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뉴스

[술을 빚다, 흥에 취하다: 우리동네 술도가를 찾아서·(6)] 여주쌀과 여강물로 전통주 만드는 추연당

조회 수 1294 추천 수 0 2021.08.18 14:20:37
발행일 2021-08-17 제11면


2021081601000550700028282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한 잔 술을 빚기까지… 40일 발효 60일 숙성
추억처럼 아름답게 취하는 '시간의 향기'

대왕님표 여주쌀과 남한강 물·누룩으로 만든 전통 약주인 '순향주'는 먼저 맑은 황금색 빛깔과 과실, 곡물, 꽃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셔보면 달지 않으면서 신맛이 조화를 이룬 감칠맛과 깨끗함에 반한다.


여주시 가남읍 금당리에서 순향주, 소여강, 백년향 등 전통술을 만드는 추연당의 이숙(52) 대표는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했다. 추연당은 맛있는 음료 추(䣯), 인연 연(緣), 집 당(堂)자를 써서 '맛있는 술로 인연을 맺은 집'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는 2016년 여주로 귀촌해 농업회사법인 추연당을 설립하고 2018년 상품을 출시한다. 그리고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우리술 품평회' 약(청)주 부문에서 '순향주'로 우수상을 받고, 지난 4월 제12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평화통일기원 한국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추연당은 지난 5일 세종대왕 이름인 '이도(李)'로 상표등록을 마쳐 '이도 육포'와 정과류 등을 내놓을 계획이며, 협동조합과 연계해 궁중디저트 카페도 준비하는 등 전통음식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추연당에서 이 대표를 만나 특별한 전통주 이야기를 들어봤다.

추연당 이숙대표1
여주시 가남읍 금당리에 있는 전통술을 만드는 추연당의 이숙 대표(52)는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한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할머니의 전통주는 기다림의 미학

전통주 제조법을 시연하는 이 대표는 멥쌀을 정성스레 씻기를 반복하고, 미리 불린 멥쌀을 찜기에 쪄서 고두밥을 만들고, 차게 식힌 뒤 누룩을 넣고 발효시킨다. 이 밑술과 4번의 덧술을 혼합해 발효는 40일, 숙성은 60일, 그래서 발효와 숙성에 100일 정도 걸려 나온 술이 '순향주'이다.

"큰 양조장에서는 기계로 씻지만 여기서는 직접 손으로 씻어요. 쌀알이 망가지지 않도록 집중하여 씻다 보면 여주 쌀의 향기가 나면서 잡념은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죠. 음식은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면 더 맛있어요." 

이숙 대표 "할머니가 술을 빚던 모습 지금도 경이" 전통방식 살려
17세기 조리서 '음식디미방' 바탕, 5번 담금하는 '순향주' 탄생

 

추연당의 순향주는 1670년경 최초로 여성이 쓴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순향주법(삼양주)을 바탕으로 다섯 번 담금하는 오양주로 빚은 전통방식의 약주이다. 그리고 이 대표는 발효실에서 거품을 내며 '톡톡톡' 술 익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술도가_중단대.jpg


매일 발효되는 술을 보고, 술 익는 소리를 듣고, 술의 향을 맡으면서 그는 "매일 아이를 돌보듯 합니다. 저에게는 굉장히 긴 시간이죠.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함께 가자'고 말을 건네며 기다림 속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천연비누를 수입해 백화점에 납품하며 꽤 여유로운 삶을 살았다. 하지만 나이 40이 넘어서면서 할머니가 빚은 청주(추연당에서 출시한 순향주), 증류주(소여강), 탁주(백년향)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과거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할머니께서 시루에 고두밥을 찌는 날이면 시룻번을 붙이는 일이 소꿉장난하는 것처럼 재밌었고, 고두밥이 다 찌어진 다음에 시루에서 시룻번을 떼어먹으면 정말 고소하고 맛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피자 도우를 구워 먹는 느낌과 비슷하죠."

