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곡자 "박근상"

조회 수 13595 추천 수 0 2011.01.29 13:52:20
송학곡자 "박근상"
소나무나 학처럼 건강하게 장수하라는 의미의 "송학곡자"를 방문하여 박근상님의 누룩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송학곡자에 도착해서 박근상 고수님을 처음 뵙게 되었을 때, 생각했던 것 보다 젊고 누룩과는 어울리지 않는(?) 잘 생긴 외모에 놀랐지만 고수님께서 우리의 누룩을 지키고자 하는 열정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인해 보였습니다.

다음은 송학곡자 "박근상" 고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송학곡자는 누가 어떤 의미로 이름을 지었는지요.

창업주(고 서남철 회장)께서 직접 지으신 것으로 아는데요. 소나무나 학처럼 건강하게 장수하란 의미였겠죠. 당시엔 주조장도 송학주조장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의 주조장 사장님이 경영하시면서는 사주에 맞지 않는다하여 “금천주조장”으로 변경하셨죠. 미신이긴 하지만 주변에서 가끔 겪는 일이잖아요.^^



누룩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대학교 졸업 후에 곡자공장 을 운영하시던 이전의 사장님의 아들과 알고 지냈는데 제생일날 다 같이 모여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바로 그 날 사장님이 돌아가시게 되었죠. 며칠이 지난 뒤 (지금의 곡자 공장과 주조장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는데)그 분이 와서 도와줄 수 없냐? 하여 곡자 공장과 인연이 닿게 되었지요. 그 때가 1994년 이었으니 벌써 13년 전 일이네요. 당시는 곡자 공장과 주조장을 같이 관리하였지만 몇 년이 지난 뒤 지금의 사장님과 같이 공장을 인수한 뒤 2000년 공장을 신축하여 지금의 공장으로 오게 되었죠.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글쎄요. 아무래도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한 뒤라서 직장으로서의 안정성과 수입이 가장 큰 고민이었겠지요.

직접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어 보셨는지요. 술은 맛있게 잘 되던가요.^^

가끔 누룩을 시험해 보고자 술을 빚기도 합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두 번씩 거래처 사장님들과 회식자리를 만드는데 그 때 몇 번 빚어 봤어요. 주조장에 누룩을 납품하러 다니기 때문에 귀동냥을 많이 해서인지 술맛은 마실만 하던데요. (입발린 말인지는 몰라도 다들 맛있다고 하던데^^) 실패도 해 봤어요. 술을 담아 항아리에 넣고는 그냥 발효실에 넣어뒀거든요.^^(발효실 온도가 35℃...)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룩을 사전적 의미 그대로 당화 또는 발효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접 누룩을 하시기 때문에 일반인과는 누룩에 대한 생각이 다를 것 같은데요. 박근상님께서 생각하는 누룩이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잠시 생각한 후에) 전문적인 지식도 많이 부족하고 주조장에 다니다보면 여러 가지 발효제(효모, 정제효소, 입국, 조효소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누룩이 꼭 막걸리나 약주를 만드는데 들어가야만 하는가' 하는 의구심도 일어나긴 하는데요. 대체로 과거에 우리의 옛 사람들이 빚었던 밀주를 먼저 떠올립니다. 아무런 발효기술이 없어도 고두밥 찌고 누룩 넣어서 항아리에 담아 여기저기 숨겨두고는 며칠이 지나서 몰래 떠먹을 수 있는 그런 술을 빚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별로 다르진 않아요.

집에서 직접 술을 빚어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과거엔 잘 몰랐는데 최근 들어(2002년이후) 주조장이 아닌 개인이 주문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어요. 1995년도에 “자가 양조”가 허락되고 난 뒤 IMF 경제 위기와 웰빙 붐으로 인해 막걸리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직접 본인이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상품화 할 수도 있고 해서인지 관심들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물론 거기엔 “술독”같은 인터넷 매체와 여러 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술담기 체험과 강좌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요즘같이 전체적으로 업계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에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죠. 그만큼 관심이 많아진 만큼 저희 공장에서도 좋은 누룩을 생산해 공급해야한다는 의무 감도 생겨납니다.

가양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다양한 누룩으로 술을 빚고 싶어 하는데요. 지금 만들고 있는 누룩 이외에 다른 누룩을 만드실 계획은 없는지요.

물론 요구가 많아지면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공급도 따라가야겠지요. 기존의 누룩에서 최근 모기업에서 나오는 개량누룩, 바이오누룩이 그나마 개발되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우리 공장에선 아직 계획하고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여건상 여러 가지 제약도 있고요. 하지만 소비자의 욕구에 맞도록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한다던가 아니면 좀 더 쉬운 자가 양조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통누룩이라는 말 대신에 “재래식누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재래식”이란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전통이나 재래식이나 말 그대로 옛날부터 우리가 사용해 오던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표현 방법만 다를 뿐이지요.

