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나라님이 어떻게 말려

조회 수 1761 추천 수 31 2008.12.12 19:25:49
[한겨레21] [김학민의 주류인생]

조선은 금주령 내리고도 음주 묵인, 미국은 헌법으로 엄격히 금했으나 밀주만 성행한 결과 낳아

개인이 자신의 뜻으로 술 마시기를 금하고자 결심하면 금주맹세요 금주선언이고, 한 집단이나 사회가 자율적으로 술 마시기를 줄이거나 금하고자 하는 의지와 풍조를 퍼뜨리면 금주운동이다. 또한 봉건사회에서 백성들에게 군주의 판단과 명령으로 술 마시기를 금하게 하는 것은 금주령이요, 근대 입헌국가에서 법률로써 술의 생산과 판매, 소비 전반을 통제하거나 금하고자 하면 금주법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술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보이는 금주맹세, 금주선언, 금주운동 등이 공동체에 끼치는 파장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나라님의 이름으로 내려지고 나라님의 힘으로 닦달을 하는 금주령과 금주법은 역사적으로 한 국가, 한 사회에 숱한 이야기를 남겼으며, 그것이 야기한 사회적 파장과 유산 또한 작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에 여러 번의 금주령이 있었다. 조선시대의 금주령은 일단은 인본적이었다. 큰 가뭄이나 기근, 흉작이 들면 금주령을 내렸고, 처음에는 왕이나 고관들이 금주의 수범을 보였다. 지도 그룹이 솔선해 근신·절제함으로써 하늘의 노여움을 풀고, 굶주린 백성들을 위로하며, 국가적으로 식량과 비용을 절약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주령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제향, 사신 접대, 상왕에 대한 공상, 백성들의 혼인·제사, 노병자의 약용으로는 술이 허용되었다. 또 술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빈민의 소규모 양조 행위도 묵인되었다. 이렇게 차 떼고 포 떼고 빠져나갈 구멍을 여럿 만들다 보니, 지방과 힘없는 백성들에게서는 금주령이 비교적 엄격히 준행됐으나, 중앙의 사대부 관료사회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았고 단속도 사실상 어려웠다. ‘유권유주 무권무주’라고나 할까.

1920년 초 미국에서 시행되었던 금주법은 술의 역사에서 나라님이 대대적으로 개입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고 있다. 술의 생산과 판매, 소비를 전면 금지하는 미국의 금주법은 일개 법률이 아니라, 헌법 안에 술 금지 조항을 넣는 헌법의 수정이었다. 이 수정헌법은 19세기 초부터 대대적으로 금주운동을 벌여온 미국민들의 열렬한 호응으로 통과됐으나 13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시행되다가 곧 역사의 장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초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이 수정헌법이 당시 미국의 총 48개 주 중 46개 주에서 비준되어 발효되자 즉각 236개의 위스키 공장과 1090개의 맥주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전국 17만790개의 술집들이 폐쇄되었다. 각종 범죄 발생률도 현저히 낮아졌다. 너무나 확신에 찬 나머지 어떤 지역에서는 교도소를 없애기까지 했다. 하지만 금주법 초기 재소자 4천 명이었던 연방교도소는 13년 뒤 금주법이 폐지될 때는 2만6천 명이 바글거렸다.

금주법으로 미국에서 술의 생산, 판매, 소비가 줄어들었을까? 우선 수많은 밀주업자들이 등장했다. 금주법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경찰이 10만여 곳을 적발할 정도로, 깊은 숲 속이나 한적한 곳에는 밀주공장이 널려 있었다. 농부, 은행가, 독신여성, 대학생 등도 저마다 목욕탕이나 지하실에 소규모 밀주시설을 차렸다. 디트로이트의 한 밀주업자는 1년 만에 2억달러 이상을 벌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인접 국가들로부터의 밀수에도 속수무책이었다. 위스키는 캐나다로부터 오대호를 통해 쾌속정으로 실려왔고, 테킬라는 멕시코에서 남부 국경을 넘어 흘러넘쳤다. 미국 해안 3해리 밖 공해에 정박한 유럽 선박에서는 밤을 틈타 숱한 화물들이 작은 배로 옮겨졌으며, 럼주통들도 보잘것없는 동력을 가진 통통배에 실려 카리브해를 건너왔다. 수륙 양면 공격에 나라님이 허둥지둥했던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 18만여 개였던 미국의 합법적인 술집은 이 법이 수명을 다할 즈음에는 50만여 개의 불법 밀주집으로 변해 있었고, 1년에 1인당 1.46갤런이었던 미국인의 술 소비량은 1.63갤런으로 오히려 늘어버렸다. 그리고 밀주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을 재빨리 알아챈 알 카포네 등 미국의 전설적 총잡이 갱단들은 술의 생산·판매·소비를 그들의 총구 아래 통제하는 ‘유총유주 무총무주’의 시대를 구가했으니, 금주법 때문에 미국이란 나라님만 이래저래 스타일을 구긴 셈이다.

김학민 음식 칼럼니스트 blog.naver.com/hakmi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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