 

추연당 전통주20000


그는 술광에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나무발판을 딛고 술독 속 술 익는 모습과 향기, 소리를 마음껏 보고 듣고 자랐다.

그는 "겨울엔 할머니께서 술지게미에 신화당(뉴슈가)을 조금 넣어서 화로에다 따뜻하게 끓여 달달하게 만들어 주시면 맛있게 먹었어요"라며 "한복을 입으시고 머리에 작은 은비녀로 쪽을 찌신 할머니의 술을 빚는 모습은 지금도 경이롭다"고 말했다. 

 

제2의 고향 여주에서 쌀과 도자기의 만남

늘 무언가에 목이 말라 있었던 이 대표는 우연히 정월 특집방송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윤숙자 교수가 한국전통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에 감동해서 바로 종로에 있는 한국전통음식연구소를 찾았다.

"항상 '꿈은 이루어진다!'라며 '호랑이를 그려보세요. 잘 그리면 호랑이를 그릴 수 있고, 못 그려도 고양이를 그릴 수 있다'고 하는 윤 교수님 말씀에 롤 모델로 삼고 전통음식 연구가를 꿈꾸며 그동안 살아가면서 무언가 채워지지 않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매진했어요."

2021081601000550700028283
이숙 대표는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와 만남을 통해 '전용 잔'과 '자기접시'를 제작했다. /추연당 제공


일련의 수련과정을 거친 그는 작업실을 내기 위해서 고민하던 중 여주에 왔다가 물 좋은 남한강, 임금님께 진상했던 여주 쌀, 도자기, 각종 농축특산물 등 여주가 술 빚기에 최적지임을 깨닫고 귀촌을 결심했다.

이 대표의 여주예찬은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를 만나며 백자로 된 '전용 잔'과 '자기 접시'를 제작하게 됐고 또한 남한강변 둘레길인 '여강길'을 소재로 1년간의 숙성을 거쳐 만든 증류주 '소여강'(25도, 42도, 50도) 출시로 빛을 발한다.

 

"술은 유형의 자연과 무형의 지역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종합예술이며 융복합 문화라고 생각해요. 여주에 와서 '여강'이 남한강을 뜻하고 '여강'은 여주사람들의 꿈이 자라고 추억이 흐르는 강이란 걸 알게 되었어요. 여주의 혼을 담고자 '여강'이라는 이름과 소주를 뜻하는 '불사를 소(燒)'자를 붙여 '소여강'이 세상에 나왔어요."

2021081601000550700028284
이숙 대표는 강천면에서 '흙내가마'라는 작업실과 갤러리를 운영하는 도예가 박재국 작가와 만남을 통해 '전용 잔'과 '자기접시'를 제작했다. /추연당 제공

 

MZ세대 웹툰과 막걸리, '이도 육포·정과'

전통주라고 하면 '아재' 술로 인식되기 마련인데 추연당은 젊은 MZ세대를 위한 마케팅에도 힘을 쏟고 있다. SNS에는 다수의 웹툰이 게재돼 있다.

전통주를 마시고 입에서 느낀 오감을 명쾌하고 발랄하게 표현한 박백형 웹툰 작가와의 인연으로 '전통주를 빚는 방법', '소여강의 스토리', '추연당 전통주 탄생 배경' 등 예쁜 그림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역작가와 전용잔·자기접시 제작… 증류주 '소여강' 출시도
SNS에 웹툰 게재… '아재술' 이미지 탈피 MZ세대와 소통 힘쏟아

이 대표는 "지금은 웹툰 시대잖아요. 실패했던 경험이나 술을 빚는 방법 등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또 양조장이 크지는 않지만 소신껏하면서 우리의 전통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도록 지역민과 청년들을 위한 사업으로도 연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연당 여강길 웹툰
추연당의 SNS에는 다수의 웹툰이 게재돼 있다. 박백형 웹툰작가의 '소여강의 스토리'. /추연당 제공


