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귀밝이술

조회 수 1985 추천 수 46 2006.02.11 22:17:19
[문화일보 2006-02-11 13:11]  
  
우리 민족의 음주 기록은 멀리 부족국가 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 간다.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 등의 집단 행사 때면 술을 마셨다고 ‘삼국지’ 위지 동이전은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백제의 ‘수수보리’라는 사람이 술 담그 는 기술을 일본에 전했다고 전해 온다. 우리 민족의 술 담그는 기술은 고려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더 발달해 조선시대에 이르러 서는 발효주 외에 증류주까지 있었다.
그래서 술을 가리키는 한자도 두 가지로 나뉜다. 맥주 양주 청주 탁주 약주 등에 쓰는 ‘술 주(酒)’자와 증류식 소주를 가리키 는 ‘세 번 빚은 술 주(酎)’자가 그것이다. 요즈음은 희석식 소 주에도 세 번 빚은 술 주자를 쓰지만, 예전에는 발효주 가운데서 도 고급 소주를 가리킬 때에만 이 한자를 사용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주세를 거두기 위해 집에서 술을 빚 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집집마다 술을 빚어 마시니 세금이 덜 걷혔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 가정의 술 담그기가 금지돼 있어서 세무서 직원들이 밀조(탈세) 단속을 나오곤 했다 . 단속 공무원들이 마을 10리 밖에라도 나타났다 하면 “물조심 하세요” 하는 대피 방송이 세번씩 울려 퍼졌다. 그러면 농가마다 집을 비우고 피란 가듯 몸을 숨겼다. 누룩이나 누룩의 원료가 되 는 밀기울, 술지게미, 가양주 등을 들키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었 던 것.

우리나라는 술을 마시는 문화도 독특하다. 술을 건네고 받는 수 작(酬酌), 술잔을 채워 돌리는 행배(行杯), 받은 술을 마시고 다 시 채워서 되돌려주는 반배(返杯), 술잔을 두 개 이상 받아두지 않는 주불쌍배(酒不雙杯)라는 말에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제사 나 회갑 등 중요한 행사 때는 물론 설 추석 같은 연중 기념일에 도 술을 빚어 음복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에는 이명주(耳明酒)라고도 하는 귀밝이술을 마신다. 이날 이른 아침에 데우지 않은 차가운 청주를 마시면 귀 가 밝아질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좋은 소식을 듣는다 하여 온 가 족이 차례대로 한 모금씩 마셨다. 원래는 입춘·입추 후 다섯 번 째 무일(戊日)을 일컫는 사일(社日)에 마시던 것이 정월 대보름 날로 바뀌었다.

대통령 사돈의 음주운전 의혹에다 소주세 인상 논란 뒤에 맞는 1 2일 대보름은 일요일이니 아침 귀밝이술 한 잔으로 집안에 좋은 소식들을 기대해 보자.

[[황성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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