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마시는 술
우리에게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면 ‘일본의 청주’가 생각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또 그것이 당연시 여겨졌던 것도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어떻게 마셨을까.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술은 없었을까.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1900년대 초 빙허각 이씨가 쓴 부인필지에는 ‘밥갱장술’이라해서
밥은 봄처럼 따뜻하게
국은 여름처럼 뜨겁게
장은 가을처럼 선선하게
술은 겨울처럼 차게 마신다. 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인가 우리나라 술은 차게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대부분의 음식이 따뜻하기 때문에 술은 차게 마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술을 따뜻하게 해서 마신다는 것은 일본의 음주문화를 따라하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꼭 차게만 마셨을까. 이 물음에 1800년대 70여 가지의 전통주 제조법이 기록되어 있는 <양주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 가을이나 겨울에 두 이레 만에 봄이나 여름엔 한 이레 만에 떠서 하루 세 차례씩 너홉들이 잔으로 따뜻하게 데워 먹으면 늙지 않고 튼튼하여지며 정신이 좋아진다.”
이러한 기록은 우리의 전통주의 음주문화가 다양함을 말해주는 것으로 술을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일본의 술 마시는 법을 따라한다는 말은 없었으면 한다. 지금까지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문헌상에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 기록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 기록은 우리에게 술을 따뜻하게 먹는 음주문화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이 아닌 본래부터 우리나라의 폭 넓은 음주법의 한 방법이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앞으로 누군가가 술을 따뜻하게 마시는 것을 일본의 술 문화를 따라한다고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당당히 말해주길 바란다.