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빚기 질문과 답변

[re] 답변입니다.

조회 수 3717 추천 수 75 2006.08.02 19:04:07
안녕하세요. 김정옥님

술의 맛을 질문하셨는데, 사람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술 맛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저의 답변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내용에 답변을 달기 전에 몇 가지 글을 쓰고자 합니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재래식 방식과 과학적 방법”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술을 비 과학적인 것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고 문헌에 기록된 수 많은 우리술 제조법을 살피면서 느꼈던 것은 “현대 양조학은 우리술의 옛 제조법을 글로 옮겨 놓은 것 뿐” 이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특히 현대 양조학을 접하는 사람)이 우리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우리술을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 입니다.

본론으로..^^

김정옥님께서 우리술의 맛을 질문하셨는데요.

1. 신맛을 느낄 수 있는 술은 좋은 술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술 관리가 잘못되었거나 제조법 자체에도 이상이 있는 것입니다. 신맛이 전통주의 맛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술을 무시하는 방법으로 돌려 말하는 것입니다.

2. 산미와 신맛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산미라 하는 것은 감칠맛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누룩으로 빚는 술에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맛은 술을 마시면 “좀 시다.”라는 느낌이 나는데요. 이런 경우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경우에 많이 발생합니다.

3. 결국 알코올 도수가 낮다는 것은 밑술의 효모 증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언하건데 효모의 증식이 잘 되지 않은 술은 산패하거나 신맛이 강할 수밖에 없습니다.

4. 우리술의 기본은 효모를 얻는데(누룩) 있으며, 효모를 증식시키는(밑술) 과정이 뒤를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시간부터 우리술에서 밑술이 사라지고 술약(이스트,효모)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5. 사회 전반에 술약이 판을 치면서 누룩은 본래의 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효모를 증식시키는 과정이 사라졌고 술약을 넣어 술을 한 번에 빚다보니 술의 질과 맛이 예전만 못해 진 것입니다. 현대 약조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일반 가정에서 술 빚는 모습을 비 과학적인 방식이다. 재래식 방식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술은 자연히 신맛을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6. 우리술은 “신맛이 없어야 하고 감칠맛을 가져야 합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아야 하며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반주로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맛을 가진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술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화주나 감주 같이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당도가 높은 술도 우리의 전통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달지만 단맛이 적고, 독하지만 단맛으로 독한 맛이 작아지고, 신맛이 있지만 시다고 느끼지 못하며, 술을 많이 마셔도 취기가 없는 술이 우리술의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7. 김정옥님은 밀술을 할 때 하루를 저어 주신다고 하셨는데 바로 그 부분에서 술에서 신맛이 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기를 넣어줘야 효모 증식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저어 준다고 하는데,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8. 하나는 술독에 공기를 넣어 효모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둘째는 이렇게 저어준다고 효모가 빠르게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환경이 아무리 좋더라도 효모는 2시간 정도에 한 번씩 배로 증식하기 때문에 술을 저어주는 것은 오히려 외부의 잡균 침입을 도울 수 있는 것입니다.

9. 술을 빚어 술독에 넣기 전에 충분히 섞어 주고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잘 보관만 해도 대부분 가루 상태를 이용하는 밑술에서는 발효가 잘 일어납니다.

10. 효모가 가장 많이 증식되어 있는 시기는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을 때” 입니다. 그런데 술독에서 몇일이 지나도 계속 이산화탄소 발생하는 소리가 들리죠.^^ 그러니 덧술 시기를 잡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11. 가장 좋은 방법은 “밑술의 맛을 보는 것” 입니다. 술 맛을 봐서 신맛이 강하지 않을 때 덧술을 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밑술 빚는 방법이 다 틀리기 때문에 김정옥님께서 원하는 답변이 아닌 것 같구요. 그 다음으로는 술 표면을 확인하고 술 끓는 소리가 작아지고 리듬이 느려지면 덧술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12. 쌀 씻어 물에 불리고 고두밥 찌고 식히는데 5-6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밑술의 맛이 좋을 때 덧술을 해야 덧술도 맛이 좋다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직접 만나서 토론 과정을 거치면 더 이해가 빠를 텐데 아쉽습니다. 글 중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술독으로 전화를 주세요. 더운데 몸관리 잘 하시구요. 몇 일 동안 누룩 작업을 하고 돌아와서 손목이 말을 잘 듣지 않네요.^^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옥

