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④김천 과하주

조회 수 1560 추천 수 2 2010.08.03 10:47:00




->조선시대 말엽까지 일본과 중국까지 명성을 드날린 한국 국주(國酒) 김천 과하주. 주도 16도짜리와 23도짜리 두가지를 빚는다.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물맛에 감탄한 과하천 바위에 조선말엽 과하주를 빚는 원천수로 쓰였다는 뜻의 '금릉주천(金陵酒泉)'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 ④김천 과하주
三山二水의 고장 김천이 빚어낸 명주, 무더운 여름에 진가 발휘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우리 술 김천 과하주는 지금이 바로 제철이다.
한여름 밤 과하주를 만난 애주가 이상호(66·하회탈춤 인간문화재) 씨는 열대야도 상관없다는 듯 술상을 앞에 두고 '마시지 않고 더는 못 배기겠다'는 표정이다. 가마솥 더위에도 변치 않는 신기한 약주.

이 씨는 "김천 과하주의 유명세는 전국에 떨쳤지. 예부터 모르는 이가 없었으니까…"라고 했다.

여름나기에 좋은 술이어서 이름이 과하주(過夏酒)라고 한다.

◆일본과 중국에도 명성을 떨친 김천 과하주

"김천 과하주는 경북뿐 아니라 전국에 명주로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술 빚는 방법을 배워 갔지요. 그런데 여기서 배운 대로 해도 맛이 김천과 같지 않아 다들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김천 과하주(김천 대항면 향천리 791의 1) 대표 송강호(70) 씨는 삼산이수(三山二水)의 고장인 김천의 샘물에 특이한 신비가 있어 과하주는 김천 이외의 지역에서 빚으면 제대로 맛이 나질 않는다고 한다. 김천 향토지 금릉승람(1702년)에도 '과하주의 술맛 비결은 김천 물맛에 있다'고 적혀 있다. 과하주는 조선주조사, 증보산림경제, 주방문 등 12가지의 고서에 수록돼 있을 정도로 예부터 그 명성은 대단했다.

김천(金泉)의 지명부터 '금샘'이니 더 이상 물맛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노르스름한 빛깔도 구미를 자극하지만 약간 시면서 쌉싸름한 맛과 달작지근한 뒷맛은 다시 잔을 입으로 끌어당기게 한다.

한 모금을 넘긴 애주가 이 씨는 한마디로 "짝짝 달라 붙는다"라고 표현한다. 이 씨 말처럼 점성이 높다. 손에 묻으면 끈적거릴 정도다.

"과하주는 물좋고 산좋은 김천의 풍광을 그대로 우려낸 술이지요. 그 악독한 일제도 과하주 명맥만큼은 끊지 못했으니까요." 일제 치하에서도 한일합작으로 김천주조㈜라는 회사가 과하주를 생산했다. 일본에도 수출했다.

김천시내 남산동에 있는 샘 '과하천'(過夏泉·도문화재 자료 228호)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물맛을 보고 감탄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1882년 돌판에 새겨놓은 금릉주천(金陵酒泉)이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김천의 옛 지명인 금릉과 과하천의 이름이 생겨난 것도 명 장수 이여송과 얽혀 있다. 과하주는 이처럼 수백 년에 걸쳐 일본인과 중국인이 이구동성으로 감탄한 우리술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송 씨의 과하주 자랑은 김천특산 지례 흑돼지고기로 이어진다.

"과하주엔 지례 흑돼지 구이가 제격입니다. 껍질과 비계를 그대로 붙여 구워도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는 지례흑돼지는 유명하지요. 김천 직지사의 황악산 야생버섯과 참나물, 곰취같은 산나물도 좋고 두부, 묵도 과하주와 잘 어울립니다."

◆분재화된 전통주, 국주(國酒)지원책 세워야

"문화재위원들은 '원형 보존만 하라'고 합니다. 그럼 우리 도가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신세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춰줘야만 기업 생명이 유지되는데…."

'아무리 무형문화재라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야 산업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고 탈춤 예능보유자인 이 씨와 과하주 기능보유자 전수조교 송 씨는 한목소리를 낸다. 호남과 충청지방은 굴지의 전통주 업체가 탄생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경북은 모두 작달막한 키의 '분재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

맥주, 양주, 소주를 포함해 전체 주세 중 전통주 비중은 고작 0.09%이다. 전통주가 큰 세원이 되지 않고 있다. 현행 주세율 72%에 절반(50%)만 적용하는 전통주 주세를 8%만 매기는 일본처럼 확 줄여야 한다는 게 도가 주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신문, 방송의 광고 금지와 판매량 제한도 풀어줘야 한다.

"주류공업협회에서 나서 전통주 지원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소주, 맥주업계만 보호할 게 아니라 이제는 국주 보호차원에서 우리 전통주 육성에 나서야 합니다."

