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한국일보 [겨를] “맛있는 술 두고도 못 즐기는 한국인 아쉬워”

조회 수 1032 추천 수 0 2018.06.07 17:37:19

전통 술 만들어 먹는 존 프랭클 연세대 교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훌륭한 맛 내는 술 드물어”

SC959PAG.jpg : 한국일보 [겨를] “맛있는 술 두고도 못 즐기는 한국인 아쉬워”
존 프랭클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직접 만든 전통 소주를 소개하며 술 제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
"시중에서 파는 술이 너무 맛이 없더라고요."

존 프랭클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국제대학원 교수는 집에서 증류식 소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특이한’ 외국인이다. 한국 생활 10년이 넘은 ‘반은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이 보통 호평하곤 하는 시중 소주에 대한 평가는 냉혹했다.

프랭클 교수는 더 맛있는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2010년부터 집에서 술을 담가 마시기 시작했다. 제대로 술을 만들어 보자고 마음 먹고 2013년부터 한국가양주연구소 등에서 초급부터 고급 과정까지 모두 마스터 했다.

“술을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 시중 술은 마시기 힘듭니다. 이렇게 좋은 전통주의 전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인들이 천편일률적인 맛의 소주만 마시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에요." 

프랭클 교수에 따르면 소주의 맛은 재료에서 90% 이상 결정된다. 잘 띄운 누룩에 질 좋은 쌀만 있으면 술맛은 이미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쌀과 누룩을 넣고 너무 덥지 않은 봄 가을 겨울에 상온에서 잘 발효만 시키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술이 만들어 집니다. 여기에 쑥이나 송홧가루 등 제철 재료를 가미하면 금상첨화죠."

잘 발효된 술은 가라앉은 부분은 탁주로, 위로 떠오른 맑은 술은 청주로 즐길 수 있다. 이 청주를 증류기에 넣고 가열하면 전통 소주를 맛볼 수 있다. 온도에 따라 증류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조절할 수 있어 40도 넘는 고도수 소주도 만들 수 있다.

프랭클 교수는 “잘 빚어진 청주를 증류하면 얻을 수 있는 소주는 2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식 증류 소주는 비용과 시간 등을 많이 투자해야 맛볼 수 있는 고급 술”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직접 만든 40도짜리 소주를 시음해 봤다. 높은 도수라 첫 맛은 중국 술 고량주처럼 썼지만 뒷맛은 찹쌀 특유의 단맛이 느껴져 담백했다.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실 때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거북한 뒷맛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프랭크 교수는 "고급 위스키는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느낌을 누르며 술을 마셔야 하지만,한국 전통 소주는 독해도 자연스럽게 위로 흘러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며 “좋은 재료로 증류해 만든 한국 소주는 많이 마셔도 다음날 심한 숙취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통 소주를 만드는 외국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간혹 오해 섞인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만든 술을 나눠 달라거나, 술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가 정기적으로 술을 나눠주는 친구를 포함해 그의 전도(?)로 주(酒)님 만들기 삼매경에 빠진 외국인 친구도 여럿 된다. 위스키의 고장인 스코틀랜드 출신 친구도 그의 소개로 한국 소주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프랭클 교수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이렇게 맛있는 술을 얻을 수 있는 건 한국 술의 최대 장점”이라며 “특히 오랜 시간을 쓰지 않고 주변의 좋은 사람과 술을 나눠 먹는 것도 술을 만들어 느낄 수 있는 행복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현대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외국인의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된 현대문학 수업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도 종종 있다고 한다. 프랭클 교수는 같은 문학을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끼리 토론하는 수업도 자주 진행한다. 이런 토론이 문학을 즐기는 더 다양한 방식을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전달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프랭클 교수는 “술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며 “한국 술을 다른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나만의 술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랭클 교수는 은퇴 후 전통 술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수제 주류 업계에서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하지만 술을 일이 아닌 취미로 즐기고 싶은 게 프랭클 교수의 바람이다.

그는 “술 만드는 게 직업이 되면 지금의 기쁨을 느낄 수 없을 거 같아 걱정이지만, 내가 만든 소주가 주점 진열대에 올라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며 웃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원문보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469&aid=0000304853&sid1=001&lfrom=kakao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이데일리] "다양한 전통주 개발 발목 잡는 규제 풀어야" file

등록 2021-05-17 오전 5:00:00 수정 2021-05-17 오전 7:26:44 박선영 국순당 생산본부장 인터뷰 코로나19로 개인화 된 음주 문화, 전통주 업계에 호기 막걸리에 향 첨가하면 기타주류로 분류해 주세혜택↓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막걸리를...

  • 누룩
  • 2021-05-17
  • 조회 수 982

[연합뉴스] 5ℓ 대용량 막걸리·약주 나오나…'2ℓ 용기규제' 완화 file

송고시간2021-05-11 19:31 하채림 기자 막걸리 [이마트 제공]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막걸리와 약주 판매 용기를 2ℓ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가 완화돼 5ℓ까지 제품 용량을 늘릴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탁주·양주의 판매용기 ...

  • 누룩
  • 2021-05-14
  • 조회 수 1034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모월·술아원·장희·하미앙 선정 file

품질·환경·체험·관광 등 종합평가, 4곳 신규 선정 농식품부 “인지도 향상·지역경제 활성화·매출액 증가”올해 ‘찾아가는 양조장’에 강원도 원주의 ‘모월’, 경기도 여주의 ‘술아원’, 충북 청주의 ‘장희’, 경남 함향의 ‘하미앙’ 등 4곳이 13일 새로 선정됐다. 원...

