 열려

우리나라 술 다모인다…주류協 내달 주류 페스티벌 [조세일보 2006-05-10 10:00] 삼성동 코엑스서 6월15일∼17일까지 3일간 개최 대한주류공업협회 주최, 100여개 국내주류 제조사 참가 오비맥주, 두산 등을 비롯해 민속주 제조업체 등 100여개가 넘는 국내주류...

  • 조회 수 1856
  • 2006-05-11

제 5회 국제주류박람회 무료초청장

2007년 5월 2~4일까지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제 5회 국제주류박람회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참여하셔서 다양한 술을 접할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설문조사 무료초청장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회원분들께서는 가급적 빨리 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무...

  • 조회 수 1870
  • 2007-02-27

충남도 '지역대표 전통주' 12개 선정 file

-> 한자리에 모인 충남대표 전통주 (대전=연합뉴스) 충남도는 최근 대전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2010 충남 우리술 품평회'에서 '지역대표 전통주' 12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전통주는 농림수산식품부 주최로 오는 30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

  • 조회 수 1879
  • 2010-09-03

이사람 / 권옥련 ‘봇뜰’ 대표… “가양주로 쌀소비 확대” [1]

http://www.nongmin.com/article/ar_detail.htm?ar_id=165984&subMenu=articletotal 전통주, 품질좋은 우리쌀로 빚어야 제맛 “국내에 전승되고 있는 가양주를 잘 응용하면 세계적으로 손색없는 명주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쌀로 술을 빚으면 맛과 향...

  • 조회 수 1883
  • 2009-09-09

햅쌀 막걸리대회 ‘주인(酒人)’은 누구 ?

햅쌀 막걸리대회 ‘주인(酒人)’은 누구 ? 가양주연구소, 20일 선발대회 햅쌀로 빚은 막걸리가 한데 모여 품질을 가리는 전국 규모의 대회가 열린다. 한국가양주연구소는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0 대한민국 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

  • 조회 수 1895
  • 2011-08-28

막걸리 등 전통주 인터넷판매 내달부터 허용

성인인증 받아야 살 수 있어 세금감면 대상도 확대 추진 최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를 육성하기 위해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4월 1일부터 허용된다. 전통주에는 민속주와 농민주, 막걸리 같은 술이 포함된다. 기획재정부는 ...

  • 조회 수 1895
  • 2010-03-08

마산대학, '한국 전통주 유럽에 선보인다!' file

마산대학, '한국 전통주 유럽에 선보인다!' 경남 마산대학(총장 이학진) 국제소믈리에과 2학년 학생 27명은 2010년 9월 8일부터 10월 2일까지 이탈리아 북부와 프랑스의 보르도, 부르고뉴, 파리를 방문하여 와인연수를 실시한다. 학생들은 커피 메이커로는 세...

  • 조회 수 1895
  • 2010-09-03

벽안의 막걸리 처녀 “나, 주모 됐어요” file

벽안의 막걸리 처녀 “나, 주모 됐어요” 서울 홍익대 주변에 주점 내는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이 잘 알려진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Taru Salminen·34)가 막걸리를 파는 주막을 낸다. 살미넨 씨는 “서울 홍익대 주변...

  • 조회 수 1895
  • 2010-10-15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는다] ①대를 이어 온 우리 술 [1]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는다] ①대를 이어 온 우리 술 고을마다 전통명주 가문마다 가양주…이젠 세계 대중술로 뜬다 '우리 전통주를 살립시다!' 최근 막걸리가 '국민주(酒)'로 떠오르면서 우리 전통주와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

  • 조회 수 1901
  • 2010-07-12

만화로 풀어낸 전통주 스토리 file

만화로 풀어낸 전통주 스토리 [BOOK]주당 주백령 교수 '술일기'를 토대로 전통과 문화 이야기 담아 '막걸리 붐'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통주가 단순히 유행에 그치지 않고 그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만화 '술...

  • 조회 수 1906
  • 2010-10-15

술방사람들이 나누는 전통술향기

2006년 11월 18-19일 토,일요일에 "술방사람들이 나누는 전통술향기" 그 네번째 행사를 인사동에서 진행합니다. 진정한 전통주의 맛과 향을 느끼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행사장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초대권"이 있어야 하니, ...

  • 조회 수 1916
  • 2006-11-11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file

-> ▲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의 정석태 양조기술연구실장이 아직 덜 된 녹파주를 용수에 걸러 맛보고 있다. 한창 발효 중인 술단지에 귀를 대보면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을 때 나는 끓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진명 기자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 조회 수 1925
  • 2010-09-28

막걸리 vs 사케 “상대국 입맛 잡아라” 한·일 전통주 대결

막걸리 vs 사케 “상대국 입맛 잡아라” 한·일 전통주 대결 ㆍ일본의 ‘막걸리 열풍’… 웰빙·한류 마케팅 덕 지난해 800만병 팔려 ㆍ한국의 ‘사케 신바람’… 선술집 확산에 대중화, 깔끔한 맛으로 유혹 한·일간 전통주 싸움이 볼 만하다. 일본 전통주인 사케(청주)...

  • 조회 수 1928
  • 2010-07-2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