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노하우 알려 몇년 전부터 접근해요”

조회 수 1357 추천 수 12 2009.09.09 10:51:03
‘민속주 1호’ 부산 산성막걸리 만드는 전남선·유청길 모자
  
산성막걸리는 누룩까지 직접 빚어 맛이 더욱 구수하다. 60년 넘게 누룩을 빚어 온 전남선씨(왼쪽)와 가업을 이은 아들 유청길씨. 전씨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누룩이다.


전남선(78)씨는 60년 동안 부산 명물인 산성 막걸리를 만들어왔다. 18세 때 부산 동래의 금정산 깊숙이 자리 잡은 산성마을로 시집와 시어머니로부터 술 빚는 법을 배웠다. 지금도 그때 배운 전통 방식대로 손수 누룩을 제조해 산성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막걸리의 맥을 잇고 있는 막내아들 유청길(51)씨가 전통 누룩과 막걸리 만드는 법을 설명했다.

“통밀을 굵게 갈아 지하 250m에서 끌어올린 깨끗한 물을 섞어 발로 꼭꼭 눌러주며 반죽한 뒤 마을의 누룩방에서 실내 온도를 48~50도로 유지하며 보름 동안 발효해야 산성 막걸리용 누룩이 됩니다. 밀가루 떡에다 효모를 넣어 2~3일 만에 뚝딱 만드는 공장 누룩과는 차원이 다르지요. 이런 전통 누룩과 산성 마을의 맑은 물, 그리고 정성이 합쳐져 산성 막걸리가 나옵니다. 첨가물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들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있던 전씨는 “힘들고 오래 걸려도 전통 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술맛이 안 나온다”라며 “산성마을의 막걸리 맛을 지키려면 이 정도 고생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사실 전통 방식대로 누룩을 직접 만들어 술을 빚는 곳은 이제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달 3일 서울역사박물관 내 콩두레스토랑에서 농림수산식품부가 개최한 ‘막걸리 트랜스포머’ 행사에서 모자는 누룩 만들기 시연을 했다. 누룩 덩이에 조금이라도 공기구멍이 남아 발효에 지장을 줄까봐 전용 덧신을 신고 꼭꼭 밟아 만드는 ‘족타식’이란 전통 방식이었다.

유씨는 “최근의 막걸리 열풍으로 매출이 30%가량 늘었다”며 “이런 붐을 사라져가는 전통술을 되살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막걸리의 진가를 일본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노하우를 알려고 접근하고 있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의 발효 전문가들이 찾아와 함께 일하자고 제의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 비법을 일본에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 거절했지만, 우리도 미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 전통 누룩과 막걸리 제조법을 알아내려고 일본인들이 그토록 집요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치’ 대신 ‘기무치’라는 일본말이 외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막걸리’가 아닌 일본식 발음 ‘마코리’가 외국 시장에 먼저 소개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 누룩을 빚는 노하우를 하루빨리 표준화하고 전국의 양조장에 보급해 경쟁력 있는 전통의 맛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관심이나 지원도 없고, 막걸리에 대한 인식도 그리 좋지 않아 집에서 빚어온 가양주 빚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전통주 문화의 재기를 모색해야죠.”

3일 막걸리 행사에선 외국인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피아니스트 론 브랜튼은 “톡 쏘는 맛이 있어서 막걸리를 한국식 샴페인이라고 친구들에게 소개한다”며 “막걸리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게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上海 )에서 활동하다 서울을 방문했다는 미국인 건축가 벤지 워드는 “막걸리를 처음 마셔보는데 부드러우면서 다양한 맛이 살아있는 데다 몸에 좋은 성분과 효모가 살아있다는 점이 새롭고 재미있다”며 “고국 친구들에게도 소개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건축가 승효상씨와 사진작가 준초이씨가 디자인한 다양한 막걸리 잔과 칵테일이 선보였다. 투명한 유리 잔과 텁텁한 사기 잔 등 다양한 용기도 전시돼 막걸리 세계화 가능성을 두드렸다.

