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동아사이언스 전통 막걸리, ‘미생물 배합’으로 부활할까

조회 수 40434 추천 수 0 2017.06.16 15:28:57

전통 막걸리, ‘미생물 배합’으로 부활할까

2017년 04월 18일 09:00

장○막걸리, ○평막걸리 등 동네 앞 슈퍼에만 가도 맛있는 막걸리가 지천에 깔려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막걸리는 우리 전통주라고 할 수 없다. 일본식 공정으로 발효한 결과물로, 우리 선조가 마셨던 것과는 전혀 다른 술이기 때문이다. 전통주를 살리기 위해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GIB 제공
GIB 제공

쌀을 곱게 갈아 물에 넣고 밀가루와 함께 오랜 시간 치댄다.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볏짚 위에 올려 놓는다. ‘누룩’이다. 누룩에 살고 있는 곰팡이와 효모가 발효를 잘 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를 맞춰준다. 누룩과 물을 섞고 기다려 주면…, ‘뽀글뽀글’ 막걸리 한 잔이 완성된다.

 


고문헌에서 찾아낸 우리의 전통주


조선의 술 맛을 그대로 재현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3월 10일, 경기 성남시에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이하 한식연)을 찾았다. “바로 이게 저희가 개발한 산업용 누룩입니다. 전통누룩에서 발굴한 미생물을 첨가해 만들었죠. 여러 양조장에 공급하고 있어요.” 이장은 한식연 우리술연구팀 선임연구원은 비닐로 포장된, 꼭 시멘트처럼 보이는 물질을 보여주며 말했다. 누룩은 쌀, 밀, 보리와 같은 곡류를 물과 섞어 반죽한 뒤 굳힌 것이다(제조법에 따라 약간씩은 다르다). 이 누룩을 적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발효시킨 게 막걸리다.


이제껏 한 번도 누룩을 본 적이 없는 기자는 막연히 메주 같이 생기고 냄새도 고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쌀로 만든 누룩은 하얗고, 녹두 누룩은 푸르스름했으며, 팥으로 만든 누룩은 고동색에 중간 중간에는 팥이 박혀 있는 모양이었다. 누룩은 생각보다 단단했고, 어떤 향도 나지 않았다. 이 선임연구원은 “발효를 시작하면 향이 나기 시작하는데, 주로 과일 향이나 알코올 향이 나지 메주처럼 고약한 향이 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식연 우리술연구팀이 보관하고 있는 전통누룩은 200여 종이다. 10년간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전통누룩과, 고문헌에 남겨진 제조 방법을 재현한 것들이다. 지역마다 누룩을 만드는 재료나 방법이 천차만별이고, 각 지역의 환경미생물들이 다르기 때문에 단 한 가지도 같은 것이 없다. 전통누룩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누룩을 부순 가루로만 존재한다고 했다. 연구용인데다가 오래 두면 상하기 때문이다. 전통누룩으로 만든 전통주를 맛보고 싶었던 기자의 바람도 아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산업용 누룩이다. 여기엔 전통누룩에서 발굴한 곰팡이가 살고 있다. 왼쪽부터 녹두, 메밀, 보리, 팥으로 만든 누룩이다. - 최지원 제공
한국식품연구원이 개발한 산업용 누룩이다. 여기엔 전통누룩에서 발굴한 곰팡이가 살고 있다. 왼쪽부터 녹두, 메밀, 보리, 팥으로 만든 누룩이다. - 최지원 제공

아직까지 일본식 공정 따르고 있어


그럼 우리가 슈퍼에서 사먹는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닌 걸까. 엄밀히 따지면 그렇다. 일본식 공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살짝 배신감이 들기는 하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가양주 문화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장인들이 여전히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증보산림경제, 본초강목, 임원십육지와 같은 고문헌에 남아 있는 수십 가지의 전통누룩 제조 방법은 이제 글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일본식 공정이 매우 간단하기 때문이다. 원료와 제조 방법은 우리나라와 다르지만, 일본 역시 누룩을 사용한다. 일본의 누룩을 코지, 혹은 입국이라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코지에는 딱 한 가지 종류의 미생물만이 살고 있다. 누룩을 만든 뒤 하나의 미생물을 인위적으로 접종하기 때문이다. 이 미생물은 금세 누룩 생태계의 ‘왕’이 된다. 자연 속에서 자라난 여러 미생물이 혼합돼 술이 만들어지는 우리나라 양조법과는 전혀 다르다.

