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b>전통주와 칵테일 </b>

조회 수 2905 추천 수 53 2006.10.20 08:56:00
전통주와 칵테일

저는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바텐더들에게 업장의 서비스와 양조이론을 가르쳤습니다. 그 중에서 칵테일을 가르치는 일은 저에게 가장 재미난 일거리 였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수 많은 위스키들과 진, 럼, 보드카, 리큐르(혼성주), 와인,,,등을 가지고 각각의 술이 가지고 있는 맛과 맛을 혼합하여 다양한 술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마티니’란 칵테일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세계적으로 마티니란 말이 들어가는 칵테일 만도 최소 200가지가 넘습니다. 사람마다, 나라마다, 사용하는 술에 따라 그 맛과 색, 향기가 모두 다르고, 그 술을 만드는 바텐더들에 의해 다양한 ‘칵테일 이름’이 만들어 지고 있으며, 지금 현재에도 계속 추가 되고 있을 것입니다.

요즘 전통주를 홍보하는 행사장에 가면 자신의 회사에서 나온 술을 바텐더들로 하여금 ‘쇼’와 함께 ‘멋진 칵테일’을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자 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전통주와 칵테일’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도 이러한 행사를 추진하는 이유는 “전통주란 이미지를 벗고자 함”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술이 바로 “칵테일”인데, 또 칵테일 행사를 하니 웃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벌써 술 속에 여러 첨가물을 섞어 맛을 맞춰 놓고 그것으로 모자라 자신들의 술이 칵테일임을 홍보라도 하듯이 ‘칵테일쇼’를 하고 있으니 이주일 보다 더 웃긴 사람들 입니다.

(참고 : 칵테일을 만들 때, 술 이외에 설탕시럽, 주스, 탄산음료 등을 혼합하는데, 현재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해 먹는 술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알코올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갖가지 첨가물을 넣어 맛을 맞춘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이것이 ‘술’이 아닌 ‘칵테일’이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전통주’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막걸리, 동동주’이며 그 다음으로 생각나게 하는 것이 ‘트림’, ‘머리가 아프다’ 등으로 이어지고 계속 이야기가 번지만 막걸리에 대한 과거의 경험담으로 이어집니다.^^

몇 일 전 한 TV 프로그램을 보니 아나운서가 ‘막걸리를 먹으면 트림이 나더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그 아나운서의 자질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통주 행사장에 “카테일 쇼”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연세가 있는 분들에게는 그냥 볼거리를 제공하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통주의 새로움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잠깐의 눈요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전통주를 홍보하는데는 어떤 도움도 줄 수 없습니다.

음식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맛’이고 술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주’이며 술을 만드는 양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의 맛’입니다. 술의 맛만 좋다면 입 소문에 소문을 거쳐 자연히 홍보가 될 것인데, 저 생뚱맞은 전통주 행사에서 자신들이 만든 술과 다른 나라의 맛있는 술을 합친 칵테일쇼가 뭐가 그리 좋다고 행사를 진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술의 맛이 좋지 않으니 다른 방법으로 시선을 끌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요.

술과 친구가 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솔직히 전통주는 아직 멀었습니다. 세계의 수 많은 술들에 비해 아직 멀었습니다. 앞으로도 따라가기 힘들 것입니다. 아니 죽을 때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명주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술을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너무 비관적이라구요? 사실입니다.

그들(세계인들)은 점점 전통적인 술빚기를 연구하여 ‘소량생산’과 ‘술의 맛’을 향상시키는데 돈을 쓰는데 비해 한국의 양조장들은 ‘대량생산’과 ‘맛의 맞춤’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전통주 행사에 아무런 생각 없이 ‘칵테일 행사’나 하고 있고, 한국의 전통 제조법에 대해서는 눈길도 보내지 않습니다. ‘구식’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구식’으로 만든 술이 돈을 많이 들여 만든 도구들을 이용하는 양조장에서는 아직 따라올 수 가 없습니다. 모든 과정을 손으로 하고 매번 술을 빚을 때마다 다른 온도, 습도, 원료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술의 맛에서는 이 ‘구식’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술의 맛이 정성에서 나오기 때문에 ‘구식’이 맛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술을 워낙 못 만들기 때문에 ‘구식’이 맛있는 것입니다.

술이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면 ‘구식’이 설 자리가 없겠으나 술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것이기에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구식’이 살아남아 있는 것입니다. 술은 ‘음식’이기 대문에, ‘맛’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음식점에서 음식이 맛있어야 하듯이 술을 만드는 곳에서는 술이 맛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 저것 첨가해서 맛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식’이 하는 것과 같이 소량생산을 하더라도, 원료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술’의 맛을 요즘의 양조장들이 배우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앞에 설명해듯이 수 백년이 지나도 우리나라에서는 맞을 맞춘 “칵테일”만 먹게 될 것입니다. 술 속에 이미 이것 저것 감미료 등을 섞어서 “칵테일”을 만들어 놓고 이것이 자기들의 술이라 홍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입니다. 우리 자손들은 언제나 칵테일만 먹게 생겼습니다.^^


우리술은 칵테일이 아니다. www.suldo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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