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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피플)"막걸리 고급스런 가치, 이제는 소비자가 인정한다"

조회 수 1394 추천 수 0 2019.05.23 19:41:32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선영 국순당 연구소 주류개발팀장 "발효제어기술 개발한 것 주효"
"우리 술 복원하며 조상의 노하우 발견…현대에 맞게 개발해 제품화할 것"

한동안 침체에 빠졌던 막걸리 시장이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늘고 있으며,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막걸리가 저렴한 술이란 인식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최근 주류 시장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효과로 분석된다. 특히 국순당의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막걸리의 고급화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국순당에 입사해 다양한 전통주를 개발한 박선영 국순당 연구소 주류개발팀장은 막걸리의 속성을 충실히 지켜나가면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충분히 비용을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선영 팀장은 문헌으로만 전해지는 우리 술을 계속해서 복원해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생물공학, 생명공학 전공자로서 국순당에 입사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석사 주제로 효모를 이용한 당알코올을 생산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에는 술을 잘 마시지도 못했고, 술이라고 하면 으레 소주나 맥주만을 생각했다. 어느 날 실험실에서 선배들과 티브이를 봤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어떤 분이 술을 발효하고 국자로 떠서 맛보는 모습이 나왔다. 굉장히 심오하게 술맛을 보는 장면이었다. 단순히 공부로만 알던 효모가 술을 발효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러던 중 취업 사이트에 국순당 공고가 나서 지원했다. 당시 "효모를 가지고 다양한 술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말씀드린 것을 잘 봐주셨던 것 같다. 그래서 입사를 하게 됐다. 방송에서 봤던 분은 바로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였다.
 
국순당 연구소 주류개발팀에서 담당하는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이고, 그동안 개발에 참여한 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가
 
현재 업무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기존에 출시된 제품을 끊임없이 개량하는 것이다. 맛을 일정하게 해줘야 하고, 더 맛있게 할 방법은 없는지 항상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효모, 누룩, 유산균 등 술의 원료인 세 가지 미생물을 찾아 제품화할 수 있도록 접목하는 것이다. 그동안 개발한 제품으로는 '별', '삼겹살에 메밀 한 잔', '국순당 생막걸리', '옛날 막걸리 고', '1000억 유산균 막걸리' 등이 있다. '이화주', '송절주', '사시통음주' 등 사라진 옛 우리 전통주를 복원하는 작업도 참여했다.
 
그동안 연구한 기술 또는 개발한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지난 2006년 출시한 '별'은 약주이지만, 깔끔함을 목표로 했던 제품이다. 약주에 들어 있는 누룩 냄새를 꺼리는 사람이 있다. 그런 점이 젊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발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던 제품은 '국순당 생막걸리'다. 이 제품은 2007년 개발을 시작해 2009년에서야 제품화가 됐다. 이 제품에는 발효제어기술이 적용됐다. 생막걸리 안에는 효모와 유산균이 살아 있는데, 유통 중에 과다 증식하게 되면 가스가 계속 나오게 된다. 그러면 변질이 쉽게 되고, 제품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니까 미세하게 틈을 만들어야 한다. 그 틈으로 막걸리가 새기도 하고, 세균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효모의 활성을 제어해야 하는데, 바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발효제어기술이다. 발효제어기술을 기반으로 전 국민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막걸리 시장이 성수기를 맞았다. 그전에는 새는 문제가 있었지만, 밀봉이 가능하게 되면서 유통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유통기한도 짧아 근처에서만 팔았는데, 이 기술로 대형마트에도 생막걸리가 깔리게 됐다. 이 기술로 수출도 하게 되면서 현지인도 생막걸리를 마실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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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국순당 연구소 주류개발팀장. 사진/국순당
 