 

전통누룩 제조방법 - 일러스트 | 이수현 제공
전통누룩 제조방법 - 일러스트 | 이수현 제공
전통누룩 제조방법 - 일러스트 | 이수현 제공
전통누룩 제조방법 - 일러스트 | 이수현 제공

가장 향기로운 효모는 누굴까


한식연에서는 일본식 누룩이 아닌 우리나라 고유의 누룩을 되살리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첫 성과는 가장 향과 맛이 뛰어난 전통누룩으로부터 미생물을 발굴해 유전자 지도를 완성한 것. 살구, 바나나,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 향을 내는 에스테르 성분을 많이 만들어내는 효모,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Saccharomyces cerevisiae) 98-5’가 그 주인공이다.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는 알코올을 많이 만들어내는 효모로 유명하다. 와인이나 맥주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술에 사용된다. 하지만 맥주를 만드는 효모와 막걸리를 만드는 효모는 엄연히 다르다. 같은 종이라도 DNA가 꽤 차이나기 때문이다.


한식연과 함께 전통주를 산업화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강현아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이 효모의 DNA를 분석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효모, ‘사카로마이세스 세레비지애 S288C’와 유전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유전자의 96%는 동일했지만, 막걸리의 향을 결정하는 대사과정 관련 유전자에 차이가 컸다.


심지어 같은 종의 효모라도 지역에 따라 배체수가 다른 경우도 있다. 배체수는 생물의 염색체 수로, 흔히들 ‘2n’이나 ‘n’ 등으로 표현한다. 세레비지애와 함께 술 양조에 많이 사용되는 또 다른 효모, 사카로마이콥시스 피불리게라(Saccharomycopsis fibuligera )가 그렇다. 이 효모는 전분, 셀룰로오스, 단백질 등을 분해하는 효소가 많아 누룩 속 다른 미생물에게 필요한 영양물질을 많이 공급한다. 그런데 제주도의 전통누룩과 포항의 누룩에 있는 효모를 각각 유전자 분석한 결과, 제주도의 것은 이배체인 반면 포항의 효모는 단배체였다. 강 교수는 “유전자를 분석한 뒤 매우 놀랐다”며 “이배체인 제주도 효모로 만들어진 술이 포항의 것보다 조금 더 향이 풍부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연구원 제공
한국식품연구원 제공

미생물 ‘배합’이 전통누룩 성공 결정


한식연에서 기자가 본 누룩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미생물이 들어 있다. 전통누룩에서 발굴한 미생물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한 종류만 살고 있어 전통누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 선임연구원은 “진짜 전통누룩을 만들려면 여러 미생물을 일정한 배합으로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맛있는 술을 만드는 미생물의 ‘꿀’ 조합을 알아내고, 이 조합을 술이 만들어질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이를 ‘복합 배양 기술’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양한 종의 생물이 한 공간에서 자라게 되면 자연적으로 경쟁하게 된다. 미생물을 원하는 비율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경쟁 관계를 훤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온도가 20°C 이상 올라가면 미생물 A가 대사산물로 a 라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이 B에게는 치명적이다’는 식의 관계다. 이 관계를 파악해야 모두 공존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엔 김치와 된장처럼 복합 미생물이 존재하는 음식이 유난히 많다”며 “이런 음식들을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복합 배양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읽을거리
Whole-genome de novo sequencing, combined with RNASeq analysis, reveals unique genome and physiological features of the amylolytic yeast Saccharomycopsis fibuligera and its interspecies hybrid.
doi:10.1186/s13068-016-0653-4

2017년 04월 18일 09:0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동아사이언스 전통 막걸리, ‘미생물 배합’으로 부활할까

전통 막걸리, ‘미생물 배합’으로 부활할까 2017년 04월 18일 09:00 장○막걸리, ○평막걸리 등 동네 앞 슈퍼에만 가도 맛있는 막걸리가 지천에 깔려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막걸리는 우리 전통주라고 할 수 없다. 일본식 공정으로 발효한 ...

  • 누룩
  • 2017-06-16
  • 조회 수 40434

영양 많은 고산도 과일식초 제조 기술 개발

- 산도 8% 이상 화학식초·합성식초 대체…피로회복 등 도움 기대 - 자연 발효로 몸에 좋은 고산도 과일 식초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식초를 만드는 우수 종균인 초산균을 이용한 종초(씨앗식초) 제조 조건을 확립해 품질이 우...

  • 누룩
  • 2014-09-17
  • 조회 수 35126

日여자 밴드, 韓전통주라고 하는 '똥술' 마시고 극찬, '맛있어' file [1]

日여자 밴드, 韓전통주라고 하는 '똥술' 마시고 극찬, '맛있어' [티브이데일리 박 영 기자] 일본 여자밴드 '도플갱어'의 멤버들이 일명 한국의 전통주인 '똥술'을 마셨다. 지난 9일, 대만의 한 언론매체는 "일본의 블...

  • 누룩
  • 2013-01-16
  • 조회 수 11019

2016 전통주 시장 현황과 전망을 보다. file

우리나라 주류시장은 매출액 기준 2010년 8조원을 넘어 2014년 9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대비 13.7% 정도 상승했고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9조원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0.5%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도 넘지 않는다. ...

