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우리글이다.

조회 수 4334 추천 수 125 2006.01.01 10:02:45
요즘 사람들이 다들 진서(眞書)를 한자(漢字)라 이르고 중국 한(漢)나라 때 만들어진 글자로만 알고 있는 것은 실로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생각이다.
단적인 예로, 한나라 이전에 육국(六國)을 통일하고 만리장성을 쌓았던 진(秦)나라가 분서갱유(焚書坑儒)했다는 사실이 전하고 있지 않은가. 즉 한나라 이전에도 문자가 있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진나라 이전 주(周)나라 때도 문자가 있었다. 때문에 공자가 시(詩), 서(書), 예(禮), 악(樂)을 정리하고 <춘추(春秋)>를 기술했던 것이다. 그러한 서적들이 누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유구히 전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주나라 이전 은(殷)나라 때도 이미 문자가 있었다. 이른바 갑골문(甲骨文), 금정문(金鼎文), 죽서(竹書), 목간(木簡)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은나라는 바로 단군의 증손 설(卨)이 세운 왕조였다. 지금 중국의 학자들도 그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은나라를 동이족의 왕조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 문자를 한나라 때 만들어진 글자라는 뜻으로 한자니 한문이니 하는 것은 도저히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굳이 나라이름을 앞세워 이 문자의 이름을 일컫고자 한다면 마땅히 은문(殷文)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은나라는 630여년 동안 중원을 통치했고, 그 망할 무렵도 한나라보다 1,000년이나 앞서있었다.
대저 ‘한문’이라는 말은 일본사람들이 이 땅을 무단통치하면서 만들어낸 말이다. 그들은 또한 이 진서를 조선어한문이라 규정하고 1936년(소화 12년) 9월 1일부터 전 학교에 조선어한문 폐지령을 내렸다. 당시 학무국장 고원(?原)의 담화 내용 중에는 아래와 같은 말이 있다.

이것은 현행규정에 국어한문에 의하여 한문을 교수하고 또 다시 조선어에 의하여 한문을 교수해야 되기 때문에 한문에 대하여는 같은 내용의 것을 두 가지로 교수하는 셈이 되어, 수업하는 점으로 보면 쓸데없는 시간을 쓰게 되고 생도측에서 보면 이중의 부담을 면치 못하게 되므로 고등보통학교의 한문은 이것을 국어한문에 통일하기로 된 것이다. 이번에 조선어로 읽는 한문을 폐지함에 따라서 종래 이로써 쓰이던 시간은 이것을 다른 필요한 학과목으로 돌려서 생도의 학력을 일취월장케 하여 현하 실정에 적합하도록 향상시키고자 하는 바이다.



이와 같이 조선어한문을 폐지하는 이유를 밝히고서 학생들에게 소위 국어한문이라 하여 일본어식 한문만을 익히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한국인의 성명도 창씨개명(創氏改名)이라 하여 일본식으로 고치도록 하였다.
당시 그러한 교육을 받았던 자들이 해방 후에 우리의 문교행정에 관여하고 이 땅의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니 우리 교육정책이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참글인 이 진서를 한문 또는 한자라 이르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참글이라는 뜻에서 진서(眞書)라 일컬었지 한문이라 이르지 않았던 것이다. 조선시대에 한문이라 일컬었던 말이 간혹 있는 것은 한나라 선비들이 지은 문장을 일컬었음이지 결코 이 문자 자체를 한문이라 일컬었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일부 뜻있는 학자가 나서서 ‘이 진서는 실로 우리 글이다’ 한다면 다들 해괴하게 여기거나 미친소리로 여길 것이 뻔한 일이다. 이미 옛 중국의 한나라 글자라는 말이 머리 속에 꽉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 또 일부 영리하다는 젊은이들은 문장의 어순이 우리 한글과는 영 다르다는 이유를 내세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도 하겠지만, 이는 실로 음서(陰書)와 양서(陽書)의 성질을 전혀 구분할 줄 모르는 소치이다.

