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8>명인주 안동소주 박재서 씨

조회 수 1516 추천 수 10 2010.02.11 15:07:53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100107/25248448/1《“18년 전에 빚은 겁니다. 한 모금 해보세요.”
기자는 물로 입을 헹군 뒤 ‘명인주 안동소주’를 반 잔 정도 입에 넣었다.
목을 타고 넘어간 술은 3초 정도 뜸을 들인 뒤 목이 아닌 배 속에서 맛이 올라왔다. 45도면 도수가
꽤 높은데도 목 넘김이 순하고 ‘뒷맛’은 아주 깔끔했다.
한 잔 더 마셔도 마찬가지였다.》


3단계 증류… 45도에도 순하고 깔끔


이 맛보기용 18년산은 ‘명인주 안동소주’를 제조하는 박재서 씨(75·전통식품명인 제6호)가 1992년 ㈜안동소주를 창립해 주류제조면허를 받을 당시 빚은 것이다. 박 명인은 이때 빚은 45도짜리 소주를 오크통에 보관하다 손님이 오면 조금씩 내온다. 그때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술맛으로만 비교하면 이 안동소주는 세계의 위스키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경쟁할 수 있습니다. 마셔봐서 느꼈겠지만 45도인데 굉장히 순하고 부드러운데다 불을 쬐는 과정에서 생기는 탄내도 전혀 없잖아요. 여러 나라의 좋다는 술은 거의 맛을 봤지만 쌀로 만든 술이 이 정도로 깨끗한 경우는 아직 못봤습니다.” 그의 자부심이다.

‘명인주 안동소주’의 뿌리는 경북 안동지역의 반남 박씨 문중에서 내려오는 가양주이다. 반남 박씨 10대 손인 유학자 은곡 박진(1477∼1566)이 안동에 정착한 뒤 정부인 안동 권씨가 가양주로 빚은 것이 유래다. 박진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지은 은곡서당(경북유형문화재)은 지금도 안동에 남아 있다. 반남 박씨 25대 손인 박 명인은 그 가양주 전통을 바탕으로 지금의 안동소주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문중의 가양주’ 수준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한층 발전시켰다. 그게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라는 신념이다.

“어머니한테서 배울 때는 가양주 수준이었지만 그 맛으로는 부족하지요. 안동소주만의 깊고 그윽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도록 발전시켜야 했습니다. 가령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전시했을 때 외국인들도 ‘한국의 위스키’로 인정하고 구입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게 술에서 냄새나는 것인데, 누룩 때문에 가양주는 결국 농주 수준이거든요.”

박 명인은 쌀과 누룩, 물을 3단계를 거쳐 증류해 소주를 빚는다. 보통 술을 빚는 방식이 2단계인 데 비해 그는 한 단계를 더 거친다. 1∼2단계가 13일, 2∼3단계가 15일이므로 증류를 하려면 한 달가량 필요하다. 물은 안동시 와룡면 고지대의 지하 27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를 쓴다. 이어 100일 숙성한 뒤 ‘명인주 안동소주’가 태어나기 때문에 냄새를 없앨 수 있다. ‘술’을 나타내는 한자도 일반 희석식 소주에 쓰는 것이 ‘酒’인 데 비해 안동소주는 ‘酎’이다. ‘酎’에는 ‘세 번 빚은 술’이라는 뜻이 들어 있다.




취재를 하는 동안 박 명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1995년 ‘명인주 안동소주’는 안동시 와룡면에 설립됐으나 2007년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로 공장을 옮겼다. 이곳에서 박 명인을 비롯해 직원 16명이 연간 10만 병가량 생산하고 있지만 공장 규모와 생산, 매출은 설립 당시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1996년에는 연간 70만 병가량을 생산해 매출도 100억 원이 넘었으나 지난해에는 20억 원대로 줄었다. 45도뿐 아니라 35도, 22도짜리도 생산하는 이유도 전통주를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아무리 전통주를 잘 만들어도 국내뿐 아니라 수출을 통한 국제 세일즈가 되지 않으면 전통도 의미가 없다”며 크게 우려했다. 박 명인은 “술의 질이라면 자신 있지만 현실적으로 판로 확보가 어려워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전통주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당당하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 정도는 정부가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했다. 자금력이 부족해 대리점 운영과 대형할인점 입점, 수출이 어려운 데다 인터넷 판매도 할 수 없다.

