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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 [응답하라 우리술 357] "향료·색소 넣은 명주는 어디에도 없다."

조회 수 708 추천 수 0 2024.08.10 13:18:49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입력 2024.08.03 09:00



20세기 이어 21세기에도 막걸리 흑역사는 계속

무형 유산 이어 유네스코 추진에 역행하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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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빚기'는 지난 2021년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민관이 공동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2021년 6월 수원 화성행궁에서 가진 기념행사장의 모습이다.


1945년 '입국 막걸리'


해방이 되었다. 양조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누룩’ 대신 ‘입국’을 사용했다. 입국은 일제강점기 동안 주세법 때문에 쓸 수 없었던 ‘꿈에 그리던 당화제’였다. 일제는 1909년 주세법과 1916년 주세령을 시행하고 체계적이고 치밀하게 한반도에서의 주류 정책을 통제 관리했다. 입국은 이때 일본을 통해 국내에 소개됐다. 그리고 입국의 사용은 일본주에 국한했다. 조선주로 분류한 탁주와 약주에는 입국을 쓸 수 없었다. 누룩을 사용한 술을 조선주로 묶었기 때문이다. 

입국을 쓰면 같은 양의 쌀로도 더 많은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 8도의 막걸리를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누룩은 투입 쌀량의 350%를 생산할 수 있는데, 반해 입국은 450%로 약 28.6%p 정도 생산증대 효과가 발생했다. 심지어 여름철 양조 실패율도 현격히 줄어든다. 양조장에선 입국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일본이 패망하면서 주류 정책을 관리할 법률이 사라지게 됐다. 권력 공백기를 양조장들은 놓치지 않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서고 1949년 새로운 주세법이 만들어졌다. 이때 정부는 막걸리의 당화제를 다시 ‘누룩’으로 환원했다. 막걸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주세법상 청주를 생산하는 대형사들의 로비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1945년부터 49년까지 양조장들은 자본의 논리를 쫓아 누룩을 버리고 입국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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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식품부는 매년 우리술대축제를 개최해서 잘 빚은 막걸리 등 우리술을 선발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국가적 명주는 술을 잘 빚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평판 관리는 더 중요하다.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을 막걸리라 부르며 평판을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1990년 ‘쌀막걸리’

1965년부터 1990년까지 우리나라의 막걸리 원료는 ‘밀가루’였다. 1978~79년 2년 동안 쌀막걸리를 만들기는 했지만, 밀가루 막걸리는 본격적인 ‘입국 막걸리’ 시대를 열어주었다. 이 시기는 양조장 전성시대라고 할 만큼 막걸리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1974년 막걸리는 전체 주류 생산량의 74%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소주와 맥주는 합쳐서 고작 25%에 그쳤다. 지금의 시선에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시장 상황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중후반 들어 쌀 소비량이 급감하면서 재고로 쌓이는 쌀이 늘게 된다. 정부는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게 되었다. 결국 정부는 해법으로 ‘쌀막걸리 해금’을 결정한다. 하지만 1978~79년 이태 동안 막걸리 업계는 쓰디쓴 경험을 한 바 있다. 단맛도 없고 탄산도 없었던 쌀막걸리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고, 막걸리 매출은 급감했다. 

아픈 경험을 되살린 막걸리 업계는 지속해서 요구했던 ‘인공감미료’ 첨가를 조건으로 쌀막걸리를 받아들인다. 아스파탐 등의 인공감미료 사용을 요구한 것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쌀을 더 넣으면 자연의 단맛이 생기지만, 저렴한 인공의 맛으로 저가 막걸리를 만들어야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2024년 ‘색소·향료 막걸리’


중대형 양조장의 숙원이었던 ‘색소와 인공향료’를 막걸리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입법 예고된 주세법과 시행령 개정안에 색소와 인공향료가 막걸리의 첨가물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막걸리에 색소와 향료를 넣으면 ‘기타주류’로 분류되어 주세 혜택을 받지 못했고, 막걸리라는 이름도 사용할 수 없었다. 중대형 막걸리 양조장들은 모두 환영 일색이다. 수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성장하는 한류와 함께 막걸리 붐을 좀 더 일으키고 싶다는 속내가 들어있는 것이다. 

그 덕분에 2024년 뜨거운 여름, 때아닌 ‘막걸리순수령’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맥주순수령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서 ‘누룩, 쌀, 물’로만 막걸리를 빚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막걸리를 문화로 키워나가자는 정부가 스스로 뒷걸음질 쳤다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참고로 ‘막걸리 빚기’는 2021년 국가지정 무형유산이 되었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추진 중이다. 막걸리를 세계적인 명주 반열에 올리기 위한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명주 중에 ‘인공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은 하나도 없다.

해방 이후 지난 80년 동안 막걸리 맛의 변화를 가져온 변곡점 세 가지를 말했다. GNP 100달러 시대부터 GNP 3만5000달러 시대까지 막걸리 업계가 보여준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 막걸리를 바라보는 시각에 ‘문화’가 깃들어 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출처 : 대한금융신문(https://www.kbanker.co.kr) 

출처 : [응답하라 우리술 357] “향료·색소 넣은 명주는 어디에도 없다” < 응답하라 우리술 < 라운지 < 기사본문 - 대한금융신문 (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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