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9>금산인삼주 김창수 씨

조회 수 1541 추천 수 13 2010.02.11 15:09:16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100114/25410501/2인삼 갈아넣어 100일 숙성… 편안한 아침 《1500년 전 강씨 성을 가진 남자가 충남 금산의 진악산 동굴에서 홀어머니의 쾌유를 빌며 백일기도에 나섰다.
정성에 감복한 산신령이 꿈에 나타나 빨간 열매가 3개 달린 풀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면서 그 풀의 뿌리를 달여 어머니께 드리라고 했다.
달인 물로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 회복되자 남자는 그 풀의 씨앗을 주변에 심어 재배했다.
금산에 전해오는 인삼(人蔘)의 기원에 얽힌 ‘강 처사 전설’이다.》





“인삼이 병든 어머니를 일어나게 만들었듯이 술 먹은 사람을 숙취에서 깨어나게 만들죠. 아예 인삼주를 마시면 숙취 자체가 심하지 않아요.”

전통식품 명인(2호) 겸 충남도 무형문화재인 ㈜금산인삼주 대표 김창수 씨(68)는 “금산인삼주는 신비의 영약(靈藥)이며 최고의 약재인 인삼을 원료로 쓴다는 점에서 다른 전통주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가 만드는 인삼주는 소주에 인삼을 넣어 우려내는 통상적인 침출주가 아니라 인삼을 갈아 누룩 등과 함께 띄운 전통 발효주이다.

김 명인은 어려서부터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을 앞두고 할머니와 어머니가 인삼주를 담그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인삼주는 김 명인의 16대 조(祖)로 조선시대 도승지와 이조판서를 지내고 사육신 가운데 1명인 김문기 가문에서 제조했다고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 전한다. 백제시대부터 인삼주가 제조됐다는 기록도 있다. 김 명인은 할머니와 어머니 어깨너머 습득한 것과 집안에 내려오는 책자인 ‘주향녹단(酒向錄單)’ ‘잡록(雜錄)’의 비방을 통해 제조법을 익혔다.

그는 양조장을 시작해 막걸리를 만들어 판 지 3년만인 1975년경 인삼주에 대해 다시 연구와 실험을 시작했다. “전수 받은 인삼주는 전통주 특유의 냄새도 나고 현대인 입맛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품질이 균일하지도 않았어요. 가문의 전통주를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민속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명 의식 같은 것을 느꼈죠.”

김 명인은 방의 윗목과 아랫목을 전전하고 연탄난로를 피워 보기도 하면서 누룩의 발효 온습도를 바꾸어 봤다. 술에 넣는 인삼 양을 줄이거나 늘려도 봤다. 실험 장소와 설비가 마땅치 않아 결과는 대부분 들쭉날쭉했다. 양조장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실험에 투입해 살림은 항상 쪼들렸다.




수십 차례 실패한 끝에 1980년대 중반 드디어 지금과 같은 품질의 12.5도 인삼주가 탄생했다. 쌀과 누룩에 인삼을 분쇄해 넣고 막걸리를 만들 때보다 저온인 18∼22도에서 발효시켜 100일간 숙성하면 주질(酒質)이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품질이 균일한 제품 생산도 가능해졌다.

김 명인과 함께 막 생산돼 나온 인삼주를 한잔 들이켰다. 인삼 성분 때문에 특유의 쌉쌀한 맛이 났지만 목에 걸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항 없이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인삼주는 대전과 충남지역에는 비교적 많이 보급된 상태여서 기자는 전에도 마셔본 적이 있다. 같이 마신 사람들 대부분이 “부드럽고 뒤끝이 깨끗하다”는 평을 하곤 했다.

금산인삼주는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당시 각국 지도자의 공식 건배주로 지정됐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선정하는 국가대표 명품 술로도 뽑혔다.

김 명인은 1994년에는 농림부에서 전통식품 명인으로, 1996년에는 충남도 무형문화재 19호로 지정됐다. 2000년 전통주 제조자 가운데에서는 처음으로 주식회사 형태의 회사를 설립해 대량 생산에 들어갔다. 대지 3000m²(약 909평) 규모로 건설된 공장의 자동화 설비에서 1분당 100여 병의 인삼주가 생산된다. 인삼주 외에 같은 도수의 홍삼주와 43도의 인삼주 증류주 등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김 명인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막걸리와 소주의 틈새를 공략했는데 최근 들어 소주 알코올 도수가 16도까지 낮아지면서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명인은 “전통주가 명절 때만 팔리는 선물용이 아니라 항상 즐겨 마시는 애용주가 되는 날을 꿈꾸며 연구와 사업에 매진해 왔다”며 “업계와 정부가 지혜를 짜내면 이런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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