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라벨 디자인…신나는 전통주

조회 수 57 추천 수 0 2020.03.19 10:03:11

입력 : 2020.03.11 11:29:20


술맛 나는 디자인이란 어떤 걸까? 그걸 구현하고자 하는 젊은 전통주 메이커들이 있다. 보기만 해도 경쾌하게 취기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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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오케이브루어리의 막걸리. 함께 놓인 도깨비술과 사이 좋게 어우러져 서로의 앞길을 응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2 도깨비양조장의 도깨비술. 단양의 전통주 양조장에서 만든 무첨가 무감미료 크래프트 막걸리다.
3 경복궁 쌀로 만든 서울 베이스의 나루 생 막걸리. 부드러운 목 넘김과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라벨 디자인처럼 트렌디한 막걸리.

전통주에 대한 고정 관념이 깨지고 있다. 한마디로 젊어졌다. 일단 만드는 이들이 젊다. 청춘들이 재해석한 전통주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맛을 존중하면서도 확산성에 집중하는 중이다. 특히 20~30대의 술자리를 공략한다. 맥주, 와인이 점령한 그들의 테이블에 합석하기를 바란다.

알다시피 전통주는 지방색에 따라 그 종류와 빚는 방식이 다채롭다. 탁주, 소주, 청주라는 큰 틀 안에서 만드는 방식에 따라 수 갈래로 나뉘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 중 대중적으로 소비된 건 소주와 막걸리 정도. 아쉬움이 컸다. 일단 소주는 전통적인 증류 방식이 아니라 이름만 빌린 희석식 저렴이 버전이 대중화됐다. 막걸리는 노포에서 소비된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레스토랑, 바, 카페 등 좀 더 세련되고 고급스런 공간에 입성하기엔 오랜 그 이미지들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밀레니얼을 사로잡기 위한 밀레니얼들의 펄떡이는 아이디어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전통주라는 단어에 덧씌워진 ‘고루하다’,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지워 버리겠다는 의지로. 그래서 이들은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식탁 위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맥주와 와인의 화려함에 대적하기 위해서 말이다. 라벨 디자인이 관건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통주 라벨 디자인의 과감한 변신은 5~6년 전에 시작됐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 공개된 최행숙 주가의 아황주와 미인약주다. 이는 전통주 디자인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사라져 가는 우리 술을 알리기 위해 영세 양조장들을 컨설팅하는 ‘술펀’이 아트디렉터 전채리와 작업한 것인데, 조선 시대 의궤와 고지도를 재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한 선과 컬러, 세련된 여백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디자인이었다. 한국의 전통주를 한국적 모티프로 모던하게 표현하는 것. 모범 답안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최근엔 ‘한국적’이라는 경계조차 무너뜨린 디자인이 줄지어 등장했다. 전통주의 이미지를 없앤 디자인이다. 크래프트 막걸리를 제조하는 젊은 제작자들로 인한 현상이다.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 도깨비양조장의 도깨비술, 디오케이브루어리의 두유노 같은 제품들. 도수에 따라 라벨 컬러를 달리한 도깨비술은 사랑스런 컬러에 귀여운 도깨비 얼굴이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디오케이브루어리의 막걸리는 베리류, 레몬류, 티 등을 첨가해 술 색깔부터 남다르다. 톡톡 튀는 컬러에 기하학적인 프린트가 곁들여진 이들 라벨은 언뜻 보면 전통주라는 생각이 안 든다. 요즘 유행하는 브루어리 맥주에 가깝다. 경쾌하고 팬시하다. SNS에 업로드하고 싶은 라벨 디자인이다. 한국적인 컬러, 전통 모티프 같은 게 크게 느껴지진 않지만 라벨 안에는 각 양조장만의 철학이 축약돼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봐도 예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디자인만 특별한가? 아니다. 맛의 차별화와 대중화를 위한 재료 선별, 각종 첨가물 개발 등 진중한 고민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전적으로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며, 감미료가 없고, 수제로 빚는 등 자긍심을 느낄 만한 콘텐츠로 내면이 꽉 찼다.

만드는 이들은 대부분 삼십 대와 사십 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화하겠다는 포부가 크다. 그래서 라벨 디자인 역시 글로벌하다. 그래서 국적보다는 개성을 어필하는 것이다. 좋은 디자인에, 좋은 맛. 금상첨화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CFC, 한강주조, 도깨비양조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20호 (20.03.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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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0/03/254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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