  • 누룩
  • 2021-05-13
  • 조회 수 936

우리 동네 전통주 핫플레이스

막걸리, 약주, 증류주 등 양조장마다 개성 강한 전통주가 핫하게 부상하고 있다. 우리 지역 가까이서 전통주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이유있는 술집 잠실점 잠실새내역 부근 새마을시장 가까이에 있는 전통주 바틀샵. 생막걸리는 유통기한이 ...

  • 누룩
  • 2021-05-12
  • 조회 수 939

[NewsMaker.] "술과 지역의 자원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추연당에 입히겠다." file

2021년 05월 07일 (금) 00:04:05 황태일 기자 hti@newsmaker.or.kr 한 나라의 음식과 술은 같이 발전한다.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울리는 음료(술)를 만들고 때로는 새로운 술을 만들게 되면 그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거나 만들어 서로 보완한...

  • 누룩
  • 2021-05-10
  • 조회 수 1370

[한국일보] 쌀값 오르자 훌쩍 뛴 막걸리,맥주 가격 ...'서민 술갑' 더 오른다 file

입력 2021.05.05 17:00 수정 2021.05.05 17:10 지난달 막걸리 가격 11%, 맥주 0.5% 상승 지난해 물가에 연동되고, 쌀값 13% 오른 오른 영향 3월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막걸리가 진열돼 있다. 뉴스1 대표적인 '서민 술'로 꼽히...

  • 누룩
  • 2021-05-10
  • 조회 수 1051

"전통주에 주목한다"… 양구군, 전략산업으로 육성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양구군이 전통주(酒)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 군은 국비가 확보되는 대로 '술 익는 양구 전통주 플랫폼' 조성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사업은 전통주 연구와 개발시설, 전시·체험, 제조교육, 판매를 아우르는 시설...

  • 누룩
  • 2021-05-04
  • 조회 수 1228

전통주갤러리, ‘한국술 도서 기획전 : 술의 기록’ 진행

전통주갤러리에서 6월 30일까지… 50여권 전시 전통주갤러리(관장 이현주)는 한국 술 관련 도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한국 술 도서 기획전 : 술의 기록’을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50여 권의 도서를 전시하는 이번 기획전은 서울시 강남구 전통주갤러리에서...

  • 누룩
  • 2021-04-30
  • 조회 수 1449

도수 낮추고 멋 더하니 막걸리 ‘힙’해졌네~주류·식음료업계, 이색 콜라보로 다양한 막걸리 제품 출시

아재술로 불리던 막걸리가 회춘하고 있다. 분위기를 즐기려는 젊은 연령층의 취향에 맞춰 도수를 대폭 낮추는가 하면, 재치있는 네이밍 마케팅과 굿즈를 더해 MZ 세대들에게 ‘힙’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 것. 여기에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과 외...

  • 누룩
  • 2021-04-29
  • 조회 수 1564

전통주 전문가가 추천하는 ‘혁신’을 추구하는 막걸리 5종

한국가양주연구소 ‘서울’한국 전통주 막걸리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단순히 병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라는 키워드와 만났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 결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

  • 누룩
  • 2021-04-28
  • 조회 수 1019

가양주 복원…춘천시 '전통주' 산업 육성 나선다

10월 술 페스타 개최…내년 동아시아 전통주 페스티벌 유치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강원 춘천시가 전통주를 활용한 '술' 산업 육성에 나선다. 가양주[연합뉴스 자료사진] 춘천시는 일제의 수탈로 사라진 가양주 문화를 다시 찾아 우리술 문화 복원...

  • 누룩
  • 2021-04-28
  • 조회 수 1123

[단독] 1100년 전통 '대구 하향주' 해외매각 위기

대구시 무형문화재 11호 보유자가 빚고 있는 1100년 역사의 전통주 `하향주(荷香酒)`가 해외 자본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위치한 하향주 제조 공장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자 중국인과 일본인 등이 거액의 ...

  • 누룩
  • 2021-04-26
  • 조회 수 1095

향긋한 전통주 빚으며 성숙해진 기도의 삶

장인정신 이진태 대표 수습기자 시절 한 선배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평소 술을 잘 먹지 않았던 그 선배는 기자와 동기에게 술을 따라주면서 말했다. “술은 좋은 사람과 마시면 약이 ...

  • 누룩
  • 2021-04-23
  • 조회 수 868

콜라보, 디자인, 라이브 커머스…젊어진 양조장에 응답한 MZ세대

회사 인근 전통주 보틀숍을 찾을 때면 매대 앞에 서서 즐거운 고민을 이어가곤 한다. 날이 맑은 주말을 앞둘 때는 도수가 높은 맑은 청주가, 비가 오는 날에는 묵직한 국물과 어울릴 법한 목 넘김 가벼운 탁주가, 각양각색 취향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는 자리...

  • 누룩
  • 2021-04-22
  • 조회 수 1127

[MNB] 쿠캣마켓에 인싸 북극곰이 담근 힙한 막걸리 떴다 file

쿠캣마켓 코엑스몰점, 쿠캣 PB제품·다이닝 메뉴와 함께 전통주 100여 종 판매 강동완 기자 | 2021.04.18 10:03 푸드 컴퍼니 쿠캣(대표 이문주)이 운영하는 '쿠캣마켓 스타필드 코엑스몰점'은 곰표와 한강주조가 공동개발한 ‘표문막걸리’를 일일 한정...

  • 누룩
  • 2021-04-21
  • 조회 수 128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