기능전수자인 아들 박찬관 씨(53)가 주경야독으로 2004년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유도 전통주의 마케팅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기능전수보조자인 박 명인의 손자 춘우 씨(23·건국대 미생물학과 3년)도 방학 때마다 안동에 와서 소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아들 찬관 씨는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전통주는 죽는다’고 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면서 서울에 ‘명인주 전시관’을 건립해 전국의 명인술을 전시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 날짜sort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609 2018-12-17

‘막걸리’로 특허 받은 여고생들 화제 file

-> 자신들이 개발한 막걸리를 특허출원한 충주예성여고 김보미(오른쪽)양과 박승아 양이 'KOREA 막걸리'를 들고 포즈를 잡았다.<충북도교육청 제공> ‘막걸리’로 특허 받은 여고생들 화제 충주예성여고 김보미·박승아양, 5곡으로 만든 ‘KOREA 막걸리’ 특허출원...

  • 조회 수 2071
  • 2010-09-10

농식품부 “우리는 막걸리 사랑해요” file

농식품부 “우리는 막걸리 사랑해요” 품질인증제 실시 산업진흥 선봉에 서 짝사랑… 저세율 등 보호규제 그대로 정부가 막걸리 사랑에 ‘푹’ 빠졌다. 막걸리 산업 진흥의 선봉에 선 것이다. 세계화에 가속도를 내기 위해 전용잔 개발에 이어 ‘드렁큰 라이스(Drun...

  • 조회 수 1617
  • 2010-09-10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9)경주 교동법주 file

-> 경주최씨 가양주인 교동법주가 300여년이나 빚어지고 있는 교촌주손 최경 씨의 자택 물봉진사 고택이다. 이 고택 마당에는 전통주 발효에 가장 알맞은 수백년된 우물이 있다. -> 경주 교동법주와 함께 약식과 송화다식, 소고기 육포와 명태 보푸라기, 김치...

  • 조회 수 5601
  • 2010-09-10

농촌여성 전문교육 열기 ‘후끈’

농촌여성 전문교육 열기 ‘후끈’ 삼척 농기센터, 전통주 제조 등 9개 강좌 1000명 참여 농촌여성들의 능력 계발 활동을 돕고,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여성 전문교육과정이 삼척시에서 잇따라 개설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26일 삼척시에 따르면 농업기술센...

  • 조회 수 1192
  • 2010-09-28

[사설]전통주 시설 기준 더 완화돼야 한다

[사설]전통주 시설 기준 더 완화돼야 한다 막걸리와 약주 등 전통주를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는 대부분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따라서 전통주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우리 문화를 계승해 보전한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농...

  • 조회 수 1344
  • 2010-09-28

[전통주] 주당들 됫병짜리 밀주 한병 얻어가려 며칠씩 어슬렁 file

-> '네 요녀석! 요게 바로 안동소주 45도다! 어때 독하지?' 할아버지가 말썽 피우는 개구쟁이 코를 잡고 비틀면서 혼내 주던 바로 그 안동소주가 우리 전통주 애주가들의 끊임없는 사랑 속에 대를 이어 면면히 전승되고 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

  • 조회 수 2399
  • 2010-09-28

수수보리아카데미서 일반인에게 전통주 만들기 가르쳐준다 file

수수보리아카데미서 일반인에게 전통주 만들기 가르쳐준다 수수보리 아카데미는 농림수산부와 경기대가 합작해 문을 열었다. 일반인들에게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우리 술 문화의 저변확대는 물론 우리술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특히...

  • 조회 수 2254
  • 2010-09-28

김치찌개에 어울리는 전통주는 ? file

김치찌개에 어울리는 전통주는 ? 17~18일 매경 후원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축제 용수, 쳇도리, 소주고리, 누룩틀…. 지금은 생소하지만 술을 담가먹던 시절, 집집마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술 만드는 도구들이다. 웰빙 붐을 타고 전통주에 대한 수...

  • 조회 수 2254
  • 2010-09-28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전통주 세계화 야심… '낮술'이 그들에겐 근무 file

-> ▲ 국립농업과학원 발효이용과의 정석태 양조기술연구실장이 아직 덜 된 녹파주를 용수에 걸러 맛보고 있다. 한창 발효 중인 술단지에 귀를 대보면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끼얹었을 때 나는 끓는 소리가 들려온다. /김진명 기자 [수도권III] [라이프 인 경기...