  • 누룩
  • 2016-07-26
  • 조회 수 7649

[알면 더 맛있는 식품] 순수냐 주정이냐 식초의 갈림길 [1]

[쿠키 생활]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옛날이야 식초 하면 그냥 하나 사서 오이무침에도 넣고, 초간장 만들어부침개도 찍어먹고 두루두루 활용함에 별 불편함이 없었다. 근데 요즘은 달라졌다. 건강을 위해 마시는 흑초 부터, 올리브오일에 찍어먹는 발...

  • 누룩
  • 2013-03-29
  • 조회 수 6272

다시마식초 효능 '지방 분해에 탁월'‥ 만드는 법 의외로 간단

▲ 사진=조선일보 DB 지난 26일 방송된 TV조선 '살림 9단의 만물상'에 다시마식초가 등장하면서 다시마식초 효능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방송에 따르면 다시마식초 효능은 지방 분해로, 다이어트와 미용에 탁월한 음식이다. 인터넷 ...

  • 누룩
  • 2014-02-03
  • 조회 수 6048

'명품' 수제맥주 병으로 나온다.

법 바뀌며 소규모 업체도 수제맥주 유통 가능 중소업체 병·캔 제품 출시..편의점·마트서 판매 식품회사도 수제맥주 관심.."맥주시장 다양화 전망" 이태원이나 강남의 고급 펍이 아닌 집에서도 병이나 캔으로 된 고급 수제맥주를 마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

  • 누룩
  • 2015-03-30
  • 조회 수 5429

살아나는 지방 소주…생산설비 늘리고 수도권 공략 시동

각종 지방 소주가 진열된 모습. 한때 ‘고사’ 위기에 빠졌던 지방 소주 업체들이 반격에 나섰다. 지금까지 지방 소주 업체들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등 대기업 물량 공세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충북, 전북, ...

  • 누룩
  • 2013-11-06
  • 조회 수 5383

슬럼프에 빠진 ‘전통주’ 막걸리 “사케·와인에 밀려…규제 풀고 경쟁해야”

‘전통주’ 막걸리가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막걸리가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1년 거세게 불었던 막걸리 열풍이 무색할 정도다. 국내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200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시장 규모가 ...

  • 누룩
  • 2013-01-28
  • 조회 수 5288

맥주·소주·위스키 알콜도수는 왜 갈수록 낮아질까? file [1]

◇소주, 위스키도 알콜도수 낮춰야 팔린다=알콜도수 낮추기 경쟁은 이미 다른 주종에서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전까지 소주 알콜도수는 25도였지만 1998년 23도로 낮아졌고, 2001년에는 다시 21도로, 2006년에는 20.1도로 떨어졌다. 하이트진로는 2006년...

  • 누룩
  • 2013-03-05
  • 조회 수 5139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막걸리' 광고 등장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MAKGEOLLI?'. 유력 경제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막걸리’ 광고가 게재됐다. 21일자 1면에 실린 이 광고는 하얀 한복을 입은 배우 송일국이 막걸리 한 사발을 따라 두 손으로 공손히 권하고 있다. '막걸리'라는 제목 밑에는 '...

  • 누룩
  • 2013-05-21
  • 조회 수 4866

전통주 주인의 필수 여행지 누룩 수을길에 초대합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전통주 酒人의 필수여행코스, 누룩 수을길 이번에는 전통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누룩을 찾아 여러 고수분과 같이 1박 2일 동안 전국을 누비고자 합니다. <세부일정> - 출발일 : 5월 22일 ~ 23일 (1박 2일) - 여행경비 : 175,000원 -...

양주, 맥주만 섞어 마셔? 전통주도 섞어 마신다

칵테일로 시작하는 전통주와 막걸리 이야기 강남/송파의 유명 번화가인 신천역은 언제나 젊은 층과 화려한 네온사인이 거리를 밝히고 있다. 길가에는 엑세서리 및 한국형 패스트 푸드를 파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하여 일하는 모습에 활기 또한 느껴진다. 15년 전...

  • 누룩
  • 2013-06-20
  • 조회 수 4657

매실주 담글때 최적의 소주 도수는?

[화성=이영규 기자]매실주를 담글 때 가장 좋은 소주 도수는 19.5도로 나타났다. 또 매실주와 매실청은 담금 후 최소 1년 정도는 발효 숙성하는 것이 독성이 모두 제거돼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10일 '가정에...

  • 누룩
  • 2013-06-12
  • 조회 수 4581

[4월 14일 토요일] 매화꽃따기와 술빚기체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술샘 전설과 향긋한 매화 향기 속으로 봄을 가장먼저 알리는 대표적인 꽃... 매화를 만나러 4월 14일 다같이 떠나요~ 이번 수을길은 제천으로 매화꽃놀이와 전통방식대로 매화주빚기도 체험합니다. 가는 길에 우리나라 대표 술 유적인 영월 주천 술샘터에서 술...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