음서(陰書)와 양서(陽書)

무릇 양은 그 성질이 앞으로 곧게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요, 음은 그 성질이 안으로 오므려 끌어들이고자 하는 것이다. 때문에 양서의 문장은 거침이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요, 음서의 문장은 간혹 진퇴가 있어야만 그 뜻이 분명해지는 것이다. 또한 음서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이기 때문에 진퇴가 있어야만 완곡한 뜻을 다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흔히들 ‘영어는 양서인데도 왜 어순에 진퇴가 있느냐’고 묻기도 하겠지만, 중국어나 영어의 그 말 자체가 음어(陰語)이기 때문에 비록 소리글인 양서를 쓸지라도 그리 되어야만 하는 법이다. 때문에 우리의 이 참글 즉 음서가 중국의 문자가 되기도 한 것이다.
중국은 말과 문자가 엄연히 다르다. 중국말을 문자로 써 놓은 것을 백화문(白話文)이라 하는데, 이는 중국사람들만이 통하는 것일 뿐 우리 나라나 일본, 대만의 원주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물건(物件), 걸인(乞人) 등의 말을 문자로 쓰면 글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인데 중국인들은 물건을 뚱시(東西), 걸인을 훠쯔(花子) 등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그 말을 배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대만의 원주민들은 본시 유구인(琉球人)으로서 우리와 어순이 똑같고 풍속이 비슷하여 노랫가락, 타령 등의 박자가 우리와 똑같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어른이 상투를 틀고 아이들이 머리를 땋는 방식이 우리와 똑같았으며, 이 문자를 해독하는 방법까지도 우리와 똑같아 중국민족과는 영 다른 민족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밀려난 국민당 정부가 그 땅을 강탈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원주민의 2세들이 거의 다 중국사람으로 변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이들 역시 말과 글이 다른 문화에 동화되어 버린 것이다. 음어(陰語)의 민족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리와 같은 양서(陽書)도 없다. 때문에 앞으로 설사 독립을 한다고 해도 예전에 썼던 그 유구(琉球)의 말을 되찾고 유구식 음서를 되찾아 쓰기는 아마도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그들이 우리와 똑같이 썼던 음서의 예를 들고 그 말을 만일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양서의 순서대로 바꾸어 쓰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풀이가 되는지 한번 써보기로 한다.


ㆍ음서 = 수심불능도(水深不能渡) 풀이 = 물이 깊어 능히 건너지 못하겠다.
ㆍ양서 = 수심능도불(水深能渡不) 풀이 = 물이 깊어 능히 건넜다 못했다.


이렇듯 부정사가 들어가는 음서는 음서의 문장법으로 써야 만이 매끄럽고 뜻이 명확한 것이다. 양서의 문장법으로 바꾸어 놓으면 말도 되지 않고 뜻도 잘 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에 양서의 문장은 곧게 나아가고자 하는 성질이 있고 음서의 문장은 간혹 오므려 끌어들이고자 하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만일 부정사가 들어가지 않는 문장에 양서의 문장법, 즉 우리의 어순대로 써도 말이 매끄럽고 뜻이 명확한 것이다.
앞에서 태초에 복희씨가 하늘의 문양을 보시고 땅의 이치를 살피시어 가까이는 사람의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만물에서 취하여 처음으로 팔괘를 만들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그 팔괘의 처음이 음과 양인데, 음은 벌어지고 오므리는 이치가 있기 때문에 그 형상을 ?와 같이 했고, 양은 전일(專一)하고 곧은 이치가 있기 때문에 그 형상을 ?와 같이 한 것이다. 이러한 음양의 이치는 세상 만물 어디에다 비추어도 맞지 않는 데가 없다. 그리고 이 음양의 이치는 항상 음이 먼저이고 양이 다음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자도 처음에 음서가 먼저 나오게 된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음양의 이치를 <주역(周易)> ‘계사(繫辭)’에 기록하면서 양서의 방식, 즉 우리말의 순서대로 아래와 같이 하였다.