전수진 기자

◆산성막걸리=부산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에서 빚는 전통 막걸리다. 오랫동안 밀주로 팔리다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양조를 합법화 해줘 오늘날까지 명맥을 잇고 있다. 대한민국 민속주 1호로 지정돼 있다.
List of Articles
제목 조회 수sort 날짜
2018 대한민국 우리술 주안상 대회 Real영상 3558 2018-12-17

한국일보 “맛있는 술 두고도 못 즐기는 한국인 아쉬워”

전통 술 만들어 먹는 존 프랭클 연세대 교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훌륭한 맛 내는 술 드물어” 존 프랭클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전통 소주를 소개하며 술 제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

  • 조회 수 1351
  • 2018-11-08

[녹색] 가양주 개발 시제품 품평회 개최 [1]

http://www.ytn.co.kr/_ln/0103_200911140915563682농촌진흥청은 한국가양주협회와 함께 전통 기법으로 빚는 술인 가양주 개발을 위한 시제품 품평회를 열었습니다. 전통주 전문가와 농업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품평회에서 농촌진흥청은 우수한 평가를 ...

  • 조회 수 1355
  • 2009-11-19

“일본서 노하우 알려 몇년 전부터 접근해요”

‘민속주 1호’ 부산 산성막걸리 만드는 전남선·유청길 모자 산성막걸리는 누룩까지 직접 빚어 맛이 더욱 구수하다. 60년 넘게 누룩을 빚어 온 전남선씨(왼쪽)와 가업을 이은 아들 유청길씨. 전씨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누룩이다. 전남선(78)씨는 60년 동안 부...

  • 조회 수 1357
  • 2009-09-09

전통주를 우리 대표술로 육성해야...!!! [1]

예부터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다양하고 훌륭한 전통주 문화가 있었다. 집집마다 비전의 솜씨로 가양주를 빚어 명절 때마다 조상께 올리고, 길흉사엔 손님 접대에 내놓으며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곤 했다. 그러던 것이 안타깝게도 일제 ...

  • 조회 수 1372
  • 2009-07-27

청원군 ‘민들레 막걸리’ 개발 착수 [1]

청원군 ‘민들레 막걸리’ 개발 착수 충북 청원군이 간·위염 개선에 효과가 있어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민들레'를 이용한 막걸리를 개발한다. 민들레로 빚은 동동주가 맛이 탁월하다는 시골 한 농가의 제안으로 개발에 들어간 '청원 민들레 막걸리(가...

  • 조회 수 1373
  • 2010-09-03

금 함유 ‘금쌀’ 나왔다

순금 성분이 들어 있는 ‘금(金)쌀’이 등장했다. 벤처기업 에스엠나노텍은 경기도 여주군 이영환씨의 논 1만2000㎡에서 ‘금 유기화 재배기술’을 이용한 기능성 쌀 1000㎏을 수확했다고 18일 밝혔다. ‘금 유기화 재배기술’은 99.99%의 순금을 전기분해 등의 방법...

  • 조회 수 1374
  • 2009-11-19

[박영순 기자의 막걸리이야기] 쌀막걸리에서 은은한 과실향이?

세계적 日소믈리에 다사키 신야 우리술‘본생막걸리’맛보고 호평 일본의 세계적인 소믈리에 다사키 신야가 한국산 막걸리 12종을 시음하고, (주)우리술의 ‘본생막걸리’를 최고로 꼽았다는 소식이 얼마 전 전해졌다. 다사키 신야는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

  • 조회 수 1377
  • 2010-08-05

[전통주 명인의 술 이야기]<3>소곡주 우희열 씨

http://news.donga.com/Series/List_70070000000884/3/70070000000884/20091120/24215100/2혀끝에 와 닿는 첫맛은 술이라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달다. 곡주(穀酒) 맛이 늘 그렇지만 소곡주는 더더욱 부드럽다. 끈적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몇 순배 돌다 보면 ...