2006.08.03 11:12:59
*.223.136.15

누룩 딛고 오셔서 피곤하실텐데 자세한 답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누룩이 잘 띄워져 좋은술이 탄생되길 바랍니다.
주관적이라 하지만 술맛의 표현이 탄성스럽습니다. 술빚고 싶은 생각이 절로나게 하네요. 주인님의 말같이 다음엔 밑술을 젖지말고 담아보렵니다. 덧술담는 시기도 잘 맞춰보구요.
제가 한산 소곡주를 다녀 왔다고 하였지요.
그곳에서는 밑술을 15도시실내온도에서 3일간 효모증식기간을 두며 스텐용기의 입구는 오픈되어 있었어요.
저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라 하였지요.
온도관리나 용기등이 술빚기 용이하게 시설되어 있어서일까요.
욕심같아선 빚은 술을 직접 맛을 보여 드리고 싶네요.
역시 오늘도 무덥군요. 건강하십시요

김정옥

2006.08.03 11:22:47
*.223.136.15

그리고 주인님 우리 술이 어찌 과학적이 아니겠습니까?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고 정성으로 한다는 것과 빚어진 술도 어느정도로 잘 빚어졌나를 여러가지 실험도구로 측정을 해보고 판단을 하는 것에 비교하여 드린 말씀이지요.
집에서 과학적인 도구없이 빚기에^^
한국의 전통음식을 현대 과학으로 풀면 어찌그리도 과학적이었는지 모른다는 말을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지면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전화문의 드리겠습니다.

박상진

2006.08.03 16:13:44
*.33.198.251

음...과학적이라...흐...예전과 지금의 차이는 장비차이일뿐 방식은 모두 동일합니다....장비를 두고 과학적이다라고 말하는건 조금 무리가 있겠지요...예를 들자면 장독과 스텐의 차이.. 보통 냉장고나 이런걸 두고 과학적이라고 하시는데 예전에는 냉장고만 없었을뿐 온도는 동일하게 맞추어 주었습니다...즉 겨울이나 가을쯤...한마디로 술 만드는 시기가 있다라는겁니다..지금은 단지 장비가 좋아져서 1년 내도록 만들수 있다라는거 외에는 별로 달라진것이 없습니다. 또한 보통 먼가 수치화가 되어 있어서 그 데이터 대로 술을 빚지 않을까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물론 경험으로 정리된 데이터가 있긴합니다....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때그때 향과 맛,촉감,느낌을 이용해서 시기나 기타 등등을 결정하는건 똑같습니다....

박상진

2006.08.03 16:27:30
*.33.198.251

저어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초보의 최대고민거리일겁니다....하지만 술은 한가지 원칙만 지키시면 됩니다...온도가 낮을수록...천천히 발효될수록 고급술이 된다입니다...예를 드신 한산소곡주...15도에서 발효하면 보통 상온에서 발효하는거 보다 거의 2~3배의 기간이 걸릴겁니다. 그렇게 되면 한산소곡주의 생산량은 턱없이 적겠지요..그러므로 증식작업을 거쳐 기간을 조금 단축시키는 겁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상온에서 발효하므로 거의 후다닥 발효됩니다. 후다닥은 저질 알콜을 생산되게 만드는 원인입니다..후다닥 발효법은 예전 밀주 제조적에...밀주단속을 피하기 위해 생긴 발효법입니다...무시하십시요..저어 주지도 말고...천천히 발효되도록 기다리시고 길게길게 발효되기를 비십시요...참....온도는 무조건 낮을 수록 좋습니다..25도 이하로..무조건 유지하시면..됩니다...좀더 상세히 적고 싶은데..시간이 없어서리...쩝

酒人

2006.08.03 19:29:44
*.190.236.63

두 분의 글 읽는데도 한참이 걸렸습니다.^^

글 첫 머리에 제가 쓴 글은 김정옥님에게 한 말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세요.^^ 단지 자신들의 방법이 제일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몇 자 적은 것입니다.

좋은 술 많이 빚으시구요.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라도 술독으로 전화주세요. 아는 만큼은 다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박상진님의 글 아주 잘 읽었습니다. 특히 "후다닥 발효법"이라는 표현이 맘에 드네요.^^ 자주 오셔서 좋은 글 좀 많이 올려주세요. 박상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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