무릇 건(乾 : ?陽)은 정지(靜止)하면 제멋대로 있다가 동(動)하면 곧아진다. 그럼으로써 크게 만물을 낳는다. 무릇 곤(坤 : ?陰)은 정지하면 오므려져 있다가 동(動)하면 벌어진다. 그럼으로써 만물을 널리 생육한다.


무릇 건(乾 : ?陽)은 정지(靜止)하면 제멋대로 있다가 동(動)하면 곧아진다. 그럼으로써 크게 만물을 낳는다. 무릇 곤(坤 : ?陰)은 정지하면 오므려져 있다가 동(動)하면 벌어진다. 그럼으로써 만물을 널리 생육한다.

또 공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을 말하여 도(道)라 하는데, 그 도를 이어감이 착한 것이며 이루어 놓음이 성품이다.


이는 곧 일음(一陰) 일양(一陽)의 도가 나아가고 물러나며 열리고 닫히는 진퇴합벽(進退合闢)의 조화를 이어가야 선(善) 즉 좋은 것이요, 그 결정체를 이루어 놓음이 바로 성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성(性)이란 바로 음양이 교합할 때 나오는 물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남녀의 아랫동네를 성기(性器)라 이르고, 거기에 병이 있으면 성병(性病)이라 이르며, 암수가 교접하는 것을 성교(性交)라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공자의 문장이 다 우리말이 순서로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자의 문장을 만일 중국 사람들이 읽는다면 이해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지금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말로는 그리하면서 반만년 동안 유구히 써 왔던 우리의 참글을 버리고자 한다. 그리고 다들 한글만이 오직 우리의 글, 우리의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녕 그렇다면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이전의 역사와 문화는 과연 어느 나라의 것이란 말인가. 설사 이 문자가 중국의 문자라 할지라도 반만년을 써 왔기 때문에 감히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물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비롯된 글자이고 우리의 발음만이 천지자연의 이치에 맞으며 우리만이 지금까지도 글자마다 다 단음으로 발음할 수 있는 문자임에랴.
이 음서 자체가 진퇴의 묘리가 있는 문자임을 모르고서 문장의 어순만을 내세워 우리 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바지 입은 여자를 남자로 여기고 치마 입은 남자를 여자로 여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중국의 말과 글