이 밖에도 추연당에서는 여주쌀로 백설기를 찌고 전통 누룩과 물로만 빚은 탁주 '백년향'이 생산되고 있으며 술로 고기의 핏물을 빼고 맛간장으로 달인 '이도 육포', 쌀 조청으로 도라지를 여러 번 끓였다가 식혔다가를 반복해 생강설탕가루에 찍어 먹는 '생강백당도라지정과', 무를 꿀에 조린 '무정과'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기관지에 좋은 건강 간식이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사용한다는 이 대표. 내년이면 여주 월송동에 궁중 디저트 카페도 준비하는 추연당이 전통주와 더불어 여주의 다양한 농축산물로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 지역과 세대를 뛰어넘는 로컬음식문화를 실현하길 기대해 본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2021081601000550700028287

 

 



출처: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081601000282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비즈워치] 'K-팝'처럼 'K-술'? 전통주 브랜드화 한다

이상원 기자 lsw@bizwatch.co.kr 2023.04.11(화) 15:00 국세청-주류업계와 손잡고 전통주 수출 지원 제 1회 K-리큐르 수출지원협의회 모습 /사진=국세청 국세청이 민간 전문가들과 손잡고 전통주 해외수출지원에 나선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의 브랜드를 만...

  • 누룩
  • 2023-04-11
  • 조회 수 833

[서울신문] 폐막걸리로 농작물 병해충 없애는 방법 아시나요? file

입력 : 2023-03-30 11:35 | 수정 : 2023-03-30 11:35 광양시 폐막걸리 10t 이상 농민들에게 무상 배포 성충 신속히 제거···해충 방제에 큰 효과 광양시가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는 막걸리를 광양주조공사에서 가져온 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

  • 누룩
  • 2023-03-30
  • 조회 수 990

[서울경제] 'K 인증' 없는 막걸리, 10년새 수출 반토막 file

입력2023-03-26 17:14:48 수정 2023.03.26 17:49:52 신미진 기자 대형사 제품은 전통주 인정 안돼 해외서 홍보·영업 어려움 겪어 주류업계 "전통주 개념 넓혀야" 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표 우리 술인 막걸리는 힘을...

  • 누룩
  • 2023-03-28
  • 조회 수 888

[조선비즈][박순운의 술기행](91) "가족들과 함께 마실 술 만든다는 마음으로 술 빚어요." file

경기도 여주의 지역특산주 양조장 '술아원' 강진희 대표 과하주, 고구마소주, 복분자 약주. 막걸리 등 제품 라인업 풍성 술지게미 처리 고민하다가 '복분자 그라빠'도 만들어 여주산 수수로 만든 '한국형 고량주' 증류주 개발도 막바지 술아원...

  • 누룩
  • 2023-03-16
  • 조회 수 827

[세계일보] 새 문화로 탄생한 막걸리 양조장 추억[명욱의 술 인문학] file

입력 : 2023-02-25 19:00:00 수정 2023-02-24 18:44:13 30대 이상의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아마 막걸리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름에 바짝 구운 해물 파전과 즐기는 것부터 시작으로 더운 여름날에 시원하게 즐기는 막걸리에 대한 추...

  • 누룩
  • 2023-03-08
  • 조회 수 804

[조선비즈] [박순욱의 술기행](90) “주점과 식당의 심야 영업, 눈에 띄게 줄어들어”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2022년 전통주점 영업분석 코로나로 오랜 영업시간 제한 탓에 ‘술은 늦게까지 마시지 말자’ 분위기 정착 막걸리 판매 1위 복순도가 손막걸리, 약주는 명인 오메기맑은술 “2022년, 소규모 양조장 막걸리 출시 그 어느 해보다 ...

  • 누룩
  • 2023-02-27
  • 조회 수 605

[문화경제] [인터뷰]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 "‘막걸리 바보에서 막걸리 천재로" file

‘경복궁쌀’, 한강, 나루터, 서울양조장… 한강주조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효도상품 ‘나루생막걸리’, ‘표문막걸리’ 이어 최근엔 ‘나루약주’도 내놔 김응구⁄ 2023.02.22 15:12:48 고성용 대표는 “한강주조의 목표와 비전은 과거에 화려했던 우리 문화를 현재로...

