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로서 사람을 구하다. “천금주(千金酒)”

조회 수 2076 추천 수 0 2008.01.27 20:46:06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술은 “천금주(千金酒)”입니다. 천금주라는 술 이름을 듣는 순간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왠지 값 비싼 술로, 또는 술의 향이나 색이 아름다운 술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천금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또 그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에 흉년이 들어 사람을 구하는 술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고 문헌에서 “천금주”를 기록하고 있는 책은 1691<치생요람>, 1766<증보산림경제(보)>, 1827<임원십육지>, 1837<양주방>, 1800년대 <주찬>을 통해 우리는 천금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1800년대 <주찬>에 기록된 술빚기는 이유야 어떻든 잘못 기록되었지만 그 이외의 문헌속에서 천금주의 제조법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천금주의 제조법을 살펴보기로 하죠.

[ 찰볏집을 가마솥에 넣고 달인 후에 짚을 걸러내고 붉나무 껍질을 넣고 다시 1-2번 달인다. 그것이 식으면 항아리에 넣고 누룩가루를 적당하게 넣은 뒤, 다음날 물 두 말에 쌀 한 되로 멀건 죽을 만들어 독에 넣고 익히는데 맑아지면 맛이 달다. 이것을 마시면 부기가 없어지는데 신기한 효과가 있다. ]고 1691 <치생요람>에 기록되어 있으며 1800년대 <양주방>에 기록된 내용에도 <치생요람>과 별 차이는 없습니다.

천금주를 빚는데 사용하는 붉나무는 천금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술의 이름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 보여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붉나무를 천금목으로 달리 부른다 하여 이것으로 빚은 술을 천금주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천금주는 천금(千金)처럼 귀한 것으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술"이었습니다.

1400년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종대왕은 흉년에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죽음에 이르는 것을 염려하여 <구황벽곡방(救荒僻穀方)>을 편찬합니다. <구황벽곡방>에는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이용하여 곡식을 얻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이것들을 이용하여 굶어 죽지 않도록 여러 가지 먹을 수 있는 음식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데 여기에 지금 우리가 논하고 있는 <천금주(千金酒)>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황벽곡방>은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어 많은 백성들에게 알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1554년 명종때 영남과 호남에 큰 가뭄이 들어 이를 구제하기 위하여 세종이 지은 <구황벽곡방>에서 요긴한 것을 뽑아 출판한 것이 바로 <구황촬요(救荒撮要)>입니다.

<구황촬요>에는 영양 실조로 중태에 빠진 사람들의 구급법과 대용식품을 만드는 방법 등 그에 필요한 조미료와 환자의 소생에 필요한 비상용 술을 빚는 방법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구황촬요>에 기록되어 있는 술은 <천금주>와 <적선소주>가 있습니다. <적선소주>는 지금까지 <김승지댁 주방문(1860)>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거의 모든 책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잘 못 된 것입이다. 보시다시피 그보다 훨씬 앞선 1400년대에 <적선소주>의 제조법이 문헌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적선소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구황촬요>가 세종이 지은 <구황벽곡방>에서 요긴한 것을 한문과 한글로 번역하여 출판한 것으로 <천금주>와 <적선소주>는 세종때인 1418-1450년대에 기록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1450년대 <산가요록>보다 앞선 술의 제조법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구황촬요>에 기록된 천금주의 제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찰볏짚을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붓고 푹 무르도록 끓인 후, 지푸라기는 건져내고 그 물에 붉나무 껍질을 넣고 다시 1~2차례 끓인 후에 식기를 기다려서 항아리에 담고 누룩가루를 적당하게 넣고 섞어서 두었다가 다음날 쌀로 죽을 쑤어서 넣는데 물 2말에 쌀 1되 정도로 하여 술을 빚어 놓았다가 술이 익어서 맑게 고인 후, 먹으면 맛이 달다. 이것을 복용하면 부종을 치료하는데 신기한 효능이 있다. ]

위에서 천금주의 제조법을 보면 알겠지만 물 2말에 쌀 1되를 사용하고 있어 흉년이 들어 쌀을 구하기 쉽지 않아 사용하는 곡물의 양이 적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부분 가양주를 빚는 이유가 집을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서, 조상 숭배를 위해서, 풍류를 즐기는데, 힘든 농삿일의 피로를 푸는 데 사용하기 위해 가양주를 빚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구황촬요>에 기록된 수 많은 조리법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여기에 <천금주>와 <적선소주>는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먹을 음식이 없을 때 중요한 약이 되었으며 식량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즐기기 위해 술을 만들지만 600년 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 먹지 못해서 병이 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술을 빚었던 것입니다. 제가 <천금주>를 처음 접했을때는 값진 술, 금(金)과 같은 색을 가진 술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몇 날 몇 일을 여기저기에 있는 도서관을 전전하면서 <구황촬요>를 발견하고 그 안에 기록된 <천금주>와 <적선소주>를 발견했을 때, 그리고 <구황촬요>가 어떤 책인지 알았을 때야 비로소 <천금주>가 꽤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 초기에 “천금(千金)보다 값진 사람을 구하는 술이라 하여 천금주(千金酒)”라 기록한 것입니다. 먹을 것이 없어 기근에 허덕일 때 <천금주> 한 모금을 먹는 것은, 그 상황은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이 저려오는 것도 같습니다. 그 사람이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일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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