근래 중국에서는 북경어를 표준어로 쓰고 있지만 외국으로부터 발달된 문명의 이기가 들어옴에 따라 무수한 말들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컴퓨터를 전자 뇌라는 뜻으로 전뇌(電腦)라 하고, 엘리베이터를 전기 사다리라는 뜻으로 전체(電締)라 하는 등등. 다 그 기구의 성능에 딱 맞는 이름을 지어 부르는 것이다. 이는 실로 이 문자를 쓰는 어느 나라 사람이 보아도 다 감탄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이름들도 허다하다. 예를 들면 기차를 화차(火車)라 이르고 버스나 자동차를 기차(汽車)라 이르고 있는 따위이다. 본시 기차란 끓는 물의 기운으로 기관을 움직여 간다는 증기기관차라는 말을 줄여서 이름지어진 것이다.
중국에서는 그처럼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말도 만들어 쓰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의 옛말이 찾아 들어왔음에도 무조건 외래어라 하여 소외시키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예를 들면 왜정시대에 수레를 일컫는 ‘구루마’라는 말이 일본에서 들어왔는데, 요즘 사람들은 그 말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지도 않고 그저 일본말이니까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말 대신에 순수 우리말인 달구지, 손수레 등으로 일컬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구루’라는 말은 ‘굴러간다, 구르다’ 등의 우리의 옛말이었다. 지금 중국 산동지방의 방언에도 바퀴를 ‘구루(??)’라고 하는데, 중국의 언어학자들은 그 어원을 도저히 찾지 못하고 있다. 문자로나 성음으로나 전혀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로는 그것이 둥글기에 구른다는 뜻으로 당장 알아들을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옛날 백제의 말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리라. 옛날 백제가 전성했을 때에는 유구, 일본, 산동, 요서에 다 백제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일본인의 대다수가 백제인의 후예라는 사실은 누구도 감히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쌀농사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옛날 우리 동이족과 서쪽 한족의 사는 방식에 서로 다른 점이 있었다면, 우리 동이족은 반드시 큰물이 있는 곳에 터를 잡아 살았고, 서쪽 한족은 반드시 큰물을 피해 구릉지대에 터를 잡고 살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동이족은 콩 농사와 벼농사를 지었고, 한족은 밀, 기장, 옥수수 등의 농사를 지었다는 점이다.
원래부터 한족들은 물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벼농사를 짓지 못했다. 그들은 물 속에 들어가면 무슨 큰 병이라도 달라붙는 줄로만 알았다. 대략 그러한 사실은 왜정시대에 중국을 돌아다녔던 노인들이 지금도 심심찮게 말하고 있다. 지금 쌀이 많이 생산되는 중국의 남부는 본시 동이의 분포지역이었다고 현 중국의 역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옛적에 공자는 산을 좋아했고, 물을 좋아했다. 그래서 요산요수(樂山樂水)라는 말도 하였다. 그리고 바다를 본 사람에게 물을 말하기 어렵다(觀於海者 難謂水)고 하였다. 즉 큰 바다를 본 사람에게 어디의 냇물이 많고 어디의 강물이 어떻다고 하는 따위의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족들은 바다를 두려워했고 멀리했다. 뿐만 아니라 산동이나 절강 등지의 해변에 사는 동이인들을 사해(四海)라 이르고 멸시했다는 기록도 전하고 있다.
송대(宋代) 초기에 만들어진 <태평어람(太平御覽)>에 이러한 기록이 있다.

사해(四海)란 캄캄하고 무식하여 가히 깨우쳐 가르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사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또 손광(孫光)은 이렇게 주해(註解)하였다.

바다를 뜻하는 해(海)라는 말은 어두운 그믐밤을 뜻하는 회(晦)와 같으니
예의에 어둡기 때문이다.


대략 그러한 사실들로 미루어 보더라도 원시부터 우리와 한족은 말이 서로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자동차나 버스를 기차라 하듯이 말이다.
옛적에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하고 누백년 동안 중원을 통치했지만 동쪽 해변으로는 접근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춘추시대까지만 해도 동쪽 해변에 동이의 나라가 50여 국이 있었다.
공자도 동이의 군장 담자(?子)를 찾아가서 관리를 다스리는 예법을 배우고 돌아와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내 들으니 천자가 관리 부리는 법을 잃었을 때 그 법이 변방의 이인(夷人)들에게
있다고 하더니 과연 그러하다.


