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대한금융신문][응답하라, 우리술110] 끊어진 시장 잇기 위해 술도가 만든 오산의 ‘오매장터’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2019.01.21 14:41:32


 옛추억 속 양조장 되살려 오색시장 내 양조장 설립한 김유훈 대표

요리술 먼저 출시해 시장 만들고, 올초부터 전통주 판매 나설 계획

  
▲ 오산역 인근에 위치한 오색시장은 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장터다. 이곳에서 유통업에 종사했던 김유훈 대표는 끊어진 시장을 연결하기 위해 추억 속의 술도가를 복원하고 있다. 사진은 양조장 건물 및 교육동 건물 전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술도가는 사람의 발길이 많은 곳에 들어선다. 그래서 농업이 경제활동의 대부분일 때의 양조장들은 관공서가 들어서 있는 면의 중심지나 읍내에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는 바로 시장이다. 오일장이든 상설장이든 시장은 상업 물류의 중심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소통의 광장을 겸하고 있다. 소통의 한 축을 책임지는 것이 술이기 마련인지라 인근의 술도가도 분주하기 그지없다.

경기도 오산의 오색시장은 조선시대의 기록, 특히 화성을 애지중지했던 정조 시대에 편찬한 기록물(화성궐리지)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시장이다. 이 시장의 한편에 있던 술도가의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술도가의 서사를 복원시키며 끊어진 시장을 연결하는 이가 있다.

선대 때부터 오색시장에서 식품유통업을 해오던 김유훈 대표. 대기업 자본에 유통까지 장악돼 서서히 입지가 좁혀져 가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필요했던 김 대표는 쇠잔해지는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으로 큰 은행나무와 넓은 마당이 있던 술도가 앞에 고두밥이 펼쳐져 있던 장면을 떠올렸던 것이다.

김 대표는 추억 속의 술도가를 소환해서 끊어진 시장을 다시 연결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소비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술을 하지 못한다. 이후 양조장을 준비하면서 술맛을 확인하기 위해 시음을 하곤 하지만, 술을 즐기지는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술빚기의 문외한이었지만, 자신의 업장이 있는 곳에 “술도가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골똘할 때 오산시청에서 연락이 왔단다.

  
▲ 전통시장에서 전통주를 만나는 일은 100년 전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시대가 바뀐 요즘에는 보기 드문 서사다. 오산의 술역사를 오매장터를 통해 새로 쓰고 있는 김유훈 대표(오른쪽)와 오서윤 이사

인문학을 접하러 나선 길에서 막걸리를 만나 막걸리학교와 가양주연구소 등 우리술 교육기관을 섭렵하며 전통주를 익힌 오서윤 기술이사와의 만남은 이렇게 공공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오 이사는 당시 인구가 20만을 넘어선 도시에 양조장 하나 없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갖고 지역 운동 차원에서 술도가를 추진하고 있었다.

둘의 만남은 결국 오산 유일의 양조장 설립 프로젝트로 이어져, 2016년 농업회사법인 오매장터를 설립하게 된다. 100년 전에는 너무도 자연스러웠을 전통시장과 전통주의 만남은 이렇게 두 사람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된 것이다. 술 양조는 오서윤 이사가 맡고, 양조장 건립 및 영업 등 외부 활동은 김 대표가 맡으면서 양조장 프로젝트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2017년에는 새롭게 양조장과 교육공간 등이 건립됐으며, 각종 주류의 제조면허도 순차적으로 취득하게 된다.

하지만 채산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전통주 시장에 바로 연착륙하기란 쉽지 않은 법. 시장규모가 크지 않은 전통주 시장에서 확실한 수요처를 만들지 않고 바로 청약주와 막걸리, 소주를 출시한다는 것은 무리수다. 따라서 김 대표는 식품유통의 경험을 살려 우선 ‘요리술’을 출시해 일정한 수익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청약주와 소주를 내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오매장터의 선택은 대형 유통점에 요리술 납품으로 이어졌으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로 되돌아왔다.

여기서 얻은 자신감을 발판으로 김 대표와 오서윤 이사는 지난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약주와 막걸리, 그리고 증류소주를 올 초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알코올 도수 12도의 ‘오매백주’와 알코올도수 53도의 ‘독산53’은 제품 준비가 완료된 상황. 모두 일체의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산 특산품인 ‘세마쌀’로 빚어진 술들이다.

오매백주는 지역의 옛 이름과 고문헌에 등장하는 막걸리의 또 다른 표현을 모아 작명한 술로 막걸리 원주에 가까운 술이며, 이를 증류한 독산은 임진왜란 때 권율장군이 왜적을 물리쳤던 독산성에서 이름을 따와 작명한 술 이름이다.

앞으로 나올 알코올 도수 6도의 대중적인 막걸리도 ‘오산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즉 모두 ‘오산’의 지역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오매장터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유훈 대표는 자신의 양조장을 누구나 다시 찾는 양조장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누구나 시장에 오듯이 술맛을 기억하며 다시 찾는 술맛 좋은 양조장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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