  • 조회 수 1393
  • 2010-02-11

전통주 전문가가 추천하는 ‘혁신’을 추구하는 막걸리 5종 file

한국가양주연구소 ‘서울’한국 전통주 막걸리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병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만났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 결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

  • 조회 수 1395
  • 2021-04-28

"잡곡 가양주(家釀酒) 맛볼까"<농진청>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 조와 수수, 기장 등 잡곡으로 빚은 술이 한자리에 모인다. 농촌진흥청은 한국가양주협회와 공동으로 13일 서울 사당동 한국가양주협회 교육센터에서 잡곡 가양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개최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술이 아닌 ...

  • 조회 수 1398
  • 2009-11-19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시, 전통주 관광자원화 사업 추진 【삼척=뉴시스】조병수 기자 = 강원 삼척시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전통주를 개발해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30일 시에 따르면 최근 웰빙 붐을 타고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와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지역...

  • 조회 수 1408
  • 2010-07-01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3> “막걸리도 우리처럼 ‘차세대 대표 술’로 ”

->28일 경기 포천시 화현면에 위치한 주류업체 배상면주가의 전통주 문화체험공간 ‘산사원’에서 해외 교포들이 고두밥, 누룩 등으로 전통 막걸리를 빚는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배상면주가 [막걸리, 세계인의 술로/3부]<3> “막걸리도 우리처럼 ‘차세대 ...

  • 조회 수 1414
  • 2010-08-05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미디어플렉스, '참살이탁주'로 막걸리 사업 본격 확대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드라마 '신데델라 언니'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막걸리 '참살이탁주'의 생산업체 참살이L&F를 인수한 미디어플렉스가 막걸리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경기무형문화재 제13호인 강...

  • 조회 수 1422
  • 2010-06-28

전통주산업 육성에 791억원 투입 [2]

정부는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모두 791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또 전통주 주세를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6일 일반주류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전통주를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발굴해 육성하...

  • 조회 수 1424
  • 2009-07-27

전북 쌀 재고 부쩍…‘쌀 팔아주기 운동’ 적극적

전북지역 쌀이 남아 돌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자 전북도와 농협 등이 쌀 팔아주기 운동에 적극 나섰다. 16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도내 재고 쌀은 15만9000t. 월 판매 물량이 3만여t임을 감안하면 추석 이전까지 2만∼3만t의 쌀이 남을 것으로 추...

  • 조회 수 1436
  • 2009-07-27

밀양시, 잡곡이용 전통주 개발 본격 추진

잡곡을 이용한 전통주인 가양주(약주)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연다. 밀양 농진청 기능성 잡곡과는 한국가양주협회(회장 류인수)와 공동으로 ´잡곡소비촉진과 잡곡산업 활성화를 위한 잡곡 가양주 개발 시제품 품평회´를 13일 서울 사당동 한국가양주협회 교...

  • 조회 수 1443
  • 2009-11-19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한국 전통주에 푹 빠진 외국인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주말을 맞아 한국의 전통주 체험에 나선 외국인들이 한국 술맛에 푹 빠졌다. 지난 29일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기업 임직원 및 가족, 주한 외교사절 등이 참가한 가운데 경기도 포천에서 ‘전통 가양...

  • 조회 수 1451
  • 2010-06-24

[ECONOMY Chosun]<박순욱의 술기행> [Interview]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막걸리에 열대과일 향 나는 비결은 직접 만든 누룩” file

388호 2021년 03월 22일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 경기대 외식경영학 박사, 현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 류인수 서울양조장 대표가 대표 제품인 막걸리 ‘서울’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박순욱 조선비즈 선임기자 한국가양주연구...

  • 조회 수 1452
  • 2021-04-20

전통주(酒) 육성방안 마련된다

전통주(酒)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품질을 고급화하는 전통주 육성방안이 마련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세청, 농림수산식품부는 전통주를 산업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전통주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전통주 산업 경쟁력 ...

  • 조회 수 1453
  • 2009-08-07

대전시, 내년 한국 소믈리에 경기대회 유치

대전시, 내년 한국 소믈리에 경기대회 유치 대전시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2011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를 유치했다고 5일 밝혔다.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는 2005년부터 지난달까지 매년 서울에서 개최돼 왔으며 내년 처음...

  • 조회 수 1457
  • 2010-10-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