전국시대에 이르러 해변에 있던 동이의 나라들이 연(燕), 제(齊), 초(楚) 등의 강국에 다 잠식되었는데, 이 중에서 초나라는 원래 동이족의 나라였다. 그랬기 때문에 당시 초나라의 말은 한족의 말이 아니었고, 우리와 같은 입성(入聲) 발음이 있었다고 한다.
입성 발음이란 혀가 안으로 꼬부라지거나 위로 붙으면서 된소리가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약, 백, 직, 각, 질, 갈, 학, 급’ 등의 발음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러한 발음이 표준어인 북경어에는 없지만 옛 초나라 땅이었던 동남지역의 민남어(?南語)에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 예로 말하자면 학생(學生)이라는 말을 표준어인 북경 발음으로는 ‘쉐이싱’ 하는데 민남어는 우리와 똑같이 ‘학생’하고 발음하는 것이다.
평성(平聲) 발음의 예를 들어도 문(門)자를 북경의 표준 발음으로는 ‘뭔’하고 발음하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쌀이 많이 생산되고 있는 동남부지방이 바로 옛 초나라 땅인 것이다.
본시 물을 싫어했던 한족들이 맨 처음에 조개껍질을 농기구로 쓰고 물건을 교역하는 화폐로 썼을 리는 만무한 일이다. 한족들이 해변에 진출한 역사는 대략 2천 수백 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그 해변의 동이인들이 쉽게 동화될 리는 없는 일이다. 또한 이치에 맞지도 않는 말을 쉽게 썼을리도 없는 일이다.
한족들의 단점을 훤히 알게 된 동이인들은 가끔 말썽을 부리고 바다로 도망치기도 했으리라. 그랬기에 송대에 이르기까지 사해(四海)란 캄캄하고 무식하여 가히 가르칠 수가 없다느니 어두운 그믐밤과 같이 예의에 어둡다느니 하는 말이 전해져 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로 먼 옛날 공자께서 하신 말씀과는 정반대의 말인 것이다.
공자는 당시 강성한 초나라가 미약한 주왕실을 위협하고 모국인 노(魯)나라를 핍박하자 제자 자공(子貢)으로 하여금 존주대의(尊周大義)를 내세워 그 위기를 해결토록 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공자는 스스로 열국(列國)의 사실을 기록하는 <춘추>에 초나라의 왕호(王號)를 인정하지 않았다. 존화양이(尊華攘夷)라는 말은 바로 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본시 동이의 후예인 대성(大聖)께서는 중국의 문란함을 한탄하시고 구이(九夷)의 땅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시었다. 당시 구이의 땅이란 동이의 수방(首邦)인 조선을 이르는 말이었다. 대성께서는 “뗏목이라도 타고 조선에 가고 싶다(乘?于海)”고 하시었고,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는 스스로 당신이 은나라의 후예임을 말씀하기도 하였다.
공자의 제자 유약(有若)은 말하기를 “세상에 백성이 난 이래로 공자와 같은 이는 없었다(自生民以來 未有孔子)”고 하였다. 이는 지금까지도 정치, 교육, 예술 등에 누구도 감히 공자를 따르지 못했던 사실만으로도 정녕 지나친 말이 아닌 것이다.
공자는 특출한 예술가인만큼 성운학(聲韻學)에 밝았다. 멀리서 소리만 듣고도 그 내력과 정황을 다 알았다는 사실이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했기에 능히 300여편의 시(詩)를 음악에 맞추어 연주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그 시(詩)란 바로 각 나라에 수백년 동안 전해 온 노래였던 것이다.
그러한 대성께서 동이의 군장을 찾아가 예법을 배웠고 “동이의 수방(首邦)에 가서 살고 싶다. 뗏목이라도 타고 가고 싶다.” 했으며 세상을 마칠 때가지도 자신은 한족이 아니라 동이족인 은(殷)의 후예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대저 중국의 음악이란 지금까지도 상음(商音)을 그 원류(原流)로 삼고 있는데. 상음은 다름이 아니라 아득히 먼 옛날 은나라 선공(先公)들이 정리한 음악을 두고서 이르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인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공자와 같은 음악가가 될 수 없고, 아무리 애써도 우리의 명창들처럼 소리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중국의 악기나 중국 사람들은 우리처럼 농음(弄音)을 낼 수가 없다. 농음이란 소리 한 마디에서도 고ㆍ저ㆍ완ㆍ급의 기교를 다 써서 멋들어지게 넘어가는 음율을 말함인데, 중국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우리처럼 농음을 내는 악기나 민족이 없다.
공자는 스스로 말씀한 바와 같이 은나라의 후예인데다 상음에 정통했기 때문에 그렇게 음악을 집대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대성께서 정리한 아악(雅樂)을 연주할 수 있지만 중국사람들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아마도 그들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 많은데다 아직은 천지자연의 소리를 나타낼 만한 문자마저 없는 탓이 아니겠는가. 그러기에 최근 중국 정부에서 공묘(孔廟)의 제례행사를 재현할 때 우리 나라 학자들이 다 고증해 주었고 우리 나라 악사들이 가서 연주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옛적 궁중음악이라는 것이 우리의 민간음악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전하고 있다.
<삼국지> ‘마한(馬韓)’ 편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전한다.