일본은 현재 전통주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일본 전통주 업계는 벌써부터 한국시장을 노리고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다시 일제 때처럼 정종을 앞세워 '재침'을 꿈꾸고 있다. 자칫 소주, 맥주시장 잠식을 우려해 전통주를 위축시키다가는 기존 대중주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돌아설 수도 있다는 것.

"그 유명한 선산약주가 망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알아주던 경북의 술이 아닙니까? 이제 추억의 술이 돼 잊혀갑니다"

애주가 이 씨는 3년 전 문을 닫은 이웃 선산약주에 대해서도 안타까워 한다. 쌀이 남아 돌아가는 상황에서 정부미는 떡볶이 공장에는 한 가마(18㎏)에 8만원, 술도가엔 14만원이다.

"팔 수 있는 양을 하루 30병에서 50병으로 늘려줬다고 규제를 풀었다는 겁니다. 떠들면 10병 더 늘려 주고… 이게 전통주법 개선입니다."

담배 소비세처럼 지방세로 이관해 달라는 전통주 주세법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산물을 발굴해 창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일본은 세금도 없고 그냥 막 빚어서 그대로 파는 전통주특구도 조성해 두고 있지않습니까. 적어도 전국 130여 전통주 도가 주인들이 품위유지는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송 씨의 넋두리에 또 기가 죽은 애주가 이 씨는 '김천 과하주 축제' 프랑스 포도주 '보졸레 누보' 처럼 '햇 과하주 누보' 이벤트를 판촉 아이디어로 제안했다.

매일신문 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2010/07/31 [11:00]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 날짜sort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262 2018-12-17

전통주 제조법, 특수분야 연수기관에서 배운다

[뉴스천지=서영은 기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전통주 문화와 제조법에 대한 올바른 인식개선을 위해서 (사)한국가양주협회(회장 류인수)를 2010년 특수분야연수기관으로 지정한다고 4일 밝혔다. (사)한국가양주협회에서 설립 운영하고 있는 전통주학교는 현재 ...

  • 조회 수 1531
  • 2010-03-08

막걸리, 이젠 인터넷으로 보고 골라 먹는다

->주로주로닷컴 메인페이지 막걸리, 이젠 인터넷으로 보고 골라 먹는다 막걸리 포털사이트 '주로주로닷컴' 오픈 국내 최초로 막걸리 전문 포털사이트가 생긴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쌀가공식품협회는 인터넷으로 간편하게 전국의 막걸리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

  • 조회 수 1186
  • 2010-06-24

포천막걸리, 드라마 '식객(마지막 승부)' 소재로

포천막걸리, 드라마 '식객(마지막 승부)' 소재로 포천시-㈜제이에스픽쳐스, 업무협약 체결 [클릭코리아] 포천시(시장 서장원)는 포천막걸리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포천막걸리사업협동조합과 함께 포천막걸리를 주 내용으로 드라마 <식객 '마지막승부(가제)'...

  • 조회 수 1685
  • 2010-06-24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말을 맞아 한국의 전통주 체험에 나선 외국인들이 한국 술맛에 푹 빠졌다. 지난 29일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기업 임직원 및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이 참가한 가운데 경기도 포천에서 ‘전통 가양...

  • 조회 수 1420
  • 2010-06-24

국순당, 막걸리 국제주류대회 최초 수상

국순당, 막걸리 국제주류대회 최초 수상 막걸리가 국제 주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국순당(www.ksdb.co.kr대표이사 배중호)은 지난 6월18일부터 20일까지 3일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 닛코호텔에서 개최된 2010 San Francisco International Wine Competi...

  • 조회 수 1506
  • 2010-06-25

'우리술 막걸리', 일본 약국에서 판매

'우리술 막걸리', 일본 약국에서 판매 ㈜우리술이 국내 막걸리 업계 처음으로 일본 약국 체인 유통망에 진출했다. ㈜우리술은 24일 우리 막걸리가 일본 최대 규모의 약국 유통망 중 하나인 마츠모토 키요시(Matsumoto Kiyoshi)에 쌀 막걸리(360ml), 배 막걸리...

  • 조회 수 1450
  • 2010-06-25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드라마 '신데델라 언니'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막걸리 '참살이탁주'의 생산업체 참살이L&F를 인수한 미디어플렉스가 막걸리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경기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

  • 조회 수 1391
  • 2010-06-28

전통주까지 소용량 바람

'한 모금' 담아 파니 잘나가네 전통주까지 소용량 바람 싱글족을 겨냥한 미니 상품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술도 '원샷 사이즈'의 소용량 주류가 각광을 받고 있다. 독주를 즐기던 음주문화가 달라지고 여성 음주인구가 늘면서 맥주와 소주, 와인에 이어 막걸...