  • 조회 수 1920
  • 2010-09-28

[전통주] 고삼주 전수자 권영숙씨 file

[전통주] 고삼주 전수자 권영숙씨 사회활동 열정, 안동 마축제 첫 제안…신부들 대상 전통주, 옛음식 강좌도 "그냥 친정집인 안동권씨 집안에서 전해 오는 옛 방식 그대로 술을 빚고 있을 뿐입니다." 1972년 갓 시집 와서 시댁어른의 제사때 고삼주를 처음 빚...

  • 조회 수 2485
  • 2010-09-28

[전통주, 세계화의 길을 묻다]⑪안동 고삼주 file

-> 5년이고 10년이고, 상온에서도 변질되지 않는 신비의 우리 전통주인 안동 고삼주의 독특한 제조 기능을 이어오고 있는 권영숙(63) 안동 수운잡방연구회 이사가 자신이 빚은 8년 묵은 고삼주를 앞에 두고 있다.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전통주, 세...

  • 조회 수 2499
  • 2010-09-28

막걸리 한잔에 파전 한입 "카~ 아시아가 반했다" file

-> 제30차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 참석자들이 27일 현대호텔에 마련된 '쌀 맛나는 경북홍보관'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흥겨워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막걸리 한잔에 파전 한입 "카~ 아시아가 반했다" FAO 아태대회...

  • 조회 수 1644
  • 2010-09-28

경기도, 재즈막걸리 출시 file

경기도, 재즈막걸리 출시 보리막걸리에 탄산 강화, 젊은층 입맛 공략..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공식 건배주 음악에 어울리는 ‘재즈막걸리’를 개발,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도는 오는 15일부터 열리는 ‘제7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2010’을 맞아 경기도농...

  • 조회 수 1675
  • 2010-10-15

눈과 혀로 즐기는 전주 음식축제 21일 개막

눈과 혀로 즐기는 전주 음식축제 21일 개막 음식관련 3대 축제 21∼27일 동시 개최 "눈과 혀, 귀로 즐기는 음식축제에 오세요." 만경평야와 서해바다를 두루 품어 풍요로운 전북 전주에서 음식과 관련한 3대 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마련...

  • 조회 수 2569
  • 2010-10-15

막걸리는 전통주?.. “대부분 수입쌀-수입밀로 만들어”

막걸리는 전통주?.. “대부분 수입쌀-수입밀로 만들어” 최근 인기를 더해가는 막걸리가 사실은 수입쌀로 만들어져 ‘전통주’의 이름을 무색케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정해걸 한나라당 의원이 29일 농림수산식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

  • 조회 수 1684
  • 2010-10-15

벽안의 막걸리 처녀 “나, 주모 됐어요” file

벽안의 막걸리 처녀 “나, 주모 됐어요” 서울 홍익대 주변에 주점 내는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 KBS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하면서 얼굴이 잘 알려진 핀란드인 따루 살미넨 씨(Taru Salminen·34)가 막걸리를 파는 주막을 낸다. 살미넨 씨는 “서울 홍익대 주변...

  • 조회 수 1892
  • 2010-10-15

만화로 풀어낸 전통주 스토리 file

만화로 풀어낸 전통주 스토리 [BOOK]주당 주백령 교수 '술일기'를 토대로 전통과 문화 이야기 담아 '막걸리 붐'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통주가 단순히 유행에 그치지 않고 그 명맥을 잇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만화 '술...

  • 조회 수 1903
  • 2010-10-15

경기도 전통주, 전국 품평회에서 2년 연속 1위 달성

경기도 전통주, 전국 품평회에서 2년 연속 1위 달성 [아시아투데이=김주홍 기자] 경기도는 5일 2010 대한민국 전통주 품평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9월 30일~10월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0 ...

  • 조회 수 1476
  • 2010-10-15

세계에 김치·전통주 알리는 ‘소믈리에’ file

세계에 김치·전통주 알리는 ‘소믈리에’ 아리랑 투데이(아리랑TV 아침 7시) 포도주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는 포도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와인 소믈리에 덕도 크다. 최근 한국에서도 김치 소믈리에와 전통주 소믈리에가 등장해 주목받는다. 전문 지식과 조...

  • 조회 수 1787
  • 2010-10-15

[카메라뉴스] 태국서 한식 세계화 홍보행사 file

-> 태국서 한식 세계화 홍보행사 개최 (방콕=연합뉴스) 현영복 특파원 = 4일 오후 태국 방콕의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홍보행사`에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관계자들이 계절별 전통주를 비롯해 김치, 김치, 궁중대하찜, 불고기, 구절판 등 다양한 ...

  • 조회 수 2174
  • 2010-10-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