언제나 모내기가 끝나는 5월이면 신께 제사를 지내는데 이날은 여럿이 모여 노래하고 춤을 추며 날이 새도록 쉬지도 않고 술을 마신다. 그 춤은 수십 사람이 모두 일어나 같이 따라서 발을 구르고 머리를 숙였다가 올리는데 손과 발의 동작이 척척 들어맞아서 그 곡조와 박자가 마치 탁무(鐸舞)와도 같다. 10월에 농사를 끝내면 역시 그와 같이 즐겁게 논다.


여기서 마한의 농민들이 추었다는 탁무란 바로 옛 성인이 지은 악곡의 하나이다. 그 의미인즉 목탁(木鐸)으로 법도를 제정하여 천하를 호령한다는 뜻에서 취해진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역대로 궁중에서만 이 탁무를 사용했던 것이다.
지금 저들이 자랑하는 경극(京劇)이라는 것은 대개 남자가 여자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가창(歌唱)을 하고 문무희(文武戱)를 하는 것인데, 가히 볼만한 것이다. 하지만 천지자연의 소리를 묘사하는 데에는 우리의 판소리에 어림도 없고 소리의 공력도 영 형편없이 그저 혀끝에서 짜내는 소리일 뿐이다. 다만 그 동작이 볼만하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의 발음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앞에서도 누차 말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몇 자 더 말해 보기로 하겠다. 저들은 활이나 총 등을 쏜다는 사(射)자를 ‘써’로 발음하는데, 우리가 발음하는 ‘사’처럼 앞으로 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들어오는 소리에 가깝다. 또한 우리는 사(射)자를 ‘석’으로도 발음하는데, 역시 앞으로 나가는 소리다. 그러나 저들은 아예 ‘석’이라는 발음조차 없다.
저들은 또 무엇을 들여놓는다는 뜻의 납(納)자를 ‘나’로 발음하는데, 이는 오히려 밖으로 나가는 소리이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다. 또한 저들은 도망가다, 망한다 등으로 쓰이는 망(亡)자를 ‘왕’으로 발음하는데, 우리가 ‘망’이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들어오는 소리에 가깝다.
또 ‘내외(內外)’ 할 때 내(內)자를 ‘네’로 발음하는데, 우리처럼 혀가 안으로 꼬부라들며 들어가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밖으로 나가는 소리에 가까운 발음이다. 그 글자가 안을 상징하고 속을 뜻하는 글자인데도 말이다. 또 밖을 뜻하는 외(外)자는 ‘우아이’하고 복음으로 발음하는데, 우리의 단음절인 ‘외’라는 발음처럼 자연스럽지가 않다. 뿐만 아니라 밖을 뜻하는 발음이 되지도 않는 것이다.