일반 가정에서 누룩을 선택할 때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과 어떤 누룩이 좋은 것인지 좀 알려주시죠.^^

공장에서 누룩을 생산하다보면 이번 누룩은 정말 잘 나왔다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첫째, 향이 좋습니다. 누룩 향을 넘어서 고소하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둘째, 육안으로 보면 누런색과 하얀색이 대부분입니다. (검은 부분이 많으면 안 좋아요) 셋째,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포자가 많이 형성되어있지요. 대체적으로 이 3가지에 해당되면 좋은 누룩이라 할 수 있어요.



누룩을 만들 때 온도와 습도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람이나 모든 생물들이 주변의 여건이 좋으면 건강하고 튼튼하게 살아갈 수 있듯이 누룩도 살아있는 미생물이기 때문에 좋은 균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이 제공되어야 겠지요. 이곳에서는 대체적으로 온도: 36℃, 습도: 70℃을 유지하는 편입니다. 물론 처음에 제품 성형상의 이유로 물을 많이 넣는 관계상 발효기간 중 온도나 습도에 차이를 주지요

옛날 사람들은 누룩을 직접 밟아서 만들었다는데 사람이 밟은 것과 기계로 찍어내는 누룩의 차이점은 무엇인지요.

이곳에서도 2001년 이전만 하더라도 아주머니들 10여분이 발로 밟아 제품을 만들었죠. 지금도 좋은 누룩을 얻기 위해선 그 방법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발로 직접 여러 번 밟는다는 것은 원료에서 공급되어지는 전분질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에 그만큼 좋은 누룩곰팡이를 배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처음엔 기계도 한 번에 성형할 수 있는 압력을 주어 찍었죠. 그렇지만 그런 방법으론 식품위생법에서 규정하는 역가가 나오지 않았죠. 그래서 기계로도 여러 방법으로 누르니까 되더라구요. (껄끄러운 질문인데 소상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항상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도 누룩이 잘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이유와 특히 누룩이 잘 되는 시기는 언젠가요.

항상 같은 조건의 온도와 습도가 제공되고도 그런 경우가 있다면 원료나 반죽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겠지요. 이곳에서는 제품이 가장 잘 나올 때가 바로 지금 9~10월입니다. 요즘이 누룩이 가장 잘 나오는 것 같아요. 온도 조절이 가장 쉬운 시기지요.

백곡균, 황곡균, 흑곡균이 피는 이유와 각 균의 사용 방법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글쎄요. 가끔 우리 누룩에서도 누런 황곡균이나 흑곡균이 피기도 하는데, 그건 발효과정에서 온도나 습도 조절이 잘못 되었을 경우 배양되는 유해한 균이라고 봐요. 흑곡균이나 황곡균이 아니라는 거죠.

양조장에서 점점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와 앞으로의 대책은 있는지요.

(어려운 질문만 주시는 거 같군요.^^) 옛날과 달리 우리보다 더 고전하고 있는 곳이 양조장입니다. 몇 년째 주조장에 납품하지만 주조장이 요즘처럼 힘들어한 때도 없어요. 거의 반이상이 폐업했고 많은 주조장이 준비 중이죠. 배고프던 시절에 배도 부르고 흥도 돋구던 막걸리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트림이 난다해서 멀어지고 중, 장년층의 사람들에게선 소주나 맥주에게 밀려 멀어지고 난 뒤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몇몇 주조장에선 트림이 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효모나 누룩 사용량을 줄이고 다른 발효제로 대체하는 곳이 많아졌죠. 첨가물의 사용량도 많아졌고..

젊은 사람들 중에는 누룩냄새(곰팡이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냄새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요.?

알 수 있다면 당장 주조장에 알려줬겠죠?^^ 주조장의 흥망과도 직결되는 문제니까요. 일각에서는 유산균을 넣으면 트림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원인은 잘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냄새를 없애기 위해 법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통누룩 제조장의 수와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시나요.

주조장 납품하는 제조장이 3군데 있고, 기타 신곡이라고 제조하는 곳이 3~4군데 있습니다. 술독이나 전통주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오래 가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몇 군데는 남겠죠? 송학곡자 그리고.....


일반 가정에서 가양주를 빚는 사람들에게 바램이 있다면 한말씀 하시죠.

이렇게 우리 전통주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즐겨주셔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송학곡자 제조장에서도 아껴 주시는 만큼 좋은 누룩으로 보답하겠습니다.


*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5시간 가량 걸려 피곤한 상태였지만 송학곡자에 도착했을 때 박근상님께서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잘 설명해 주셔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송학곡자가 더욱 발전하여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술을 빚을 수 있도록 최고의 누룩을 공급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 작 권 자(c)술 독 .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www.suld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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