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과 알코올문화

조회 수 1560 추천 수 51 2006.11.01 16:42:46
[경제광장]농가소득과 알코올문화

[헤럴드경제 2006-10-26 14:02]    



이내수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가뜩이나 어려워진 농촌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는 황폐해진 농촌이 활력을 되찾고 농가소득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농가소득원의 확대를 위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공략대상의 하나로 알코올 음료시장이 있다. 우리 농민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의 농가판매가격 기준 생산가액이 35조원(2005년)인데, 한 해에 국민이 소비하는 알코올성 음료의 추정액이 출고가격 기준으로 10조~20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이 시장에서 농가소득원을 찾을 수 있는 잠재력은 매우 크다. 농정이 앞서가는 나라들의 경우 농가에서 주류의 원료 생산뿐만 아니라 양조 과정까지도 상당 부분 참여하고 있어서 알코올성 음료산업이 농촌 활성화에 큰 몫을 한다.

그러나 우리 시장에서의 알코올성 음료 원료공급 상황을 보면 현실은 너무나 초라하다. 소주는 열대지방의 타피오카를, 맥주의 경우에는 수입맥주맥과 호프를 사용하고 있으며, 완제품을 수입하는 양주는 말할 필요도 없고 과거 국민주로 불려왔던 막걸리도 거의 수입소맥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국산 농산물을 이용하는 민속주의 소비량은 극히 미미하다.

국민들이 애용하는 소주의 경우 녹말원료 중 세계에서 가장 염가의 타피오카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울적한 기분을 풀 수 있을지는 모르나, 비용 걱정 없는 과음으로 국민 건강을 해치는 부작용이 혹시 발생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알코올성 음료가 소비자에게 접근할 때 알코올 혼자만이 나서지는 않는다. 때로는 화려한 문화의 옷으로 분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알코올의 부끄러운 부분만 최소한으로 가린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알코올이 입는 문화의 옷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포도ㆍ쌀 등 원료농산물이 태어난 지역의 역사ㆍ풍토가 되기도 하고 농작물을 돌보는 농민들의 손길에 묻어 있는 정성이나 특별한 기술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양조기술의 발전과정이나 이와 관련한 독특한 얘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농민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문화의 옷이 화려할수록 농가소득의 원천이 커지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각 지역마다 고유한 쌀 품종과 독특한 양조법으로 빚은 지역특색 청주가 오늘날까지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는 포도주 등 특색주 양조장이 생겨나면서 방문객들에게 양조과정의 견학과 시음을 곁들인 판촉을 활발하게 전개, 지역경제 활성화와 농가소득 증대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각 지역의 독특한 풍토와 품종을 자랑하면서 모든 생산농가가 포도주 양조까지 연결하여 그 지역의 자랑스러운 역사 속에서 농가소득원의 크기를 최대한 확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하 군량미 확보 차원에서 전통주를 금지했던 강압조치가 광복 이후 식량절약과 조세징수 편의 위주로 정책이 전개되면서, 지방특색과 농민의 정성이 깃든 전통주 부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농촌경제 측면에서는 매우 아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이 가장 친근해하는 소주를 보면, 전통적인 증류주와는 전혀 관계없는, 공장에서 생산된 주정을 물과 섞는 희석식으로 만들어지고, 그 원료도 초창기에는 고구마를 활용하다가 이제는 열대지방의 타피오카를 재료로 하는 알코올성 음료를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아프리카를 제외하고는 인간 식료품으로 타피오카를 이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알고 있다. 몇 해 전 정부가 재고 과잉된 쌀을 처분하기 위해 주류업체에 소주 주정용으로 공급할 때 식용쌀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적용한 쓰라린 경험은, 문화가 없이 주정에 물만 타서 마시는 우리 형편을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역특색과 농민의 정성이 함께 살아 있어야 할 전통주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알코올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알코올 문화 황폐화에 직면하고 있다. 농가소득원을 넓히고 농촌의 활성화를 촉진하면서 한편으로는 알코올성 음료의 과음을 막아 국민 건강을 돌보는 동시에, 우리 전통과 농민의 희망을 살리는 화려한 문화의 옷을 걸친 격조 높은 알코올성 음료를 육성하기 위한 업계의 노력과 정부 정책의 합작을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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