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우리는 막걸리 사랑해요”

조회 수 1593 추천 수 1 2010.09.10 14:35:57




농식품부 “우리는 막걸리 사랑해요”
품질인증제 실시 산업진흥 선봉에 서 짝사랑… 저세율 등 보호규제 그대로

정부가 막걸리 사랑에 ‘푹’ 빠졌다. 막걸리 산업 진흥의 선봉에 선 것이다. 세계화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전용잔 개발에 이어 ‘드렁큰 라이스(Drunken Rice)’라는 영문 애칭까지 공모해 발표했다.

총대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맸다. ‘지역경제 살리기’와 ‘우리쌀 소비 촉진’의 일환에서다. 지난해 8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우리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막걸리 산업 진흥 업무는 국세청에서 농식품부로 이관이 결정됐다.

농식품부는 9월부터 막걸리에 대한 품질인증제를 본격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달 5일 전통주의 경쟁력 강화, 농업인의 소득 증대 등의 목적으로 제정된 ‘전통주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발효됨에 따른 것이다.

술 품질인증제는 정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이 법이 정한 주종별 품질 기준에 따라 희망업체의 제품을 심사한 뒤 인증서와 인증마크를 발급해 주는 제도다. 인증마크를 발급받은 업체는 해당 제품의 용기나 포장에 붙이거나 인쇄해 판촉 활동을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막걸리의 고품질화와 함께,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제품 판매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사 시장 장악 ‘서민술’ 의미 퇴색

그러나 이러한 품질인증제는 그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의 영세한 양조업체들에겐 ‘무용지물’일 뿐이란 지적이다. 인증 기준을 맞추려면 대규모 시설투자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성웅 한국막걸리진흥협회 사무국장은 “대부분의 중소형 양조업체들이 연매출 1억 원 미만으로 영세해 기존 시설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렵다”며 “신규 투자 여력이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에 기반을 둔 생계형 막걸리 제조업체들은 정부가 내놓는 지원 혜택이 크게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일례로 ‘쌀 가공 시설자금 지원’ 업체로 지정이 되도 담보가 없어 돈을 빌려 쓰지 못하는 식이다. 국내 막걸리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각종 정부 대책에 대한 ‘대기업 특혜 논란’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막걸리는 그간 ‘서민술’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본질은 ‘퇴색’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대형 생산업체들의 ‘영향력’이 가속화되면서 부터다.

최근 1~2년 사이 국내 주류시장의 최고 블루칩은 ‘막걸리’였다. 막걸리 열풍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08년 3000억 원 규모이던 것이 지난해 4200억 원으로 40%가량 성장했다. 오는 2012년에는 무려 1조 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주류 시장에서의 비중도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현재, 막걸리 내수량은 2만 8830KL로 전체 주류 내수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5% 수준에게 크게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 이면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현재 국내 막걸리 시장은 몇몇 대형 생산업체가 과점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 막걸리 제조면허를 보유한 업체는 770여 개. 이 중 실제 생산업체 수는 533개 업체에 달하지만(2009년 기준) 서울탁주(53%)와 국순당(13%) 단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의 업체는 지역을 기반으로 영세한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막걸리 붐’을 타고 대기업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전주 등 지역 중소 막걸리 제조사들과 손잡고 막걸리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앞서 6월 말 오리온이 영화 투자·배급을 하는 자회사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참살이탁주’를 생산하는 참살이엘앤에프(L&F)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농심과 샘표식품 등도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낮은 세율 등 차별 규제 논란 ‘재점화’

이같이 막걸리 시장이 대규모 생산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제기돼 왔던 막걸리 규제를 둘러싼 특혜 논란도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주세법에 따르면 막걸리(탁주)에는 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같은 전통주로 분류되는 약주나 청주엔 30%, 막걸리보다 저도주인 맥주에도 72%의 세율이 부과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막걸리도 엄연한 술이며, 고도주로서 비생산적인 사회적 비용 발생에 책임을 져야 함에도 낮은 주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주세법은 술에 붙는 높은 세율의 세금 누락을 방지하기 위해 주류 제조자로 하여금 술병에 납세 증지를 첨부하거나 납세병마개 또는 자동계수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막걸리는 예외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형국 국세청 주세 담당관은 “탁주, 약주의 경우 국세청장이 지정한 납세증지 첨부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말했다.
가정용과 유흥용으로 용도 구분이 없어 무분별한 유통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다. 판매 경로의 예측과 통제가 쉽지 않아 단속 업무 및 세원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주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속속 막걸리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온정주의에 입각한 ‘민속주’ ‘농민주’ 보호 명분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며 “전국 유통의 대량생산 기업에 대해서는 규정을 강화하고 엄격하게 관리, 단속해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앞으로도 영세 막걸리 양조업체들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 보인다. 공정위는 최근 발간한 ‘주류산업과 경쟁정책’ 보고서를 통해 “막걸리산업 활성화는 규제 완화의 효과로 나타난 결과”라고 분석하며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에 의해 통제됐던 진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막걸리 역시 해당된다. 종합주류도매업자에게 일반탁주 취급을 허용하고 현행 2L 이하로 제한돼 있는 막걸리 판매 용기의 크기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성 사무국장은 “이 같은 공정위의 규제 완화 추진 정책은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명분은 있지만, 중소 양조업체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종합주류도매업자가 지역 상권까지 장악하게 되면 향토지역을 근거로 자생해왔던 영세 지역 양조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믹 리뷰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
2010.09.07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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