  • 누룩
  • 2023-02-24
  • 조회 수 1225

[파주시대] 농업회사법인(주)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file

3rd 써드 막걸리 ... 막걸리의 고급화 선언 입력 : 2023-02-22 20:31:18 수정 : 2023-02-22 22:43:19 도반주조 방정빈 대표 3rd 써드 막걸리···이양주로 제조, 풍미가 좋고 밀도가 높은 것과 탄산이 없는 것이 특징 산미나 당도가 과...

  • 누룩
  • 2023-02-23
  • 조회 수 796

[머니투데이] '특화주' 술술…술 대결 빠진 편의점 file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2023.02.17 05:10 주류 구매 주요 채널로 편의점 업계가 떠오르면서 업체 간 주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단독·이색·협업 주류는 편의점의 대세가 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

  • 누룩
  • 2023-02-18
  • 조회 수 870

[MBN뉴스] [Liquor News] 2023년, 지금 어울리는 술은? file

2023-02-16 16:07 검은 토끼의 해에 마시는 블랙 보틀 위스키 2023년에 마시는 글렌피딕 23년 그랑크루 계묘년, 검은 토끼 해를 맞아 지인들과의 프라이빗한 홈 파티에 어울리는 위스키로 글렌피딕 23년 그랑크루는 어떨까. 날렵한 검은색 보틀에 반짝이는 황...

  • 누룩
  • 2023-02-17
  • 조회 수 821

[헤럴드 경제] “잔 따라 술 맛 달라요” 위스키·전통주 인기에 술잔 매출도 쑥쑥 file

2023-02-08 16:46 글라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30대 고모씨의 집에는 위스키를 위한 유리잔이 10개가 넘는다. 고씨는 “사람마다 즐겨쓰는 볼펜이 있는 거랑 같다”면서 “잔 따라 맛도 다르...

  • 누룩
  • 2023-02-14
  • 조회 수 1036

[DAILY POP]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 와인까지 '저칼로리' 경쟁에 합세할까? file

이수현 승인 2023.02.10 17:49 2025년까지 주류 열량 자율표시제 단계적으로 확대 소주ㆍ맥주, 저칼로리 제품 출시 및 리뉴얼 왼쪽부터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새로.'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 식음료 시장에서 설탕 없는 '제로 음...

  • 누룩
  • 2023-02-10
  • 조회 수 897

[국제신문] 애주가들 '한숨'...맥주ㆍ소주ㆍ막걸리도 줄줄이 오른다. file

맥주ㆍ막걸리 세율 4월부터 최대 30원 인상 소비자 판매가에 반영...소주도 인상 예고 주류 물가 이미 고공행진...부산 8% 급등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입력 : 2023-02-04 09:04:12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국제신...

  • 누룩
  • 2023-02-08
  • 조회 수 789

[연합뉴스] [호식탐탐] ② 대보름 귀밝이술 우리 청주 어때요? file

100년 전통 도가서 만드는 '우렁이쌀'…60일간 양조하는 '하타' 우리 농민·연구자가 만든 한국형 청주…박찬일 셰프 "깔끔하고 정돈된 맛" [※ 편집자 주 = 각종 콘텐츠 플랫폼에서 '먹방', '맛집'이 주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먹거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갈...

  • 누룩
  • 2023-02-06
  • 조회 수 866

[이데일리] 국순당, ‘정월 대보름 달맞이 행사’ 귀밝이술 지원 file

등록 2023-02-03 오전 9:25:06 수정 2023-02-03 오전 9:25:06 윤정훈 기자 정월 대보름 귀밝이술은 온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세시풍속 국순당(043650)이 새해 첫 보름날인 ‘정월 대보름’인 5일을 맞아 우리 민족의 세시 풍속인 귀밝이술을 알리기 위해 우리...

  • 누룩
  • 2023-02-03
  • 조회 수 82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