'1000억 유산균 막걸리'가 다소 비싼 가격에도 대형마트 매출 상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제품이 인기를 얻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000억 유산균 막걸리' 개발은 연구소에서 2010년부터 준비하는 등 장기 프로젝트였다. 이 제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막걸리가 가진 속성을 충실히 하고, 소비자에게 그 가치를 제공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생막걸리에는 보통 한 병에 1억에서 많아야 10억 정도의 유산균이 들어 있다. 이 제품은 유산균이 더 증식해 풍부하게 있을 수 있도록 5단 발효 공법을 적용했다. 두 단계에서는 효모가, 세 단계에서는 유산균이 발효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시중의 일반 막걸리보다 거의 1000배, 요구르트 등 유제품보다 약 100배 많은 유산균이 들어 있다. 또 유제품에 들어 있는 동물성 유산균과 달리 식물성 유산균이 들어 있어 한국인에게도 잘 맞는 것도 특징이다. 식물성 유산균은 장내 유해 미생물을 억제하는 힘이 좋고, 면역력 증진과 장 건강에 좋다. 대표적인 것이 김치에 들어 있는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이다.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안주가 김치인 이유다. 막걸리에는 유산균이 들어 있다는 막연한 느낌이 아닌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도 인기 요인이라고 본다.
 
다른 막걸리 신제품도 인기를 얻으면서 시장이 다시 활력을 얻고 있다. 최근 막걸리 시장이 보여주는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딱 하나로 꼬집어 말하면 다양화다. 비단 막걸리뿐만이 아니라 전체 주류 시장에서 다양성이 보인다. 그러한 특징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혼술'이나 '혼밥' 같은 문화가 확산하다 보니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진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걸리를 예로 들면 예전에는 저가 이미지가 강하고, 원료도 한정돼 있고, 패키지도 획일화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 입맛이 다양화되면서 알코올 도수, 원료 등이 막걸리에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막걸리가 가진 가치, 기능에 대한 부분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막걸리는 다른 술과 비교할 때 절대 저렴하지 않고, 가치가 있다. '1000억 유산균 막걸리'도 비교적 고가제품에 속하는데, 가격을 정하면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일반적인 막걸리 가격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가치를 충분하게 어필할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결국 가치가 있다면 소비자는 그것을 인정해주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급해준다고 판단했다.
 
막걸리 시장이 계속해서 활기를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개발자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전통주 시장에서 제약이 생각보다 많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전통주가 빠르게 변화를 주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법적인 제약이다. 소주와 맥주와 비교해 못 따라가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완화됐지만, 예전에는 신맛 정도를 나타내는 산도가 0.5%를 넘으면 안 되므로 베리류 등 원료를 넣는 것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과일 당류가 20% 이상 포함되면 기타주류로 분류돼 주세가 5%에서 30%로 올라간다. 이렇게 되면 유통 환경도 달라져 막걸리를 취급하는 특정주류도매업에서는 취급할 수 없다. 기타주류는 종합주류도매업에서 유통해야 하는데, 소주, 맥주 등과 경쟁이 안 되는 것이다. 또 예를 들면 바나나 향이 첨가되면 수출 제품에도 붙는 '바나나 막걸리'란 표현을 우리나라에서는 쓸 수 없다.  
 
앞으로 꼭 연구개발에 도전하고 싶은 제품 또는 분야가 있는지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지금도 진행 중인 우리 술 복원 사업이다. 문헌으로만 전해 내려오는 우리 술이 조선 시대만 해도 600여종이 있는데, 일제강점기를 통하면서 많이 사라졌다. 국순당은 그러한 우리 술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24개 술을 복원했고, 5개 제품을 시판했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이화주'로 국순당이 복원에 성공해 현재는 누구든 제조할 수 있다. 복원하는 자체는 사업 측면에서 크게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주 시장에서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사업을 통해 단순히 복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많이 배우고 있다. '국순당 생막걸리'의 발효제어기술도 복원한 술을 연구하면서 응용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도 계속 복원 사업을 하면서 조상의 숨겨진 노하우를 현대에 맞게 연구하고, 제품화해서 소비자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다. 
 
박선영 국순당 연구소 주류개발팀장. 사진/국순당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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