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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면 달 생각하고 달 밝으면 술 생각하고
꽃피자 달 밝자 술 얻으면 벗 생각나네
언제면 꽃아래 벗데리고 완월강취 하려노
이정보[1693ㅡ1766]
질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손불 켜지마라 이제 진 달 돌아온다
아이야 박주산행 망정 없다말고 내어라
한석봉[1543ㅡ1605]
술이 몇 가지요 청주와 탁주로다
다 먹고 취할 망정 청탁이 관계하랴
달 밝고 풍청한 밤이어니 아니깬들 어떠리
신흠[1566ㅡ1628]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날 부르소
내 집에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옵네
백년 덧시름 잊을 일 의논코자 하노라
김육[1580ㅡ1658]
잔들고 혼자 앉아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운 임이 도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우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윤선도[1587ㅡ1671]
화간반개(花看半開) 주음미취(酒飮微醉),
차중대유가취(此中大有佳趣),
약지난만(若至爛漫) 변성안경의(便成惡境矣),
이영만자(履盈滿者) 의사지(宜思之).
꽃은 반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멋이 있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는 데까지 이르면,
도리어 추해지나니 이미 가득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하리라.
채근담(菜根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