  • 조회 수 1630
  • 2010-06-28

막걸리 '나홀로 전성시대'

막걸리 '나홀로 전성시대' 소비량 2배 급증에 주류시장 점유율 12%대로 전체 술 소비량의 감소에도 불구, 유독 막걸리만 급증하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맥주출고량은 지난해 동기대비 10% 감소하고, 소주는 5.6% 증가하는데 그쳤...

  • 조회 수 1258
  • 2010-06-30

도수 낮춘 전통주 “마셔주세女”

도수 낮춘 전통주 “마셔주세女” 전통주업체가 여심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여성 고객들을 겨냥해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맛과 향을 더한 전통주 신제품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코리안 펍 짚쌩은 천연탄산의 시원한 뒷맛으로 여성들의 입맛을 겨냥한 막걸리 ‘백...

  • 조회 수 1551
  • 2010-07-01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뉴시스】조병수 기자 = 강원 삼척시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전통주를 개발해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30일 시에 따르면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

  • 조회 수 1366
  • 2010-07-01

막걸리도 글로벌?…지역색 없이 ‘맥주될라~’

막걸리도 글로벌?…지역색 없이 ‘맥주될라~’ 대기업이 '막' 걸리는 대로 지역 막걸리 업체와 손잡고 막걸리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진로와 오리온·롯데그룹·농심그룹·CJ제일제당 등이 그들이다. 이로써 중소·지역업체가 일궈놓은 막걸리시장이 대기업의 이전투구...

  • 조회 수 1215
  • 2010-07-06

[國恥百年](19)가양주의 금지와 주류 문화의 변화

->우리의 전통 가양주는 일제 강점기를 맞아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일제가 술에 세금을 매겨 걷고, 대량 생산을 통해 가양주를 말살하려 했다. 하지만 가양주는 오늘날 전통주로 다시 태어났고 안동소주(사진)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자리 잡고 있다....

  • 조회 수 1797
  • 2010-07-06

"생막걸리로 일본 다시 공략"

"생막걸리로 일본 다시 공략" 부산합동양조, 1만2천 병 효모 살아있는 상태 첫 수출 "부산의 생막걸리로 일본에 제2의 막걸리 붐을 일으키겠다." 효모가 죽은 '살균 막걸리'가 아닌 효모가 살아있는 부산의 생막걸리가 일본에 수출된다. 현재 일본 수출 물량...

  • 조회 수 1586
  • 2010-07-08

누룩으로 빚은 전통주..'금정산성 막걸리 축제'

->금정산성 막걸리 축제 (부산=연합뉴스) 부산의 전통 토속주인 금정산성 막걸리를 알리기 위한 '제2회 금정산성 막걸리 축제'가 7일 금정산 금성동 마을에서 열렸다. 시민들이 누룩으로 빚은 금정산성 막걸리를 시음하고 있다. << 지방기사 참고 >> 2010.7.7...

  • 조회 수 1901
  • 2010-07-08

"전통주로 칵테일 만들어요"

"전통주로 칵테일 만들어요" 충주시 가금면 탑평리 중앙탑공원 내 '세계술문화박물관 리쿼리움'이 일본인 문화 얼리어답터들의 집결지로 각광받고 있다. 탄금호반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리쿼리움 음주체험관에서 이곳을 찾은 일본인 30여 명이 제공된 레...

  • 조회 수 1704
  • 2010-07-08

공주시에 전통주 체험마을 들어선다

공주시에 전통주 체험마을 들어선다 市 농촌체험연구회, 전주 전통술박물관 견학 등 벤치마킹에 적극 나서 전통주에 대한 체험과 연계한 체험마을이 공주시에 조성ㆍ운영될 전망이다. 공주시 농촌체험연구회(회장 최인규)가 우수 농촌체험마을에 대한 벤치마킹...

  • 조회 수 1536
  • 2010-07-08

장인정신과 제도의 힘, 프랑스 와인

-> 고풍스러운 유적과 특색 있는 와인숍들이 어우러져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된 프랑스 생테밀리옹(왼쪽)과 앤디 워홀이 그린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1975년 빈티지)의 라벨.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2부]<1> 장인정신과 제도의 힘, 프랑스 와인 “최고품질 佛와...

  • 조회 수 1543
  • 2010-07-08

롯데주류, 서울탁주와 손잡고 막걸리 수출

롯데주류, 서울탁주와 손잡고 막걸리 수출 롯데주류가 서울탁주와 손잡고 일본에 막걸리를 수출한다. 롯데주류는 12일 국내 최대 막걸리 업체인 서울장수주식회사와 막걸리 일본 수출을 공동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장수주식회...

  • 조회 수 1702
  • 2010-07-12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는다] ①대를 이어 온 우리 술 [1]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는다] ①대를 이어 온 우리 술 고을마다 전통명주 가문마다 가양주…이젠 세계 대중술로 뜬다 '우리 전통주를 살립시다!' 최근 막걸리가 '국민주(酒)'로 떠오르면서 우리 전통주와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

  • 조회 수 1841
  • 2010-07-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