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名人◀ (27) 제주전통주 계승자 김을정씨

조회 수 2602 추천 수 64 2007.01.23 19:37:22
이명옥 *.5.46.203
▶한국의 名人◀ (27) 제주전통주 계승자 김을정씨

(서귀포=연합뉴스) 홍동수 기자

"술은 항상 살아 숨쉰다. 아기 키우는 것보다 더 많은 정성을 기울여야 제대로 된 술 맛을 낼 수 있다".

   제주 전통 민속주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 기능보유자 김을정(83.여)씨는 술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고 말한다.

   김씨는 팔순을 넘겼지만 1990년 5월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3호 오메기술 기능보유자로 지정된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주 장인으로 꼽히고 있다.

   술 손님이 많은 `지역유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젊은 시절부터 친정어머니로부터 술 담그는 법을 배웠다. 시집을 온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도 그의 명성은 이어졌다.

   그러나 김씨는 기능보유자 지정을 제안받고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한다.

   김씨는 "다른 집안에서도 다 만드는 술이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기능도 없는데 `기능보유자'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결국 김씨는 `전통기법을 보전하기 위해선 수락해야 한다'는 주변의 설득을 받아들였지만 어깨가 무거웠다고 한다.

   김씨는 "특별한 사람으로 지정받았다고 생각하니 눈을 감고 하던 일조차 조심스러웠다"며 "오래 전 어머니, 할머니가 사용했던 방법을 되돌아 보며 전통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통을 강조하는 김씨는 지금도 흔하고 편한 가스불 대신 장작불을 사용하고, 재래식 아궁이와 온돌방을 갖춘 전통 초가에서 생활하며 술을 빚고 있다.

   장작불을 지필 때마다 흐르는 눈물이 `정성'으로 승화돼 술맛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오메기'는 좁쌀 가루로 만든 떡을 말한다. 오메기가 식기 전에 으깨 항아리에서 누룩과 적정량의 물을 섞어 10-15일이 지나면 오메기술이 완성된다고 한다.

   비교적 간단한 과정 같지만 '정성'이 들어가야 좋은 술이 만들어진다.

   먼저 좋은 좁쌀을 원료로 써야 한다. 800여평의 밭에 조를 재배하고 있는 김씨는 제주산 차좁쌀 만을 오메기술의 원료로 사용한다.

   "전통술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데 비해 차좁쌀 재배면적 감소로 원료 확보가 힘들어지지자 한 때 중국산 좁쌀을 사용하기도 했다"는 김씨는 "중국산은 누룩을 섞어도 잘 발효되지 않고 술 맛도 제대로 나지 않아 이후로는 제주산 차좁쌀 만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을 섞을 때도 오메기와 누룩의 반응을 살펴가며 서서히 진행해야 한다. 무조건 물을 퍼부어버리면 누룩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누룩과 물의 양을 조절해가며 술의 기능이 잉태되는 순간을 촉감과 시각을 동원해 육감으로 느낄 수 있어야 비로소 `술의 생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술의 탄생을 확인하고 술독이 완성되면 이틀 동안 적절히 온도를 높여주며 수시로 저어주고 발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발효 후에도 술의 생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 자주 살펴야 한다.

   제대로 된 오메기술을 만드는 김씨의 또다른 '비법'은 누룩에 있다.

   김씨는 누룩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시장에서 파는 누룩은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보리를 물에 담가 틔운 후 납작한 육면체 메주 모양으로 뭉친 다음 볏짚으로 덮어 20일쯤 지나면 누룩곰팡이가 충분히 번식한 누룩이 완성된다고 한다.

   누룩을 만들 때의 적정 온도는 20-22도. 그래서 김씨는 말복이 지난 가을에 누룩을 만들어 이듬 해 봄까지 술을 담그고 여름에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술을 만들지 않는다.

   오메기술 기능보유자인 김씨는 1995년 4월에는 제주도 무형문화제 제11호 고소리술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고소리술은 오메기술과 같이 좁쌀을 원료로 사용하지만, 제조과정이 오메기술에 비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상상을 초월하는 정성을 필요로 한다.

   고소리는 시루 형태로 솥 위에 올려놓아 증기를 액체로 응집시키는 도구를 말한다. 고소리 윗부분에는 차가운 물로 계속 갈아주며 기화된 술이 쉽게 액체가 되도록 돕는다. 이 고소리를 통해 제조된 술이라 해서 '고소리술'로 이름 붙여졌다.

   오메기술이 알코올 농도 17-18%의 탁주, 막걸리 형태로 일반인들이 가정에서 쉽게 만들어 마셨던 술인데 반해 고소리술은 알코올 농도가 35% 이상, 높게는 70-80%까지 이르는 독한 술로,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많은 정성이 필요한 만큼 고급술에 속한다.

   증류시켜 고소리술을 뽑아내기 위해선 먼저 '밑술'을 만들어야 한다.

   좁쌀을 물에 10여시간 담가 부풀린 뒤 걸러내 시루에서 충분히 쪄 좁쌀밥을 만든 다음 누룩과 물을 섞어가며 충분히 주물러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비로소 술의 생명이 시작된다.

   물과 1대 1 비율로 혼합해 처음에는 항아리 밑 부분에만 찰 정도의 분량만 넣어 잘 저으며 15일쯤 발효시키면 생명력이 왕성한 1차 밑술이 완성된다.

   1차 밑술 발효가 절정에 달할 무렵 초기 과정을 반복해 항아리가 가득 찰 때까지 2차, 3차, 많게는 10차까지 덧술을 부으며 발효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이렇게 완성된 밑술을 솥에 넣어 장작불로 끓이며 고소리를 통해 증류주를 받아내면 고소리술이 된다.

   고소리술은 35%가 넘는 독주에 속하지만 마실 때 향과 맛이 순하고 부드러워 독한 술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술이 깬 다음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숙취가 적어 고급 양주를 연상케 한다.

   이렇게 받아낸 고소리술을 물허벅 등 용기에 넣어 다시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 오래 숙성시킬수록 좋은 술이다. 대량으로 생산하는 술처럼 맛이나 알코올 도수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제조자의 정성이 듬뿍 담긴 명주로 탄생하는 것이다.

   기능보유자 김씨의 고소리술 제조법은 전수자로 선정된 며느리 김희숙(48)씨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며느리 김씨는 "시어머니로부터 고소리술 제조법을 익히면서 우리 술이 정말 우수하고 우리 몸, 우리 정신에 맞는다는 것을 확신해 여생을 고소리술과 함께 하기로 결심했다"며 "어머니의 제조법을 최대한 전수받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선시대에는 명문가의 집집마다 독특한 술을 빚으며 가보로 삼았다"며 "시어머니의 고소리술 제조법을 가보로 이어받아 전통기법을 유지하면서 현대인의 입맛과 취향에 맞는 술을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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