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술

조회 수 2001 추천 수 68 2006.06.02 17:57:26

[한겨레] ▣ 김학민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 지은이 hakmin8@hanmail.net
술은 인류가 만들어낸 기호품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겨온 품목이다. 그리하여 각 민족 각 나라마다 술은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선시대 전기까지는 술에 관해 전해지는 문헌이 거의 없었지만, 조선 후기에 접어들면 서유구를 비롯한 여러 실학자들의 저작과 오래된 가문의 규방에서 전해지는 조리서에 수많은 술들이 등장한다.

1670년경에 저술된 <음식디미방>은 51종의 양조법을 소개하고 있고, 실학자인 홍만선의 <산림경제>(1715)와 유종림이 증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1766)에는 60여종의 술이 등장한다. 그리고 1827년경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서유구의 백과전서 <임원십육지>에는 무려 200여종의 양조법이 소개되고 있다. 그 밖에 <주방문>(1600년대 말엽), <음식보>(1700년대), <역주방문>(1700년대), <규합총서>(1815년경), <양주방>(1837), <농정회요>(1830년경) 등에도 수십 가지의 술들이 등장하는데, 이 중 중복되는 것을 정리해 살펴보아도 조선 후기 즈음 우리 민족이 즐겨 마신 술은 250종이 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집집마다 고을마다 농사지은 곡식과 사철 내내 자연에서 얻은 과실이나 식물을 이용해 다양한 술을 빚어 즐겼는데,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것은 그냥 막걸리, 소주, 맥주, 양주뿐이다. 이러한 우리 전통술은 언제, 어떻게 멸절됐을까?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가장 먼저 행한 것은 토지 조사와 술에 대한 통제였다. 일제는 1909년 통감부를 설치한 뒤 주세법을 제정하고, 1916년 7월에는 새로운 주세령을 발포했다. 이로써 집에서 사사로이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고, 대신 양조면허를 부여받은 친일 지주층의 양조장만이 상업적으로 술을 주조할 수 있었다. 일제는 조선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미곡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데 저해되는 쌀로 만드는 조선의 전통술을 금지하고, 대신 민중의 목젖을 달래기 위해 값싼 희석식 소주를 대량으로 풀어놨다. 다른 한편으로 일제는 총독부 통치의 물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제조업이 미발달된 상태에서 중요 세원으로 주세에 주목하게 됨으로써 한반도에서 술의 사사로운 양조를 엄금하게 된 것이다.

1945년 8·15 해방으로 이 땅에서 일제는 물러갔지만, 우리의 전통술에 대한 제도와 정책은 일제하와 전혀 다름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에 있음으로써 쌀로 술을 만들어 마신다는 것, 곧 전통술의 복원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또 일제와 마찬가지로 제조업이 미약한 상태에서 담배 등 정부의 전매사업과, 술에 대한 세금은 정부 재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에 허가받지 않은 술은 그 역사성에 관계없이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궁여지책으로 쌀 막걸리는 밀가루 막걸리로 대체됐지만, 쌀로 빚던 약주나 증류 소주는 눈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질 낮은 밀가루 술은 서민층의 외면을 받아 그들의 입맛을 소주로 돌리게 했고, 중산층 이상은 거의가 맥주, 양주 등을 선호하게 됐으니, 우리 전통술이 설 자리는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일제와 마찬가지로 세금으로 팔아버린 우리 전통문화- 참으로 분하다, 일제의 이 잔재!

ⓒ 한겨레(http://www.hani.co.kr),


이지현

2006.06.23 16:10:01
*.1.168.47

저희 홈피에 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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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장·율무로 빚은 ‘잡곡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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