글말과 입말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문자로 된 언어는 거의가 다 문언문(文言文)에 속하는 말이다. 문언(文言)이란 바로 글말이라는 뜻이다. 문언은 일정한 어법이 있기 때문에 시대나 지방을 초월하여 공통어의 역할을 오래도록 해온 것이다.
하지만 문언문은 상당한 수준의 학문을 지녀야만 가히 읽고 쓸 수가 있었다. 때문에 글말을 읽고 쓰는 것은 지식인이라야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중국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그들은 무식한 일반 대중이 쓰는 말이 따로 있었다. 지금 쓰고 있는 백화문(白話文)이 바로 그것이다. 백화(白話)란 입말이라는 뜻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시음표와 레시피 작성표 다운 받아가세요. file [6] 누룩 2011-07-10 38021
63 정모???? [1] 최소희 2006-05-25 1935
62 주인님 덕분에 술 잘 빚었습니다!! [2] 최윤식 2006-05-24 2055
61 큰 양조용 술독 酒人 2006-05-24 4962
60 <b>술덧 버무린 후에 남은 건더기 처리법</b> 酒人 2006-05-24 2476
59 전라도 술에 대하여... [2] 한상숙 2006-05-19 3679
58 <b>손에 항상 호미를 들고 다닙니다.^^</b> 酒人 2006-05-19 2069
57 술을 빚으며 (등단 추천글) [1] SG오션 2006-05-16 2206
56 술을 마시면...^^* SG오션 2006-05-16 1920
55 술과 사랑의 사이에서 . SG오션 2006-05-16 2443
54 대한민국 막걸리 축제 100% 실망 [2] 酒人 2006-05-15 2386
53 자료 감사합니다. [1] 김상현 2006-05-15 2081
52 <b>"삼백주"(三白酒 ) 제조법</b> file 酒人 2006-05-13 2805
51 내달 15일 대규모 주류박람회 열려 酒人 2006-05-11 1888
50 제4회 대한민국 막걸리 축제<13.14일> 관리자 2006-05-04 2050
49 봄 술빚기 3. 아카시아술 酒人 2006-05-04 2710
48 햅쌀술에 대하여 酒人 2006-05-01 2287
47 오랜만에....ㅎㅎㅎㅎ [1] 최소희 2006-04-28 2076
46 완성된 칡 소주입니다.~^^ file [1] 酒人 2006-04-27 3230
45 <b>자가양조 이래서는 안됩니다.</b> [1] 酒人 2006-04-26 2632
44 오늘 아침 뉴스에서.. [3] 이명옥 2006-04-24 2422
43 잔디 도둑 잡히다.^^ file [3] 酒人 2006-04-24 2198
42 술의 맛과 향을 찾자. 酒人 2006-04-22 2260
41 이상훈님의 답글에 대한 답변입니다. [5] 酒人 2006-04-20 3322
40 <b>쌀을 불리는 시간 @ 1시간이면 충분하다. </b> [2] 酒人 2006-04-18 10551
39 완성된 복분자주 file 酒人 2006-04-14 2355
38 동동주는 실력이 많이 쌓이면 빚으세요.~~ 酒人 2006-04-13 3219
37 여러분~ 축하해주세요.^^ file [5] 酒人 2006-04-11 2770
36 <b>봄 술빚기 2. 쑥술(艾酒)에 대하여</b> 酒人 2006-04-11 2671
35 <b>봄 술빚기 1. 진달래술(杜鵑酒)</b> 酒人 2006-04-10 3263
34 복분자 만든는법좀 알려주세요... [1] 유근숙 2006-04-06 2633
33 <b>초일주(初日酒) 무작정따라하기</b> 酒人 2006-04-06 3115
32 가래로 고생하는 분을 위한 약주 "소자주" 酒人 2006-04-01 2948
31 발효주의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이유 [1] 酒人 2006-03-30 6756
30 300년전의 청서주(淸暑酒)를 만나다. [4] [1] 酒人 2006-03-27 3125
29 낙향한 선비의 술 "손처사하일주"에 대하여 [2] 酒人 2006-03-24 4061
28 <b>즐겨쓰는 밑술법</b> [3] 酒人 2006-03-22 3117
27 <제민요술><임원16지>그리고<규합총서> 酒人 2006-03-19 3205
26 집에서도 특등급의 술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酒人 2006-03-18 3434
25 옥수수술 [1] 박승현 2006-03-16 3220
24 법주(法酒)에 대하여...... 酒人 2006-03-15 291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